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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법 - 엔도 슈사쿠의 행복론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약점은 때로 고통을 줄이는 진통제와 같다.(프롤로그 중에서)
엔도 슈사쿠. 우연한 기회에 그의 책을 읽고 난 그의 팬이 되었다. '유쾌하게 사는법 유쾌하게 죽는법'이라는 책이였다. 별 기대하지 않고 읽었던 책이였는데 너무 좋았고 푹 빠져 지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역시 엔도 슈사쿠는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감동을 준다.
누구나 아마 적어도 한번쯤은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을까. 물론 나역시 슬럼프를 겪을 때면 예외없이 자기혐오도 함께 찾아 왔었다. 그럴때마다 버러지 같은 인생 죽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험한 생각을 한적도 있었지만, 엔도 슈사쿠는 그런 일련의 행위들 역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성숙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행동이라는 말이 내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그의 글은 왠지 진실됨이 느껴진다. 아마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믿을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작가의 삶에서 묻어나는 연륜때문이겠지.(작가는 1923년생이다. 하지만 고루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박완서 작가와 같은 젊음이 느껴진다.) 나는 책을 되도록 빨리 읽을려고 노력하고 보통 빨리 읽는다. 그러나 엔도 슈사쿠의 책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고 싶다. 순식간에 후다닥 읽고 넘기기에는 너무 아쉽다. 조금씩 조금씩 아껴서 읽다 보니 읽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책읽는 시간은 날 무척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고,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한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내게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안내해 주는 천사와도 같다.
젊음은 그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그 설익음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그 풋풋함이 항상 싱그러움을 선사해 주고 그렇기 때문에 간혹 실수를 해도 귀엽게 보이는 것일겠지. 나도 아직 젊으니깐 실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 지고, 성숙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갈고 닦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