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다 : 박민규 편.

 

나는 가수다 대신 나는 작가다' 라는 코너가 있었다면...

 

 

 

 

 

 

 

 

 

 

 

 

 

 

 

 

임재범은 확실히 < 잊혀진 전설의 무사 > 캐릭터였다. 고만고만한 군웅할거'의 무림세계'에 임재범'은 홀연히 나타난다. 세월에 장사'가 어디 있는가?  그는 늙고, 병든 모습'으로 등장한다. 갓 아래 빛나는 눈빛 만이 그가 과거의 전설적 무사'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뿐이다.  지금 6인의 무사'가 그를 말없이 지켜본다.  작은 돌개바람이 바닥에 깔린 마른 모래'를 휘몰다 사그라진다.  " 비가 오겠군 ! " 그가 낮은 탁성으로  읊조린다. 

 

" 진정한 무사'는 적의 목을 벨 때,  칼이 우는 노래'를 듣소. 종종... 자신의 목이 베일 때'도 그 소리를 듣지 !  그것이 무사의 숙명이 아니겠소 ?  "  다시, 돌개바람 !  누가 먼저 칼을 뽑을 것인가 ?  이소라다 !  이소라가 칼을 뽑는 순간 7인의 칼에 반사된 빛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광무/光舞' 를 춘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그는 외친다. " 누구든, 나의 벼린 칼 끝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라 !  "  쿠아아아아아앙 .  무사는 냉정을 잃는 순간 목숨을 잃는 법이다. 하지만 그의 칼이 바람을 가를 때 내는 바람 소리'는 무디어졌고,  촉 또한 무디어졌다.  돌아온 무사의 포효하는 목소리'는 갈라,

 

졌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무디어진 칼과 촉'으로도 그는 무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떠난다. 남겨진 것은 6개의 칼과 머리'다. 전갈이 느린 걸음'으로 피비린내'를 맡으며 다가온다.  돌개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후, 두둑.  저, 멀리서 비가 온다.  저, 멀리서 하이에나가 운다.  아, 우우우우우우 !  아우우우우우 !  아이콩, 므므므므 무서워라.

 

 

< 나는 가수다 > 대신 < 나는 작가'다 > 라는 작가의 문장력' 경연 대회'를 연다면,  임재범이 연기한  절대지존 무림고수' 역은 누가 될까 ? 혹여,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조경란'이나 공지영'을 추천하지는 말라. < 나가수 > 에 < 걸스데이 > 같은 생활 체조 율동가'를 섭외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  절창 대회에서 엉덩이만 들이밀다가 갈 수는 없는 노릇.  신경숙 ?  글쎄 !  지나치게 대중적이지 않을까 ?  그녀의 발성법은 짧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임재범 역을 할까 ?

 

단연,  김훈'이다.  그는 느닷없이 문단에 출현하여 < 벼락 같은 축복 > 이라는 찬사를 받던 인물이 아니었던가 ?  그가 무대'를 장악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가 무대'에서 한지에 검은 먹물을 쏟아붓는 한 그는 절대지존'이리라. 하지만 그 또한 그리 오랫동안 무대'를 즐길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는 노마드'이므로 !  그에게는 자전거'가 있으므로 !

 

그가 떠난 무대'는 다시 고만고만한 군웅의 할거'로 난세'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실력 있는 무사'를 뽑으라면, 나는 < 박민규 > 를 선택하겠다. 그에게는 7단 고음이라는 화려한 스킬'은 없으나  대중성'과 넉넉한 성품이 있지 않은가 ?  그는 윤도현'이다.  웬만하면 떨어질 리 없다.  최소,  3개월 고정'이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우 하지도 맙시다. 아이콩 !

 

박민규는 < 삼미슈퍼스타즈 >를 락 버전으로 불러서 청중평가단 1위'에 오르는 영광도 맛보기도 했으며 < 지구영웅전설 >과  < 카스테라 > 는 그럭저럭 무난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다음 무대에서 부른 < 핑퐁 > 에서는 죽을 쓴다.  연이은 비슷한 느낌의 노래와 창법'으로 청중평가으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그는 비장의 카드'를 내놓는다. 이소라가 < 넘버 1 > 으로 분위기'를 반전하듯이 말이다. 그는 펑크 락'을 버리고 재즈 소울 발라드'를 선택한다. 그가 선보이는 작품은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다.  우우 ?!  와와 !

