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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쳄버 이야기
악셀 하케 / 대원미디어 / 1996년 1월
평점 :
절판
데쳄버(12월이란 뜻) 왕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왕으로 책장 뒤편에 산다. 왕과 왕비가 껴안고 창에서 뛰어내리면 바닥에서 튕겨져 올라가 밤하늘로 올라간단다. 이때 별 하나를 따와 침대에 넣어놓으면 다음날 한 사람이 누워있게 된다. 그는 다 자란 성인의 모습이며,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줄 안다. 세월이 지나면 그는 크기가 작아지고, 그가 머무는 방도 작아지고, 기억이 지워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진다. 결국 크기가 아주 작아져 사라진다.
자라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는 우리는 외부를 바라본다. 자라면서 아는 것이 적어지는 데쳄버 왕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본다. 데쳄버 왕의 이야기를 읽으니,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에 사람을 태울 때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부터 태우지만 인디언들은 노인부터 태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간은 채워지고 많아지다가 잃어가고 지워져서 늙는 것을 싫어하나 보다. 데쳄버 왕은 처음부터 잃어가고 지워지기 때문에 늙어가는 것을 편안히 받아들이나 보다. 데쳄버 왕처럼 늙어가는 것을,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자신을 비워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데쳄버 왕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보이는 것만큼 큰가, 느끼는 것만큼 작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