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좋아하고 자주 읽는 편이다. 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하지만 가끔은 나를 위해서 읽기도 한다. 어떤 책들은 딱 애들 책이다 싶게 쉽고 발랄하고 적당히 가볍고 유쾌하지만, 또 어떤 책들은 무게감 있고 감동적이다. <낱말 공장 나라>는 후자에 해당하는 책이다. 삽화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단순히 어린이용 그림책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척 아까운 책이다. 사람들이 거의 말을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고 한다. 돈을 주고 낱말을 사서 삼켜야만 말을 할 수 있다니, 말에도 빈부격차가 있는 그야말로 이상한 나라이다. 가족들에게 잔소리를 무척 많이 하게 되는 엄마인 나는 정말 핫병날 것 같은 나라이다. 내일은 시벨의 생일예요. 필레아스는 사랑에 빠졌지요. 시벨에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필레아스에게는 낱말을 살 돈이 없었지요. 처음에는 단순히 이상한 나라이다 라고만 생각했지만, 돈에 좌지우지 되는건 자본주의 사회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다.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 등 현대자본사회의 문제점과 그리고 지켜야 할 값어치를 이렇게 예쁜 그림책에 담아내다니, 작가가 존경받는 이유를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마치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몽환적인 그림체 때문에 더 눈이 간다. 아마 그래서 그림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린이 발레리아 도캄포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그의 그림을 통해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느껴본다. 내가 평소에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닮아서 일 것이다.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뜨려줄만한 아주 멋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