 

" 신사숙녀여러분!  다음 무대'는 이 무대의 비쥬얼'을 담당하시는 박민규 씨'입니다. 의외로군요. 비장의 무기인가요 ? 슬픈 소울 발라드'로 돌아왔습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

 

무대는 어둡다. 핀 조명'이 무대 위의 고독한 하이에나 박민규'를 비춘다. 그는 이소라 흉내'를 내며 고개'를 37도 왼쪽으로 기운 후 의자에 앉아 있다.  잠자리 안경 속에 찢어진 그의 눈은 감은 것인지 뜬 것인지 모를 만큼 째진 눈이다. 이때 재즈 피아노 선율이 조용히 흐른다.  그는,  부른다 ! 

 

 

눈을 맞으며 그녀는 서 있었다. 

그해의 첫눈이 내린 날이었고,

열아홉 살이던 내가...

정확히 스무 살이 되던 날이었다.

길고 쓸쓸히 이어진 빈 논과 드문,

드문 서 있던 나무들...

  

낯설다. 분위기 반전을 노린 계획은 어쩌면 잘못 둔 패착'이리라. 펑크와 락 창법을 뺀 소울 풍의 노래'에, 관중은 우우 ( 하지 맙시다 )  예예 ( 하지 맙시다 ) 한다. 하지만 그가 누구이던가 ?  시작은 불안했지만 서서히 본 궤도'에 오른다. 그는 지금 조용히 노래를 부르지만 절정 부분'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창법을 구사하리라. 역시나 예상은 적중한다.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P.185

 서서히 그의 색깔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절정 부분에서 이렇게 방방 뛴다.

 

알아 ?  추녀를 부끄러워하고 공격하는 건 대부분 추남들이야. 실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인 거지...  보잘것없는 여자일수록 가난한 남자를 무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안 그래도 불안해 죽겠는데 더더욱 불안해 견딜 수 없기 때문이지. 보잘것없는 인간들의 세계는 그런 거야.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봐줄 수 없는 거라구. 그래서 와와 하는 거야. 조금만 이뻐도 와와, 조금만 돈이 있다 싶어도 와와, 하는 거지.

P.220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와와'라는 가사'를 지르자, 청중평가단 또한 와와 한다. 이 정도면 임재범이 부른 약간 촌스러운 퍼포먼스다. 그는 무릎을 꿇고 < 누가 나를 위로하지 ?  .... 바로 여러분 ! > 을 외치는 것이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가사'로 청중평가단의 여심을 사로잡는다. 

 

 

미녀가 싫다기보다는 미녀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에 나는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랄까, 그것은 부자에게 주어지는 세상의 관대함과도 일맥상통한 것이란 기분이 들어서였다.

 

P.315

 

 노래는 끝났다. 그는 무대'를 떠났다. 종합 점수 4위'였다. 그는 살아남았다. 500명의 청중평가단 가운데 여성은 300명이었다.

 

 

 

 

 

p.s 나는 작가다 2편은 성석제'입니다. 참고로 2편에서 박민규는 자폐아'로 나옵니다. 그는 하루종일 " 내 손은 백만 불짜리 손... 내 손은 백만 불자리 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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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7-0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님이 나는 작가다!로 무대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와와에 예예를 할 겁니다! ^^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19:52   좋아요 0 | URL
우와 와'를 합쳐서 우와''' 라고 하셔도 됩니다. 혹은 와를 먼저 붙여서 와우'라고 하셔도 되고요... 방긋.

라로 2013-07-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 이거 시리즈 해주시는 거야요????꺅~~~~~좋아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1:48   좋아요 0 | URL
오홋... 반응 보고 10편으로 시리즈를 늘려보겠습ㄴ다. 개인 블로그에 올렸을 땐 별 반응이 없었는데
역시 알라딘은 이런농담을 좋아하나 봐요.. 후훗..

iforte 2013-07-04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오늘의 소감은 완전 요새 애들 시셋말로 표현해야 하겠는데요. 대. 박.
잘 읽었고요, 제점수는요......... 60초 뒤에 공개할께요... ㅎㅎㅎ

넘 재밌게 읽었어요. 글재주 만큼은 역시 곰발님이 갑... 아차, 곰발님은 새 좋아하시지..... ㅍㅎ
언젠가 반드시 곰발님이 무림평정하시고 나는 작가다, 왕중왕전 차지하실날이 올듯요.

