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사랑 - 다섯 영혼의 몽환적 사랑 이야기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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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죽음일까? 그럼 태어나다의 반댓말은 무엇인가? 책을 읽고 집으로 걸어 오는 동안 죽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살다'의 명사형이 '삶'이라고 할 때 삶이란 단어에 담긴 것은 얼마나 복잡해지는가. 살아간다는 것이 죽기 전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다 말하는 것이라면 죽음 역시 삶처럼 복잡한 것이 당연한데 그동안 죽음에 대해 너무 간단하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놀라고 만다. 삶을 사는 것이 이리도 복잡한데 죽음 역시 간단할리 없다.

 

 죽음에 관한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새빨간 사랑> 을 통해 본 죽음의 단상들은 비오기 전 특유의 텁텁함을 몰아내고 소름이 돋게 할만큼 기이한 이야기들었다. 예쁜 표지와는 달리 책을 손에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늘한 목덜미를 만지는 내게 이 책의 정체는 읽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냈다. 책 표지의 글이라던가 작가 소개를 읽었더라면 알았을 것을 나는 책 표지는 바로 벗겨내고 작가 소개도 마지막에 읽기에 예쁘기만한 이 책 속에 숨겨진 섬뜩하지만 매혹적인 이야기에 겁도 없이 빠져들었다.

 

 새빨간 사랑은 5가지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답다는 말을 붙힐 수 있다면 이 책은 아름다운 호러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운 열기를 몰아낼 만큼의 섬뜩한 이야기들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작가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기발한 상상(이걸 상상이라 불러야 맞는걸까?)을 하는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독특하고 충격적인 그러나 조금도 흉측하지 않은 그래서 더욱 공포스런 이야기들은 며칠이나 내 잠을 뺏어갈까?

 

 5가지 이야기 중 <새빨간 사랑>은 장미빛 소름이 돋는 공포였고 <유령소녀 주리>는 보랏빛 슬픈 공포였고 <레이니 엘렌>은 주황색 풍선처럼 덧없는 공포였고 <내 이름은 프랜시스>는 매혹적인 자주빛 공포였으며 마지막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는 달빛의 은은한 공포였다.

 

 어느 것하나 비슷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작가의 재능일 것이다. 그래서 한 편의 공포를 채감하고 나서 다음 이야기를 만났다해도 새로운 공포가 몸을 휘감는다. 하지만 피하고 쉽지 않은, 도망치고 쉽지 않은 매혹적인 공포의 이야기들은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들었고 나에게 어둠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죽은 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밤은 차갑기까지 하다. <언젠가 고요의 바다에> 는 내가 좋아하는 달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더욱 끌렸다. 정말 달빛을 모으면 물이 되는걸까? 그 말이 왜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질까?

 

 아름다운 공포. 온다 리쿠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공포와는 다른 공포. 이 작가의 책이 여름이 다가오는 더운 날씨의 기온을 2도 내리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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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이야기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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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드는 날이면 달콤한 꿈을 꾸고는 했다. 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깨고는 할머니께 배고프다고 아침인사를 하던 풍경의 따뜻함이 잠을 이루지 못해 힘든 밤이면 그립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가 곁에 없다면 생쥐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다.

 

생쥐 아빠는 7명이나 되는 아기생쥐들을 침대에 눕히고 7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어요. 이야기를 듣고나면 바로 잠든다는 약속을 한다면요. 물론 아기생쥐들은 모두 "네"라고 대답하고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뾰족한 귀를 더 뾰족하게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7가지의 서로 다른 빛깔을 내는 짧은 동화들이 무지개빛으로 아이들의 꿈나라를 수놓아 준답니다.

구름이야기와 마법의 우물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상상해본다. 생쥐 아빠의 이야기를 살짝 훔쳐가서 내 아이에게 들려주는 내 모습을. 하긴 연애라도 해야 가능한 일인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쉽지만 조카에게 들려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생쥐 아빠, 덕분에 푹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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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 수프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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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화요일의 두꺼비>가 떠올랐다. (화요일의 두꺼비-올빼미의 생일 먹이로 잡힌 두꺼비는 천진난만한 성격으로 올빼미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이 책 속의 생쥐는 한 수 위다.
 
책을 읽다가 족제비에게 잡힌 생쥐. 책을 많이 읽어서 똑똑한 생쥐는 보통내기가 아니다. 생쥐 수프를 끓여 먹으려는 족제비는 생쥐를 냄비에 집어넣는다. 그때 생쥐가 말한다.
 
"잠깐만! 이 수프는 맛이 별로 없을걸.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아서 말이야.
생쥐 수프에는 이야기를 넣어야만 제 맛이 나거든."
 
생쥐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한 족제비는 생쥐에게 얼른 이야기 하라고 채근한다. 귀를 쫑긋하자 생쥐가 들려주는 4가지 이야기가 솔솔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들려온다. 내가 가장 재밌게 들은 것은 꿀벌들과 진흙탕 이야기로 생쥐의 재치가 번뜩이는 이야기였다. 족제비와 생쥐 이야기만으로도 재밌는데 생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웃음과 교훈이 가득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 생쥐의 반전이 나를 웃게 만든다.
똑똑한 생쥐씨! 한 수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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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저씨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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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놀드 로벨은 글과 함께 그림도 그리는 동화작가이다.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림이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화려한 색을 쓰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그림이 멋진 것도 아닌데 그 그림과 함께 글을 읽으면 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더 많은 색을 쓴다고 해서, 그림의 기교가 더 뛰어나다고 해서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왜 어릴 때는 몰랐을까?
 
