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죽음 담당이다. 
스티브 킹이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멋진 첫문장이다. 첫문장을 뽑아내는 기술은 그야말로 최고다.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잘 전달해 준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숨참고 지켜보게 만드는 마법 같은 한줄. 나는 죽음 담당이다.
마이클 코넬리, 그의 이름을 언급하면 많은 사람들이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떠올린다 -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양심과 죄책감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틱하고 지적인 두뇌 싸움. 최고의 스토리텔러 마이클 코넬리가 창조해낸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고품격 법정 스릴러의 세계 - 하지만 내겐 생소한 작가였다. 크라임 스릴러의 마스터, 최고의 걸작 이라는 이런 문구들을 보면서 언론의 오버라며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의 글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내가 '시인'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하면 문학소녀같은 내 이미지와 잘 맞아서 그런지  대게는 문학적인 내용이냐고 물어온다. 크라임스릴러라고 하면 의외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순수하고 여린 나와 어울리지 않는 장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난 추리물이나 스릴러 등 범인이 등장한 소설류나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를 좋아한다. 물론 귀신이 등장하는 내용도 잘 보는 편이다. 난 겁이 없다.  

쉽게 예상하고 장담하지 마라.
크라임 스릴러라는 문구를 보고는 당연히 공개된 그 녀석이 범인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릴러니깐 범인을 잡는 재미보다는 서서히 조아드는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를 같이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반전까지도 짜릿하다. 1996년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낡지 않은 스토리와 사건들. 이소설에 쏟아졌던 온갖 찬사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외지고 고독한 길가,
나쁜 천사들만 출몰하는 곳,
그곳에서 밤이라는 이름의 아이돌론이
검은 옥좌에 꼿꼿이 앉아 군림한다,
나는 이 땅에 도달했지만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곳보다 어두운 슐에서-
괴상한 황무지에서 온지
공간을 넘고 - 시간을 넘어 장엄하게 펼쳐진 곳 (에드가 엘런 포의 '꿈의 나라')

이 소설에서 공포를 느꼈다면 그것은 아마도 에드가 앨런 포의 시 때문일 것이다. 사실 강희순이나 유영철 같은 살인마와 흉악 범죄가 흔해져 버린 요즘 시대에는 살인에 대해 많이 무감각해진 것 같다. 단지 살인이 있었다고 해서 막연하게 두려움에 떨지는 않는다. 많은 피(잔혹하게 살해당한 시체가 등장하기는 한다), 잔인한 흉기들도 등장하지 않지만 무서운 이유는 음습하고 우울한 그의 시가 큰 역할을 했다.

탄탄한 구조, 안정적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행여 출판사의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상상하게 만드는 의외의 결과를 만든다. 무려 600페이지 달하는 많은 분량인데, 무조건 한권으로 끝내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 마냥 - 왜 살인을 시작하게 되였는지를 비롯한 범인에 대한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급하게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코넬리는 그는 나역시도 아끼는 작가가 되어 버렸다. 그의 책을 읽게 되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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