지금 이곳 아침은 해가 쨍 밝아서인지, 곰발님의 맛깔나는 글 읽어서인지, 기분도 쨍하네요. 거기는 밤이니, 곰발님, 굿나잇하셔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1:47   좋아요 0 | URL
오홋... 요거 반응이 좋군요... 제 개인 블로그에 오래 전에 써둔 글입니다. 시리즈로 몇 편 더 있어요. 한 4편 되는데 반응 좋으면 10편으로 늘려보지요. 성석제'는 새터민'으로 나오고, 박민규는 자폐아'가 됩니다. 2편을 기대해주세요. 미리 써둔 것이라 잔뜩 있지만 그래도 쪼는 맛이 있잖습니껴 ~~~ 내일 공개하겠습니다.

iforte 2013-07-04 23:3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역시 연재가 흥미진진하게 하는데는 최고죠. 앗싸... 10편까지... 앞으로 또 날마다 손에 땀을 쥐고, 안나오면 러닝머쉰 한시간 뛰어서라도 억지로 땀을 짜내서, 기다리겠네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00:08   좋아요 0 | URL
갑자기 부담감이.. ㅎㅎㅎㅎ.
정성일 씨도 등장하고 뭐 그렇스비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글러벌하게 하루키도 등장시킬까 고민하는데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군요.. 흠흠...

비로그인 2013-07-0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이 글 좋다. 너의 이런 리즈미컬하고 템포있는 글 참 좋아. ㅎㅎ
성석제 기대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2:53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에서 압권은 성석제 작가님이시다. 내가 너무 애정하는 작가'로 좀 막 갔다....

새벽 2013-07-04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밌습니다. 누가 나가수와 문단을 저리 비교할 생각을 할 것이며 누가 저렇게 나가수 무대를 묘사하겠습니까.
곰곰발님께선 이제 포스팅보다 등단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셔얄 듯.. (읭?)

그런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는 이 책 광고 봤을 때 웬 클래식 곡명을 그대로 책이름으로.. 하면서
흔한 통속물인 줄 알고 무시했었거든요. 곰곰발님이 이 정도로 칭찬하실 정도면 끝내주는 소설이겠군요. 음..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4 23:07   좋아요 0 | URL
끝내주지는 않습니다. 한 중간 정도 ? 제가 좋아하는 순서는
슈퍼스타 - 더블 - 지구영웅전설 - 파반느 - 핑퐁.... 이 순입니다.
박민규는 기본 가닥은 있잖아요. 전 박민규가 하루키보다는 3배는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마립간 2013-07-05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분야의 고수는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진화론 분야의 대가, 고수의 대결은 '다윈의 식탁'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데, 긴장감이 '나는가수다'에 못지 않습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491338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5 12:5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 저 이 책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책은 과핵책이든 철학잭이든 어지 되었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이미화 2013-07-05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한은 정말.. 죽었을까요? 스트로베리필드로 떠났을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31   좋아요 0 | URL
이미화 님 어디서 닉이 낯이 많이 익습니다, 만...
요한'이 행방불명 되나요 ? 읽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찾아봐야겠다..ㅎㅎㅎㅎ

히히 2013-07-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확실히 곰...발님의 글입니다.
위트 빠진 님의 글은 코 없는 버선, 귀 없는 바늘, 눈 없는 겨울이겠지요?

고수는 속인들의 품평에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러니 절대지존이 되지요. 노마드여 계속가라.

곰곰생각하는발 2013-07-06 17:31   좋아요 0 | URL
어제도 술마시면서 위트에 대해 말했습니다.
위트'는 참 소중한 겁니다.
위트가너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습니다.

윤스리 2013-07-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알라딘 뉴스레터 이메일 받았는데 페루애 님의 글이 똭 ㅎㅎ 뭔가 뿌듯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7-10 14:46   좋아요 0 | URL
그런 게 뜹니까 ? 난 안 뜨던데...ㅎㅎㅎㅎ
아참, 히말라야 갔다 왔는데 어떻습니까. 여행 후기나함 올려주쇼...
 
