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편인 <트와일라잇>과 같은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기대하면서 <뉴문>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로맨스가 아니었다. 에드워드와 헤어진 벨라의 처절한 생존기 쯤 될 것 같다. 첫사랑이라서 실연의 상처가 더 컸겠지만, 벨라는 전혀 쿨하지 못했다. 마치 사랑만이 삶의 유일한 이유인 것처럼 보였다. 스토리 전개가 지루하긴 했지만 에드워드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제이콥으로 치유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와 같은 진부한 광고 속 한마디가 아니더라도, 옛사랑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 사랑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난 사실 마성의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이 등장하는 부분만이 재미있었다. 벨라가 죽은 것으로 오해하고 이탈리아의 볼투리가를 찾아간 에드워드의 순정은 십대 소녀의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네가 이 세상에 없다면 나도 더이상 살 생각이 없어.' - 이 얼마나 달콤한 고백인가. 이 책 <뉴문>에 대한 평가는 재미있다가 우세였지만, <트와일라잇>과 같은 찌릿함은 사라진지 오래고, 더이상 신선하지도 않았고, 이미 수명이 다한 끝난 이야기를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억지로 이어가는 느낌이 강했다. 또한 요즘은 "짐승남"이 대세라고 하는데,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노숙자를 떠올리게 했던 제이콥 때문에 늑대인간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트와일라잇>의 경우 특별판으로 읽었는데, <뉴문>은 합지본이였다. 특별판과 달리 표지가 십대 취향 로맨스 소설처럼 약간 유치해 보인다. 삽화를 보고 있으면 손발이 오글라든다. 삽화 속 벨라보다는 영화 속의 벨라가 내가 상상하던 벨라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