도지마 저택 살인사건
아마노 세츠코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얼음꽃>으로 60세 늦깍이 할머니 작가로 데뷔한 아마노 세츠코의 국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데뷔작 <얼음꽃>차가운 매력을 지닌 중년 여성의 강렬한 서스펜스가 돋보였다면 <도지마 저택 살인사건>은 제목 그대로 도지마 家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도지마 건설회사 회장이 자신의 65번째 생일날, 가족과 지인을 초대한 자택의 생일파티 현장에서 사망한다. 경찰은 딱히 사고사나 타살 혐의가 없어 자살로 결정짓는다. 하지만 담당 형사는 여러 미심쩍은 정황들에 의문을 품고 부하 형사들과 조용히 재수사에 착수한다. 그런 가운데 도지마 家에서 제2, 제3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결론부터 말해 재밌다. 잘 썼다. 이 할머니 작가의 내공이 만만치 않다. 책 첫 페이지부터 범인의 시각으로 범행 장면을 묘사하는 것부터 범상치 않더니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않고 잇따라 살인사건을 터트린다. 추리 과정도 관계자의 기본 알리바이는 물론 시간대별 행동과 대화 내용까지 꼼꼼하게 접근한다. 전화기 트릭도 신선했고 범인이 드러나는 장면 역시 세련되게 연출한다. 

증오와 분노, 사랑과 질투, 연민과 애틋함같은 인간의 겪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잘 표현하면서도 추리물로서의 전개 과정은 남성 작가 못지않게 힘이 있다. "살인의 동기는 보통 원한, 치정 그리고 금전 이렇게 크게 세 종류로 나뉘는데 한 가지가 더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능숙한 필체와 노련한 기법으로 범인을 막판까지 꽁꽁 숨긴다.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도 극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라 더욱 극적이다. 책을 다 읽고 초반부로 돌아가 범행 당시의 범인의 심리 상태와 범죄 장면을 다시 음미하니 그제서야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어찌보면 "독자에게 공정한 단서를 제공한다"라는 추리소설 기본 원칙에는 위배된다. 일종의 반칙이다. 

책 소개를 보면 이 작품이 일본 스페셜 드라마 <시선>의 원작 소설이라 하는데, 영상화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작품을 어떻게 드라마로 제작했는지 궁금하다. 그나저나 드라마 제목만큼은 정말 잘 지었다. 이 사건의 시작과 끝이 바로 한 인간의 애처로운 "시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범행의 현실적인 성공 여부는 차지하더라도 과연 이런 일로 살인을 하는가, 그것도 이 시기에...같은 의문점이 존재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살아온 삶, 느끼는 감정이 다른지라 조금 각도를 달리해 생각하면 일견 범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미묘한 인간의 감정을 흥미진진한 본격추리물로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대단할 뿐. 

한마디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한 인간의 증오와 복수심이 서린 인간미 넘치는 슬픈 추리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국내 출간된 작가의 두 작품 모두 대단히 만족한다. 나는 여성 작가의 추리물에 손이 잘 안가는 스타일인데 이 작가는 당연히 예외다.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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