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란포 상 및 나오키 상 수상, 에드거 상 노미네이트를 모두 휩쓴 일본 유일의 작가
한동안 일본 소설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묘하게 가볍다고 느껴서 일까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막연한 반일 감정에서 일까. 엔도 슈사쿠라는 작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일본 문학에 다시 눈을 돌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먼저 읽었던 일본소설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다. 중학교때 였는데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책을 읽은 소감은 큰 충격이였다. 일본을 과소평가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우리 나라에 유행했던 무라카미 현상에 휩쓸리듯 그들의 책들도 몇권 읽었다. 하지만 번역서여서 그랬는지 뭐 그닥 대단하다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여성 하드보일드의 일인자라고 불리는 기리노 나쓰오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환갑을 앞두고 방황하는 제가 이상합니까?
중년여성의 자아찾기라. 어떤 점이 그런걸까? 온실속의 화초마냥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온 도시코 아줌마. 쉰아홉-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다. 어중간한 시기에 찾아온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본색을 드러내는 유쾌하지 않은 진실들. 자기주장없고 순종적이였던 도시코 아줌마라면 방황할 만하다 생각한다. 그 방황의 방향이 의외라서 좀 놀랍기는 했지만 아직 젊어서 그런가 심금을 울리지는 않았다. 이토 아키코-참을수 없는 존재의 짜증스러움-남편의 숨겨진 비밀이 무엇일지는 누구나 쉽게 예상했을 것이다. 나역시 아내의 입장이다 보니 그 이해할 수 없는 뻔뻔한 낯짝에 할말을 잃게 된다.
일본판 엄마가 뿔났다-그렇게 대단한 드라마 였던가?
많은 반향을 일으켰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며느리까지 보고 1년의 휴가를 얻어 독립한 엄마가 울신랑은 이기적이라고 했다. 난.. 뭐 굳이 독립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 집에서도 충분히 책도보고 영화도 보고 취미생활도 하고,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따로 나가 살 필요가 있을까? 집에서 며느리가 해주는 밥 먹고 손자녀석과 가끔 놀아주기도 하면 될일을 가지고. 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보다 소설'다마 모에'가 백만배쯤 더 재미있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식사시간도 잊고 읽고 계속 읽었다. 충격적인 내용 없이도 엄청난 흡인력-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분량때문에 들고 있는 팔목이 아팠지만 페이지가 어찌나 설렁설렁 잘 넘어가던지 가볍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노년의 여성이 아니라도 모든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노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괜히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이 있는게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