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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2 ㅣ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빌려 몇 장을 넘기니 멋진 문구가 나온다.
" 나 혼자 꿈을 꾸면 그건 한갓 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꾸면 그것은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다."
우리가 함께 꾸어야 하는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다소 낭만적인 기분으로 새로운 현실의 출발이 될 그 꿈을 이 책이 어떻게 안내해 줄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허나, 아뿔사.... 미학오딧세이1을 읽으면서 빠져 허우적거리던 그 악마의 고리에 다시 걸려 들고 말았다. 마치 거미줄에 걸려 든 파리처럼 옴짝 달싹 못한 채, 벗어나려 할수록 거미줄은 더욱더 나를 옥죄어 온다. 그렇다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어, 줄을 끊을 수도 없다. 이야기는 알 듯, 모를 듯..계속된다. 마그리트의 안내를 받으며 이 편에서 저 편으로 씩씩하게 걸어 가 보지만, 결국은 어디인지도 모르는 제 자리에 나는 다시 서서 황당해 해야 했다. 매력적인 글이며, 가치 있는 한 권의 책임이 분명히 느껴지는 진중권의 이 책은 어쩌면 철학이라는 게, 인간의 생각과 사유라는 것이, 표현이라는 것이 그것의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모두 현학적인 헛소리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p335 - 플라톤의 말 : 말하자면 우리의 지식 체계를 이루는 개개의 명제들은 다 참일지 몰라도, 그 명제들로 이루어진 체계 자체는 무의미한 헛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애길세..
초현실주의자 마그리트는 이율배반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두고 그림에 마땅히 있어야 하는 의미를 파괴 (대상성의 파괴) 함으로써 자신만의 꿈 -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고자 했다. 이율배반이라는 말은 인상주의 화가 세잔이 고전주의의 사유와 인상주의의 감각을 통일시켜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데서 비롯되었는데, 이것은 주관과 객관, 창조와 모방, 전체와 부분, 형식과 내용 가상과 현실 등의 모순에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현대 예술은 새로운 현실을 창조함으로써 그 자체가 하나의 사물로서 존재하게 된다.
p307 - 어쩌면 악마의 고리는 인간 지성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해석학에서는 아예 이 숙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의미와 지평, 전체와 부분 사이의 순환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이 순환의 고리를 도는 가운데, 우리의 지식은 더욱더 풍부해진다.
어쨋든 나는 미학오딧세이2를 읽었다. 그러나 나는 미학오딧세이3을 읽을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다. 미학에 대한 궁금증은 한 동안 묻어 두고 미학오딧세이3은 미래의 어느날 읽을꿈으로 두어야겠다.
악마의 고리속에서 길을 잃은 나에게도 지은이의 말처럼 풍부해진 지식의 찌꺼기가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