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품절


우리는 아이교육에 대한 거창한 철학을 가진 것도 아니고, 아이를 직접 가르칠만큼 지식을 두루 갖추고 있지도 않다. 다만 농사를 지으며 생명 본성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고 할까. --쪽

학교는 학교 안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내 마음 속에, 또 내 뼛 속 깊이 새겨져 있었다.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학교를 다니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는...아니, 학교에 다니지 않으니 더욱 잘해야 나 스스로를 합리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쪽

그러나 엄마가 사교육 선생이 되고 집이 학교가 되는게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그래서 최연소 대학 입학이라든가 아니면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건가? 아니었다. 분명 그건 아니었다. 앞날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공부에 매달리는 건 모순이다.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내가 가르치는 일부터 그만두었다. --쪽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혼자 상상하고, 선택하고, 그리고 아이가 그걸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랐다. --쪽

요즘 아이들은 내게 말한다. "엄마는 엄마 삶을 사세요. 우리 삶은 우리가 살게요." --쪽

보통 아이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아야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소중함을 강조하느라, 아이에게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지나치는 건 아닐까? 여기서 ‘혼자’는 또래와 어울리지 않고 집에서 식구들과 지내는 걸 말한다. --쪽

혼자 놀 줄 아는 아이를 보면서, 혼자서 논다는 건 정신적인 자립을 뜻하는 걸 알았다. 누구랑 어울려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나도 혼자 놀아보고 있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쪽

나는 도시에 살면서 전문가가 되려했다. 자라면서 누군가 내 귀에 대고 계속 전문가가 되어 근사하게 살아보라고 세뇌시킨 것 같다. ...중간 생략... 전문가란 다른 말로 바꿔 ‘사람의 상품성’이 아닐까? --쪽

아이가 태어나 전인이 되면 어디를 가도 그곳에서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쪽

그동안 정해진 길을 다녔다면 이제는 자기가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자기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나? --쪽

학교를 그만 둔 아이를 살펴보면, 한동안 잠만 잔다. ...중간 생략...

부모 마음에는 학교까지 그만두었으니 아이가 알아서 더 잘하기를 은근히 바라는데...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말라가던 나무가 싱싱해질 시간이. 줄을 서서 가기만 하다 자기대로 해보는 시간이. 부모 역시 학교라는 잣대로 아이에게 걸었던 기대를 모두 놓아버리는 시간이. --쪽

뭐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나는 아직도 사는 걸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그걸 손수 만들까를 생각한다. 탱이가 우리 식구 베개마다 수를 놔준 적이 있다. 황토물을 들여 손바느질한 베개. 그 베개에 이름 한 자씩을 도안해서 수를 놓았다. 어버이날 선물로 들꽃 한 바구니, 엄마, 아빠 그림을 그려준다. 엄마 생일 선물로 쑥쌀 한 켜, 검은 쌀 한 켜를 섞어 무지개 떡을 쪄준다. 그런 누나를 보고 상상이는 종이 접기로 선물을 마련하고, 나뭇가지로 칼을 만들어 동네 동생에게 주고, 제 아빠 생일 선물로 막걸리를 빚어준다. 이 모든 게 생산이면서 예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쪽

삶을 바꾸지 않고는 마음 공부에도 한계가 있었다. 산골로 와서는 몸을 많이 움직였다. 머리는 적게 쓰고 몸을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몸이 달라진다. 불편했던 허리는 언제부터인가 씻은 듯이 나았고, 세수할 때마다 얼굴에 허옇게 벗겨지던 피부도 깨끗해졌다. 몇 해째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몸이 달라지고 있다. ...중간 생략... 이것은 중요한 깨우침이었다. 달리 말하면 몸을 몸 자체로 존중해주는 일이었다. 몸은 게으른 것도 원하지 않지만 무리하는 것은 더욱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농사일을 근본에서 다시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될 수 있는 한 무리하지 말자고. --쪽

일은 배움과 마찬가지로 아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쪽

사람들은 탱이에게 가끔 묻는 말이 있다. "이 다음에 무얼하고 살거냐?" 그러면 한동안 탱이는 적당히 얼버무리곤 했다. ...중간 생략... 그러면서 탱이가 하는 말이
"지금 일을 하고 있으니까, 이 다음에 무슨 일을 할까, 그걸 생각하게 되지 않아." --쪽

이렇듯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일’이 무언가를 배운다. 내가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님은 ‘일한다’는 말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상대로 즐겁게 무엇을 할 때’ 쓴다고 하셨다. ...중간 생략... 보통 우리 또래 어른들은 어려서 일을 억지로 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제 자식에게 억지로 일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거기다 학교와 공부에 하루 대부분을 바쳐야 하니, 아이가 일 맛을 알 겨를이 없다. ...중간 생략... 상상이가 아홉 살 나던 해, 나는 상상이가 자연에서 어떻게 일을 하며 자라는지를 일기로 써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면 아이가 일을 저절로 한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일을 한 듯 만 듯 놀이처럼 하지만, 일을 하나하나 하면서 자연과 교감을 하고, 일을 하고 나면 식구 한 사람 몫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쪽

몸으로 직접 해보는 배움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소중하다는 뜻이다. 어차피 일을 할 거라면, 그리고 해야 한다면 소중하게 배울 필요가 있지 않나. ...중간 생략...
또 하나는 몸으로 배운 지식은 몸에 밴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잊었더라도 몸을 다시 쓰면 신기하게도 기억이 되살아난다. --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