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중략)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중략)
그렇게 첫 구절과 마지막 구절 한 구절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이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227~229쪽
나는 한때 처음에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어떤 두려운 일도 한 번 두 번 계속 반복하다보면, 그 어떤 것이든, 반드시 길이 들여지고, 익숙해지고, 만만해진다고 믿었다. 그렇게 생각할 때만 해도 인생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절대로 시간이 가도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다. -233쪽
그래 드라마처럼 못 살 것도 없지. 끝날 것 같은 인생에도 드라마처럼 반전이란 있는 법이니까. 그날 그 순간 그 생각이 든 건 얼마나 다행인가. -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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