 어린시절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은 36색 크레파스였다. 내게 있는 것은 12색 크레파스였는데 그것도 오빠가 물려준 거라 몽당 크레파스여서 엄마에게 조르지도 못하면서도 학교에 미술시간이 있는 날이면 등교하면서 소원을 빌고는 했다. 내 손에 든 크레파스가 36색으로 바뀌기를. 하지만 크레파스는 키가 커지지도 않았고 색이 늘지도 않았다. 색이 많은 크페파스를 갖고 싶었던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였는데 반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의 크레파스가 36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럴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렇게 믿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난다.
 
 크레파스에 얽힌 내 어린시절의 엉뚱함을 떠올리게 한 아놀드 로벨의 <코끼리 아저씨> 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기 코끼리는 부모님의 여행에 감기가 걸려 따라가지 못한다. 콧물도 나오고 목도 아픈 아기 코끼를 데려가기에는 바다여행이 너무 힘들 것 같아 아기 코끼리는 집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는 맑던 하늘을 감춰버리고 폭풍우와 바람으로 가득 채워 놓는다. 그날 아기 코끼리의 부모님은 돌아오시지 못하고 바다에서 실종되신다.
 
'나 혼자만 남았어요.'
 
혼자 남은 아기 코끼리는 커튼을 내리고 방문을 잠그고 슬픔을 꾹꾹 눌러 담는다. 아니, 슬프다고 울어버리면 정말 부모님이 돌아오시지 못할 것 같아 울지도 못한다. 그때 누군가 아기 코끼리를 찾아왔다.
 
"안녕, 난 너의 아저씨란다."
 
아기 코끼리를 데려가기 위해 찾아온 아저씨 코끼리는 주름이 너무 많았어요. 나무의 이파리보다 바닷가의 모래알들 보다 어쩌면 밤하늘의 별들보다 더 많아 보였어요. 아기 코끼리는 아저씨 코끼리의 나이가 많아서 그런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코끼리 아저씨는 아기 코끼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고 했어요. 기차를 타고서요.
 
기차 안에서 아저씨 코끼리는 많은 것을 세었답니다. 빠르게 스쳐지나는 집들을 세고, 밭고랑을 세고, 전봇대를 세고. 하지만 모든게 너무 빨리 지나갔어요. 아저씨는 결국 다 세지 못했답니다. 아저씨는 또 무언가를 세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다 세었답니다. 아기 코끼리가 먹고 있는 땅콩 껍질이었어요. 아기 코끼리는 아저씨를 위해 조금 천천히 땅콩 껍질을 깠는지도 모른답니다. 너무 많으면 세기 힘드니까요.
 
아저씨 집에 도착한 아기 코끼리는 마술 등잔과도 인사를 하고 아저씨한테 노래도 배웠어요.
늙은 아저씨가 아플 때면 걱정도 했답니다. 아저씨는 늙으셔서 팔과 다리가 아팠는데 신기하게도 쇼파에 앉고 발을 쿠션에 올리면 아픔이 사라졌어요. 아기 코끼리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아기 코끼리와 아저씨 코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실종된 부모님을 기다렸답니다. 그 사이에 있었던 행복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은 너무 예뻐서 들려주기도 어렵답니다.
 
 부모님이 실종 되어 아저씨 코끼리와 살게 된 아기 코끼리를 보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추억을 만나게 된다. 참 이상한 것은 부모님이 함께 살지 않아 슬프고 화가 났을텐데도 내 어린시절에서 그 시간만큼 행복하고 따뜻하게 기억되는 다른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토닥여주시는 할머님의 손길과 아이 손인데도 안마를 해드리면 착하다고 자두맛 사탕을 주시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언제 봐도 멋지기만한 바다가 함께 했던 시간은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아마 책 속의 아기 코끼리도 아저씨 코끼리와 지낸 시간은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이여서 그런걸까? 눈 앞에 있는 것에만 관심을 쏟아서 슬픔을 잊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아기 코끼리는 믿고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어딘가에 꼭 살아계시란 것을. 나도 믿고 있었으니까. 부모님이 언젠가는 꼭 돌아오시리라는 것을.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다. 돌아온다고 믿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아기 코끼리를 꼭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착한 아저씨 코끼리에게는 푹신한 쿠션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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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는 친구 난 책읽기가 좋아
아놀드 로벨 글.그림, 엄혜숙 옮김 / 비룡소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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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구리와 두꺼비 시리즈로 나온 책 중 한권이다. 친구를 사귀기 시작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책으로 친구의 소중함과 배려를 가르쳐 준다. 사람을 등장시키지 않는 것은 아놀드 로벨의 특징(?)인 것 같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동물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겨울잠에서 일찍 깨어난 개구리는 두꺼비를 깨우러 달려간다.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잠만 자려고 하는 두꺼비는 개구리에게 아직 4월이니 5월에 깨우라며 다시 잠이 든다. 친구가 없어 심심한 개구리는 달력을 쳐다보며 싱긋 웃더니 달력에 남아있는 종이를 뜯더니 5월이 나온 것을 알고 두꺼비를 깨운다. 5월이라는 말에 침대에서 드디어 나온 두꺼비! 살짝 거짓말을 했지만 친구를 위한 일이니 개구리를 용서해주어야겠다. 잠에서 깨어난 두꺼비와 개구리의 행복한 시간이 펼쳐진다.
 
책은 총 5개의 짧은 동화를 담고 있다. 5개를 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책이 아닌가란 생각도 있지만 짤막한 동화마다 웃음이 난다. 귀여운 개구리와 두꺼비를 통해 조카에게 친구를 배려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친구랑 함께 웃을 때가 참 행복하다는 것을 다시금 개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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