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평범하고 수수해 보이는 표지 때문에 재미없을 것같아서 책을 손에 들고 한참을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그랬던 내 마음은 프롤로그를 읽고나자 꼭 읽어야 겠다고 바뀌었다. 출판사 측과 책 제목을 가지고 '하버드'라는 세글자를 넣는냐 마느냐 실랑이를 했던 일화였다. 지은이는 정작 중요한 것은 하버드에서 공부했고 안했고 아니라, 졸업 후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을 쓴 혜민 스님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대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석사를 수학하던 중 출가를 결심했다.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았고, 현재 미 동북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햄프셔 대학교에서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가 책을 쓴다면 의레 화려한 성공기 내지는 승려로 인생 전환한 후 장렬한 구도기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책은 어쩌면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적인 일들로 채워진 글이다. 경복궁에서 영어공부를 한 일, 버클리에서 우현한 기회에 린포체 스님을 만난 일, 북경에서 자전거를 도둑맞은 일, 교수로 일하면서의 어려움 등을 담담하게 담고 있다. 이 책 <젊은날의 깨달음>에는 책 제목에 '하버드'가 들어가 있는 책들을 읽을 때 간혹 느끼게 되는 잘난 척이 없다.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이렇게 대단한 것들을 이뤘다는 그런 과시욕이 드러나지 않아서 담백했다. 사찰 음식처럼 정갈함이 돋보인다. 물론 재미도 있다. 혜민 스님의 생각과 일상이 궁금하다면 가볍게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무게감이 없는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