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그레고리 머과이어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작가 그레고리 머과이어의 전작 <위키드>의 평이 대단히 좋아서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었다. 게다가  역사적으로도 대단히 매력적인 인물인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여동생 루크레치아가 등장한다고 해서 시대물을 좋아하는 내 구미를 많이 당겼다.

 

이탈리아판 <백설공주>라는 설명처럼 구성이나 배경, 소재들은 좋았으나 주인공에게서 별다른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책속에 완전히 몰입할 수는 없었다. 체사레 보르자는 거의 엑스트라 수준으로 등장하고, 백설공주인 비안카는 개성도 의지도 없는 그냥 여자아이에 불과하다. 얼음처럼 냉혹한 루크레치아만이 입체적인 성격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비안카를 죽일려는 살인 충동의 이유는 설득력이 약했다.

 

보통 역사속의 인물들이 소설에 등장할때는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루크레치아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불쌍한 아낙네에 불과하다. 문학적 측면에서 볼때 <백설공주>를 패러디한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는 있지만 이야기 자체에 깊은 감동이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마 그래서 일 것이다. 난 문학적 소양을 갖추지 못해서 패러디 문학의 진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영어를 대단히 잘해서 원서로 읽었다면 <거울아, 거울아>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쟁이들에 관한 부분은 대단히 신선했다.

 

바로크 문체와 그로테스크한 필치로라고 해서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쉽게 쉽게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리고 역사 속 인물을 백설공주로 패러디하여 심오한 주제를 잘 살렸다. 거울을 통해서 양면성을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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