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은 정말 예쁜 그림책이다. 여름날의 푸르른 나무와 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수채화로 그려진 삽화는 볼 때마다 편안함을 선물하곤 한다. 매 페이지마다 잔잔하고 일상스러운 이야기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던 일본 영화나 소설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것들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난 이렇듯 감성적인 이야기에 매료된다. 엄청난 반전이나 화려한 그림이나 박장대소 할만한 이야기 없이도 그림책에 이 만큼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놀랍다.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은 제38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수상작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로 잘 알려진, 이세 히데코의 작품으로 2009년 일본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파리의 식물원을 배경으로 식물을 사랑하는 소녀 사에라와 식물학자의 이야기이다.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문외한이라서 처음 그림책을 볼때는 이 나무가 저 나무 같고, 저나무가 이 나무 같고 다 비슷한 나무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책에는 모두 각기 다른 식물들이 등장한다. 소나무, 아카시아, 해바라기 처럼 익숙한 것들도 있고, 비비추나 무스카리 처럼 이름도 생소한 나무도 많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아이들보다 사실 내가 더 이 책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이 책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했을 작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봄의 화려함도 여름의 청량함도 가을의 외로움도 겨울의 스산함도 이 책에도 모두 잘 나타나 있다. 아주 오랫동안 사랑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