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성찰적이고 사색적인 책이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후회하고,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삶 앞에서 조심스러워지고, 삶을 받아들이고, 신 앞에서 겸손해한다.

이젠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겠노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노라 투정 부리는 대목에서는 슬쩍 웃음이 나온다. 힘들게 쓰던 글을 새벽 2, 3시 즈음에 끝마쳤는데, 자랑할 이 없어서 혼자 소주 반 병 마시면서 외로워했다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눈물이 글썽해진다.

날 힘들게 하던 이가 이젠 없으니 또는 대학교를 졸업했으니 울고 좌절할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닌가보다. 생각한다. 여전히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슬퍼하면서 살아야 하는가보다. 앞으로도 계속 될 외로움, 슬픔, 아픔들을 담담히 겪어내면서, 공지영씨처럼 차곡차곡 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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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품절


우리는 아이교육에 대한 거창한 철학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이를 직접 가르칠만큼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지도 않다. 다만 농사를 지으며 생명 본성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할까. --쪽

학교는 학교 안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 마음 속에, 또 내 뼛 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는...아니,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더욱 잘해야 나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쪽

그러나 엄마가 사교육 선생이 되고 집이 학교가 되는게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그래서 최연소 대학 입학이라든가 아니면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건가? 아니었다. 분명 그건 아니었다. 앞날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공부에 매달리는 건 모순이다.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내가 가르치는 일부터 그만두었다. --쪽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혼자 상상하고, 선택하고, 그리고 아이가 그걸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쪽

요즘 아이들은 내게 말한다. "엄마는 엄마 삶을 사세요. 우리 삶은 우리가 살게요." --쪽

보통 아이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아야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소중함을 강조하느라, 아이에게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지나치는 건 아닐까? 여기서 ‘혼자’는 또래와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식구들과 지내는 걸 말한다. --쪽

혼자 놀 줄 아는 아이를 보면서, 혼자서 논다는 건 정신적인 자립을 뜻하는 걸 알았다. 누구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나도 혼자 놀아보고 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쪽

나는 도시에 살면서 전문가가 되려했다. 자라면서 누군가 내 귀에 대고 계속 전문가가 되어 근사하게 살아보라고 세뇌시킨 것 같다. ...중간 생략... 전문가란 다른 말로 바꿔 ‘사람의 상품성’이 아닐까? --쪽

아이가 태어나 전인이 되면 어디를 가도 그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쪽

그동안 정해진 길을 다녔다면 이제는 자기가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나? --쪽

학교를 그만 둔 아이를 살펴보면, 한동안 잠만 잔다. ...중간 생략...

부모 마음에는 학교까지 그만두었으니 아이가 알아서 더 잘하기를 은근히 바라는데...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말라가던 나무가 싱싱해질 시간이. 줄을 서서 가기만 하다 자기대로 해보는 시간이. 부모 역시 학교라는 잣대로 아이에게 걸었던 기대를 모두 놓아버리는 시간이. --쪽

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아직도 사는 걸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그걸 손수 만들까를 생각한다. 탱이가 우리 식구 베개마다 수를 놔준 적이 있다. 황토물을 들여 손바느질한 베개. 그 베개에 이름 한 자씩을 도안해서 수를 놓았다. 어버이날 선물로 들꽃 한 바구니, 엄마, 아빠 그림을 그려준다. 엄마 생일 선물로 쑥쌀 한 켜, 검은 쌀 한 켜를 섞어 무지개 떡을 쪄준다. 그런 누나를 보고 상상이는 종이 접기로 선물을 마련하고, 나뭇가지로 칼을 만들어 동네 동생에게 주고, 제 아빠 생일 선물로 막걸리를 빚어준다. 이 모든 게 생산이면서 예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쪽

삶을 바꾸지 않고는 마음 공부에도 한계가 있었다. 산골로 와서는 몸을 많이 움직였다. 머리는 적게 쓰고 몸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몸이 달라진다. 불편했던 허리는 언제부터인가 씻은 듯이 나았고, 세수할 때마다 얼굴에 허옇게 벗겨지던 피부도 깨끗해졌다. 몇 해째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몸이 달라지고 있다. ...중간 생략... 이것은 중요한 깨우침이었다. 달리 말하면 몸을 몸 자체로 존중해주는 일이었다. 몸은 게으른 것도 원하지 않지만 무리하는 것은 더욱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농사일을 근본에서 다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될 수 있는 한 무리하지 말자고. --쪽

