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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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으니, 책을 읽기 않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길 바랍니다.

홍역을 피해 그웬 이모 댁에 오게 된 톰은 정원도, 친구도 없는 이모 집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시간에 맞지 않게 종을 울리는 괘종시계가 한밤중에 13번 울리자, 톰은 시계를 살펴보러 1층으로 내려간다. 우연히 뒷문을 열었다가 아름다운 정원을 발견하고 정원에서 논다. 그 정원은 해티와 3명의 사촌 오빠, 해티의 큰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다. 해티는 집에서만 머물면서, 큰어머니께 많은 구박을 들으며 사는 소녀이다. 톰은 해티와 정원사 아벨에게만 보일 뿐 다른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서로 외롭고 갑갑했던 톰과 해티는 함께 어울려 논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티는 부쩍 자라, 톰이 집에 가야 할 즈음에는 숙녀가 되어 있다. 집으로 가기 전 마지막 날 정원은 나타나지 않고, 톰은 울부짖는다. 다음날 전날 밤 소란을 사과하기 위해 집주인 바슐로뮤 부인에게 사과하러 간 톰은 바슐로뮤 부인이 해티임을 알게된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만나는 것, 한쪽에서 흐르는 시간과 다른 쪽에서 흐르는 시간의 흐름이 다름을 이해하는 것-정원에서 몇날 며칠을 놀아도 현실에서는 시간이 한 순간도 흐르지 않음- 소녀 해티, 숙녀 해티, 할머니 해티가 같은 인물임을 이해하는 것, 동시에 다른 인물이기도 하다는 것, 자신도 시간이 흐르면 아이에서 어른으로 다시 노인으로 변해 간다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는 동화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야기 했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기대가 컸는데, 이야기는 평범했다. 난 이미 SF 소설을 통해 시간의 어긋남, 시간 흐름이 다름 등을 경험했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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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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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미 씨, 나요......, 서툴러서 미안해요
다케오가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서툴다니, 뭐가?
뭐든지.
그렇지도 않아. 나도 마찬가진 걸, 뭐.
그래요? 음...... 저기.
웬일로 다케오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히토미 씨도, 세상사는 거라든가 그런거, 서툴러요?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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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 주디 푸른도서관 3
손연자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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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입양돼 살고 있던 주디는 좋아하는 남자아이로부터 노란 원숭이란 소리를 듣는다. 이후 주디는 자신이 가족, 친구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외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한다. 주디의 혼란과 방황은 주디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소녀이기 때문에 더욱 커진다. 그러나 한국인 김씨 아저씨 가족과 친구 아만다, 가족의 도움으로 주디는 자신의 혼란을 극복한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주위 사람들과 다르다는 인식과 소외감, 백인들이 황인들을 대할 때 나타나는 무시하는 듯한 태도, 이런 것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의 정체성, 자부심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재일한국인 학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에서 한 학생이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곳에서는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시선이 자신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간다고. 계속해서 그것에 싸우지 않으면 자신의 정체성이 없어진다고.

작은 일에 크게 상처받고 아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주디의 모습을 보니 ‘내가 예전에 이랬구나’, '사춘기 아이들은 이렇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사춘기 아이들의 혼란에 동감하는 것이 아닌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이구나 새삼 깨달아서 조금은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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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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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는 물건이 쌓여있고,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 건 내 삶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책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 유유부단하고 항상 일을 미루는 나, 엄마가 해 놓은 집에서 작은 것 하나 바꾸는 것을 엄두도 내지 않는 내 모습이 이 말에 겹쳐진다. 과거가 쌓여있어 새로운 것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는 말도 의미심장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쌓여있는 물건을 버리게 되고, 밀린 일을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풍수 이론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집에는 건강, 직업적 성취, 재산, 관계 등을 상징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에 잡동사니가 쌓이면 그 영역이 상징하는 부분이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잡동사니들을 버리고 집 청소만 잘해도 금전적인 문제, 애인과의 문제, 직장에서의 문제 등이 저절로 해결된단다.

작가는 풍수 사상에 대해서 크게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내가 풍수 사상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풍수는, 집과 집을 둘러싼 자연과의 관계, 그 자연에서의 에너지 흐름 등을 보았지 하나의 집 구조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명당 자리에 묘를 쓰고 집을 지으면서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긴 했지만, 바로 현실 문제가 해결되는 식으로 답이 돌아오길 바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양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무조건 신비로운 무언가가 있겠거니 동경하는 서양인의 모습을 보는 듯 해서 우스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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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데쳄버 이야기
악셀 하케 / 대원미디어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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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쳄버(12월이란 뜻) 왕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왕으로 책장 뒤편에 산다. 왕과 왕비가 껴안고 창에서 뛰어내리면 바닥에서 튕겨져 올라가 밤하늘로 올라간단다. 이때 별 하나를 따와 침대에 넣어놓으면 다음날 한 사람이 누워있게 된다. 그는 다 자란 성인의 모습이며,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줄 안다. 세월이 지나면 그는 크기가 작아지고, 그가 머무는 방도 작아지고, 기억이 지워지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진다. 결국 크기가 아주 작아져 사라진다.

자라면서 아는 것이 많아지는 우리는 외부를 바라본다. 자라면서 아는 것이 적어지는 데쳄버 왕은 자신의 내부를 바라본다. 데쳄버 왕의 이야기를 읽으니,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에 사람을 태울 때 유럽에서는 어린아이부터 태우지만 인디언들은 노인부터 태운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간은 채워지고 많아지다가 잃어가고 지워져서 늙는 것을 싫어하나 보다. 데쳄버 왕은 처음부터 잃어가고 지워지기 때문에 늙어가는 것을 편안히 받아들이나 보다. 데쳄버 왕처럼 늙어가는 것을,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하루하루 자신을 비워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데쳄버 왕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보이는 것만큼 큰가, 느끼는 것만큼 작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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