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화려한 색도 없다. 오직 바다와 하늘만 파란색을 가지고 있을 뿐인데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바다에 가 파도가 무섭다고 했었던 딸아이가 떠오른다. 자칫 단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아이가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끔 열려 있어서 좋다. 밀려 들어 왔다가 밀려 나가는 파도를 보고 아이는 신기해한다. 그리고는 파도와 논다. 그런데 연필로만 그린 아이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이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 딱 알수가 있다. 궁금해하는 표정, 즐거워하는 표정, 무서워하는 표정, 놀리는 표정까지 어쩜 이렇게도 재미나게 표현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눈길을 잡아끈다. 글자 없는 그림책인데 그림책을 보면서 아이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내용을 쫓아가기 바뻐 단순히 글자 읽기에 급급하기 쉬운데 아이와 책내용을 더욱 심도 깊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우리딸의 상상력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를 듣는 기쁨이 무척 크다. 볼로냐 국제 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되기도 한 이수지 작가의 신작이다. <동물원>, <열려라! 문>, <나의 명원 화실> 등의 그림책에서 보여줬던 이수지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이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번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다시금 저력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여러권의 글자없는 그림책을 접해봤는데, 5살인 우리딸 수준에 비해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철학적이거나 많은 상상력을 요구해서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책은 쉬워서 좋아한다. 아마도 자신이 경험했던 일이라서 더욱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