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벌거숭이들
비루테 갈디카스 지음, 홍현숙 옮김 / 디자인하우스 / 1996년 8월
평점 :
절판


오랑우탄 연구가 전무하던 1960년대 오랑우탄을 찾아 밀림으로 찾아간 그녀의 용기에 감탄했다. 작가가 말하는 열대 우림에서의 고생스러움, 오랑우탄을 처음 만났을 때의 경이감, 로드와의 이혼 등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오랑우탄과 작가와의 상호작용도, 특히 애크매드와의 에피소드가 인상깊다.

작가의 두 번째 양녀였던 애크매드는 성숙한 후 작가를 데면데면하게 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애크매드가 자신을 잊은 것일까 섭섭해 하는데, 애크매드가 자신의 새끼에게 가까이 오는 아크야 씨는 공격하면서 작가는 새끼를 만져도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애크매드가 오래전부터 자신을 엄마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때가 자신이 인류 최초의 오랑우탄의 할머니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감동적으로 회고한다. 작가의 오랑우탄에 대한 서술, 즉 홀로 완벽하게 살아가는 모습, 오랑우탄간의 순수한 관계, 친밀감을 표현하지 않지만 한번 형성된 관계는 오래 지속되는 것 등이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과 많이 겹쳐진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고 오랑우탄으로 태어났더라면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비루테도 오랑우탄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오랑우탄의 습성에 대해서, 인도네시아의 문화에 대해서, 오랑우탄의 위기에 대해서 몰랐다. 그러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며 길을 찾아간 것이다. 그러므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앞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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