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 향기 가득한 교양산문의 빛나는 경지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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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 2월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첫손주로 할아버지와 정이 많았던 내게 영원한 이별은 많은 고통을 안겨 주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여러가지 병을 앓고 계셔서 석달동안 많은 고통속에서 사시다가 가셨다. 내가 해 드린 일이라고는 안부전화와 집에 누워계실 때 읽으시라고 책 몇권을 선물한 것이 전부였다. 뒤에 할머니께 그 책들을 할아버지가 자주 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때는 많은 위안을 받았다.

 

유쾌하게 사는법 죽는법

제목에 나오는 '죽는법'이 비유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죽음과 관련된 내용이였다. 1923년생이 지은이 엔도 슈사쿠씨가 71살에 펴낸 책이니-70세에 신장병으로 입원한 이후 입퇴원을 반복하는 투병생활이 이어진다-죽음을 늘 생각하고 있었겠다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그는 1993년에 폐렴으로 눈을 감는다. 글을 읽다보면 왠지 우리할아버지를 떠올릴때처럼 따스한 기분이든다.

 

일본의 피천득

난 피천득님의 수필을 좋아한다. 그분의 글을 읽을때와 비슷한 감동을 느꼈다. 진지하고 지루한 글은 세상에 참 많다. 진지하지만 재미있고, 읽고 싶게 끌어당기는 글은 흔하지 않다. 옮긴이가 잘 번역해서 그런것일까? 난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하므로 원문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런 생각이 들자 옮긴이를 한번 더 찾아보게 된다. '한은미', 기억해둬야지-가끔 번역을 너무 이상하게 했다고 욕먹는 책도 있는데-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향기 가득한 교양산문의 빛나는 경지

내가 꼽고 싶은 부분은 '여자논리'와 '나를 키워준 사람들'. 물론 놓치고 싶은 부분이 어디 있겠냐만은 그래도 나름 고른 것들이다. 한남자의 아내로서 내남편도 나를 이렇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너무 다그치지도 말아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열등생이였던 시절과 공부에 재미를 가지게 된 계기에 관한 글인데 있다보니 연륜이 느껴진다. '아, 연륜이라는 게 이런거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이라는 원제를 살리는 것은 어땠을까? 요즘 유쾌한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책들이 많아서 혹시나 그런책의 아류작이라는 오해로 관심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나역시 그냥 지나칠뻔 하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 아류작이 아니라는 오해를 풀 수 있었다. 문장에서충분히 무게감이 있는데 편집을 너무 딱딱하게 한 것 같다. 서점에서 책만 대충 넘겨보다 지루한 책이라고 오해할 것 같은 생각에 아쉬움이 크다.

 

아직까지는 20대인 나와 나이 차이는 엄청 나지만,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엔도 슈사쿠. 이름을 꼭 기억 해 두었다가 그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아야 겠다. 욕심나는 작가와 책이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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