일은 배움과 마찬가지로 아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쪽

사람들은 탱이에게 가끔 묻는 말이 있다. "이 다음에 무얼하고 살거냐?" 그러면 한동안 탱이는 적당히 얼버무리곤 했다. ...중간 생략... 그러면서 탱이가 하는 말이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 다음에 무슨 일을 할까, 그걸 생각하게 되지 않아." --쪽

이렇듯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일’이 무언가를 배운다. 내가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님은 ‘일한다’는 말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상대로 즐겁게 무엇을 할 때’ 쓴다고 하셨다. ...중간 생략... 보통 우리 또래 어른들은 어려서 일을 억지로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제 자식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거기다 학교와 공부에 하루 대부분을 바쳐야 하니, 아이가 일 맛을 알 겨를이 없다. ...중간 생략... 상상이가 아홉 살 나던 해, 나는 상상이가 자연에서 어떻게 일을 하며 자라는지를 일기로 써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면 아이가 일을 저절로 한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일을 한 듯 만 듯 놀이처럼 하지만, 일을 하나하나 하면서 자연과 교감을 하고, 일을 하고 나면 식구 한 사람 몫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쪽

몸으로 직접 해보는 배움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중하다는 뜻이다. 어차피 일을 할 거라면, 그리고 해야 한다면 소중하게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중간 생략...
또 하나는 몸으로 배운 지식은 몸에 밴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잊었더라도 몸을 다시 쓰면 신기하게도 기억이 되살아난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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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벌거숭이들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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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랑우탄 연구가 전무하던 1960년대 오랑우탄을 찾아 밀림으로 찾아간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작가가 말하는 열대 우림에서의 고생스러움, 오랑우탄을 처음 만났을 때의 경이감, 로드와의 이혼 등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오랑우탄과 작가와의 상호작용도, 특히 애크매드와의 에피소드가 인상깊다.

작가의 두 번째 양녀였던 애크매드는 성숙한 후 작가를 데면데면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애크매드가 자신을 잊은 것일까 섭섭해 하는데, 애크매드가 자신의 새끼에게 가까이 오는 아크야 씨는 공격하면서 작가는 새끼를 만져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애크매드가 오래전부터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때가 자신이 인류 최초의 오랑우탄의 할머니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감동적으로 회고한다. 작가의 오랑우탄에 대한 서술, 즉 홀로 완벽하게 살아가는 모습, 오랑우탄간의 순수한 관계, 친밀감을 표현하지 않지만 한번 형성된 관계는 오래 지속되는 것 등이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과 많이 겹쳐진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고 오랑우탄으로 태어났더라면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비루테도 오랑우탄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랑우탄의 습성에 대해서, 인도네시아의 문화에 대해서, 오랑우탄의 위기에 대해서 몰랐다. 그러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며 길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앞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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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자유 사계절 1318 문고 11
채지민 지음 / 사계절 / 2000년 12월
절판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고치려는 노력이 없는 한 모든 미래는 그 과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죠. 여러분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는 어제를 정확히 돌아보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역사는 반복되는 거예요."--쪽

내가 나의 장래를 결정했다는 사실은 새로운 의무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다른 것은 포기할 수 있어도 내 인생의목표에 대해선 최선의 답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
--쪽

"언니는 항상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고 얘기해 주곤 했어. 힘겨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순간이라 해도 도망치려 하지말고 오히려 더 철저하게 덤비라고 말이야."--쪽

"인생은 자전거와 똑같은 거야.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는 법이지. 그렇듯이 인생도 쉼없는 자기 개발과 혁신을 이뤄야 해.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아. 앞으로 달릴 뿐이지."--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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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어도 웃는 눈 창비아동문고 176
이미옥 지음, 원유미 그림 / 창비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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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이 있어. 누가 이 말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엄마는 이 말이 참 좋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우린 지금 아파트가 아닌, 새롭고 낯선 동네라는 책을 읽고 있는 거야. 아빠는 뉴질랜드라는 책을 읽고 있는 거구. 늘 넓은 아파트와 좋은 환경만 읽으면 재미없잖아. 편식하면 안 되는 것처럼 세상을 골고루 읽어보렴. 엄마 말 알아듣겠니?"--쪽

"난 언제나 강하기만한 외할머니를 보고 그 힘이 어디서 나오냐고 물은 적이 있었어. 그랬더니 바로 고생을 했기 때문에 강해졌다는 거야. 그래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나봐. 그렇다고 너희를 일부러 고생시키고 싶지는 않아. 고생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시키고 싶을 뿐이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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