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앗 - AJ공동기획신서 2
김서영 지음, 아줌마닷컴 / 지상사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사랑을 해서 결혼하지만 살다보면 사랑은 변하는 겁니다.(지은이의 주례사 중에서)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사랑을 나누고 결혼했던 지은이도 결혼해서 살다보니 이런 황당한 일을 겪는구나. 읽으면서 왜 내 남편과 ’큰남자’가 자꾸 오버랩되는 것일까.

 책을 읽다보면 남편에게 권해주고 싶을때가 왕왕 있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읽기를 거의 하지 않는 내남편은 뉴스만 볼 뿐이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도 귀찮아해서 내게 물어보거나 무슨무슨 자료 좀 찾아보라고 한다. 보고만 받는 완전 사장님 스타일이다. 최근에 남편에게 권했던 책은 ’바른습관그림책’, ’코딱지’ 모두 큰아이의 그림책인데 어쩜 내남편에게 딱 필요한 내용인지, 읽으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그런데 시앗은 농담기 하나 없이 정말 꼭 좀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책을 여자들만 읽고 말게 아니다. 남자들도 읽고 느끼고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시앗이 무엇이고 하니, 남편의 첩이란다.
감히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남편의 첩이라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같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상상속에서도 결코 존재를 용인할 수 없는 남편의 여자. 죄라면 그저 남편을 믿은 죄밖에 없는데 25년이 된 관계라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하고 싶지 않다. 이런 뻔뻔스러운...

누구에게 돌을 던지기 위함이 아니고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기에 이 책을 썼다.
’천박함’이라는 단어도 아까운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 아픔이 슬픔이 고통이 내 가슴에까지 전해진다. 찌리리. 입에 담기조차 거북스러운 그 행태를 어찌 보고 있을까. 그러니 글이라도 쓸 수 밖에. 하늘이시여...

아직 몇년되지 않았지만 남편과의 결혼생활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모르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도와주지 않는다고 혼자 섭섭했었는데, 이제는 시킨다. 남편은 스스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 뿐이다. 심부름도 시키고 청소도 시키니, 하더라. 말끝나기 무섭게 다다닥 움직이지는 않지만 하긴 한다. 최근에는 시키지 않았는데 설거지 하는 모습도 목격했다. 물론 도와주지 않아도 나 혼자 할 수 있지만, 내 몸이 피곤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면 우리집 식구 모두의 정신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시키는 것이 귀찮아도 요즘에는 시킨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참으로 모르는 것도 많은 그들을 가르치는 모습에서 ’포기’라는 두글자가 아련히 비친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감히 하지못할 일들을 참 많이도 저지르는 이 바퀴벌레 한쌍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고래고래 큰소리 치며 뒤로 넘어가단 성깔이 시앗년 덕분에 많이 죽었다고 큰 일했다는 부분에서는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야 뭐야.

지금은 출장중이라서 내 남편입장에서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나마 내게 덜 시달렸다. 책읽는 중간에 옆에 있었다면 그남자 대신 모든 구박을 받아내야 했겠지. 어쩌면 내 기분을 풀어줄려고 같이 나쁜놈이라고 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다. 내게 살뜰한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화가 나 있으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풀어 줄려고 애쓴다. 지은이의 남편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지만(25년 된 첩은 빼고) 그래도 내가 참고 같이 사는 이유다.  

김서영, 글을 참 잘 쓴다. 이렇게 화나는 이야기 속에서도 중간중간 웃을 수 있다니 그건 작가 본연의 유머스러스한 면 때문이겠지. 그래서 난 두권을 하루만에 모두 읽었다. 읽지 않고 버틸 재간이 없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1947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할만큼 그의 글은 힘이 있다. 나를 계속 끌어당긴다. 이게 끝은 아니겠지.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공감가는 이런 작가를 난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겟다. 막장 드라마라고 욕먹던 ’조강지처 클럽’보다 더한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누가 감히 이책을 통속적이라고 폄훼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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