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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씨가 소설을 이끄는 방식은 상당히 독창적이나 그 세세함이 지나쳐 갑갑함과 소설 읽기의 어려움을 주는 키스 앤 텔이다. 타인 (이사벨)에 관해 그토록 많은 관심을 가지다니, 사랑이라는 당당한 이유가 있긴 하나 좀 지나치다. 그러니 소설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의 삶으로 걸어들어오는 특별한 사람에게 가장 평범한 전기 작가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감정이입의 노력, 최소한 그 이상의 관심을 쏟는 것이 당연한 듯도 보이지만 그 특별한 사람이 나라면 오우~~ 노우.. 당신처럼 집요한 사람 전 피곤해서 싫답니다. 보통씨, 제발 사랑과 이해라는 명목으로 저의 전기를 쓸 생각은 말아주세요~~~
소설은 왜 읽는가? 인간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나는 인간을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하여 이 소설을 읽었으나, 단지 인간 이사벨에 대해 상세히 알게 되었을 뿐이며, 결론적으로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무모한 일이라는 인생의 쓸쓸한 진리를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이사벨을 사랑하지도 그녀의 명성도 듣지 못했으므로 보통씨가 써 내려간 그녀의 가계와 어린 시절, 소소한 사생활 등등에 관한 전기가 다소 버겁기도 하고 무의미하기도 하여 읽는 동안 마음이 썩 편하지는 않았다. 그러함에 소설을 왜 읽는가라는, 다소 진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게 된 것이다.
당신의 이사벨은 어떤 사람인가요?
옮긴이의 말처럼 주인공 이사벨의 삶을 나의 삶에 투영해야 하는데, 평범한 전기를 쓰고 싶은 만큼 관심을 끄는 사람도 없거니와, 덜렁거리는 삼순이의 성격을 가진 내가 집요한 질문으로 그의 전기를 쓰다가는 딱지 맞기 쉬움을 알기에 나의 이사벨의 전기는 쓰지 않을 것이다.
" 타인에 대한 명료한 첫인상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무지함이 아닌 앎의 축적이라는 것을. 우리의 선험적 도식들을 지워 버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의 길이다 (57쪽)"
이렇듯 시간의 길이를 함께 하며 그녀의 전기를 쓰는 남자는 어느날 아침, 이사벨로부터 자신이 이해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염증을 느낀다며 이별을 통보 받은다. 사람의 관계 유지가 이렇게 어렵듯, 요즘의 소설은 읽기가 점점 힘들고 고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