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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본의 아니게 좀 바쁘게 지냈던 것 같다. 시간이 많지 않아 장편소설을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웠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을 만나게 되어 너무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진작 읽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쉬울 뿐이다.
20년전 쯤에 씌여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들인데, 촌스럽거나 올드한 느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풋풋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단편집이였다. 왜 그가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그 배경의 탄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무시무시하고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 사실 이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잔인하고 복잡한 사건보다는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아마도 더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난 미스터리 광팬이다. 소설도 좋고, 영화도 좋고, 만화도 좋다. 같은 일본작가의 작품이여서 그런지 '소년탐정 김전일'이 생각나는데, 그 만화의 범인들은 주로 애증관계거나 원한관계인데 반해 <범인 없는 살인의 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냥 평범하다 싶은 관계속의 보통사람이라서 더 좋았다. 나도 이 비슷한 심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모두 7편이다. <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 <어둠 속의 두 사람>, <춤추는 아이>, <끝없는 밤>, <하얀 흉기>, <굿바이, 코치>,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이 중 가장 끌렸던 작품은 어떤 것이였을까. 난 모두라고 대답하고 싶다. 작품마다 각각의 색이 달라서 그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었다. 요즘 읽어야 할 책은 많고 시간은 적어서 이미 읽은 책을 또 읽지 않는데 유일하게 이 책은 반복해서 읽었다. 단편이지만 다시 읽을 때마다 지나쳤던 부분과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고 싶다. 매년 많은 수의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라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