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킹은 킹이다 !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실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춘향이는 변학도에게 몸을 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데, 변학도'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화려한 비단 음경가리개'로 갈아입는 꼴이다. 곰곰생각하는발 씨'가 그렇다. 그는 미리 근사한 수상 소감 전문을 작성한 것이다. 소설을 쓰기도 전에 말이다. 당선자들은 수상 소감으로 " 문학이여, 영광 있으라 ! " 를 외치며 자신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문학이라고 고백한다.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나 ? 문학이 당신을 키웠다면 당신을 키운 부모는 시다바리'인가 ? 그런 건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문학 대신 부모를 하와이에 보낼 위인이다. 너무나 상투적인 당선 소감문에 질려버린 곰곰생각하는발 씨'는 소설을 쓰기도 전에 미리 수상 소감'부터 적었다. 가급적이면 건방지게, 쿨하게, 나를 키운 것은 팔 할'이 부모이고, 일 할은 영화였으며, 나머지 일 할'은 문학이었노라고 고백하리라.

 

" 원, 투, 쓰리... 아아아,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 삐이이익 ) 원투쓰리 강냉이, 아주 공갈 염소똥 십 원에 열두 개... 아, 아아아 ! 이 자리를 빛내주신 문청 여러분. 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훌륭한 선배로부터 후대에 빛날 벼락 같은 작품이라는 칭찬 릴레이'보다는 " 해법수학 " 이나 " 성문기본영어 " 처럼 잘 펼려서 돈 걱정을 하지 않는 작품을 쓰는 것이 제 목표올시다. " 이렇게 수상 소감을 작성하고는 혼자서 낄낄 웃는다. 아, 통쾌하다 ! 그렇다, 제임스 조이스'가 되느니 스티븐 킹'이 되겠다. 킹이 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재미있었나 ! 그런 그가 < 유혹하는 글쓰기 > 라는 소설작법 창작론" 을 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박장대소하게 된다. 오이도행 전철 안에서 무릎을 치며 읽다가 웃겨서 침을 흘린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에서 정말 심각한 잘못은 낱말을 화려하게 치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쉬운 낱말을 쓰면 어쩐지 좀 창피해서 굳이 어려운 낱말을 찾는 것이다.

 

고향 찾아 삼만리" 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 시원적 원형의 광명'을 찾아 떠나는 오이디푸스적 맨발의 고행 " 이라고 쓴다는 것이다. 이런 문장을 쓰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 먹물 " 이다. 그나마 " 먹물 " 이면서 " 먹물 " 이라고 말하는 문어는 계급에 대한 커밍아웃'이므로 봐줄 만하다.  문제는 꼴뚜기이면서 문어 행세'를 한다는 점이다. 킹 할아버지가 보시기엔 심히 좋지 않다. 거짓'은 문장을 망치는 첫 번째 요소'이다. 나는 창작론이 이토록 재미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르며 읽고 있는데 결정적 문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이 책을 2006년에 읽었다. ) 바로 이 문장이다.

 

나는 등장 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특히 의류 명세서 같은 소설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옷에 대한 설명을 읽고 싶으면 차라리 패션 상품 카탈로그를 보겠다. )

 

이 지점에서 독자는 우우, 하지 말고 와와, 해야 한다. 혹은 우와, 라고 말해도 좋다. 그렇다 ! 바로 이 지점이 킹의 소설작법이 다른 국문과 교수가 쓴 소설작법'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일반적 소설 작법은 대부분 이렇게 쓸 것이다. " 등장 인물의 신체적 특징과 옷차림'은 등장 인물의 캐릭터 구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세밀하게 구축할 것 ! " 나는 <  보봐리부인 > 을 읽다가 미쳐서 죽을 지경까지 간 적이 있다. 나는 보봐리를 읽는 내내 차탈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세부 묘사는 보봐리 부인의 벌거벗은 몸에 대한 집요한 세밀화였지, 옷 입은 보봐리 부인의 풍경화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옛날옛적 옷'을 상상하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플로베르가 매우 훌륭한 작가라는 점을 안다. 다만 내 취향은 아닐 뿐이다. 나는 복장도착자는 아니다.

 

이 책에서 킹 할아버지'는 그답게 뻔한 " 문장 강화 훈련 " 을 시키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작법 책이 플롯이 중요하다고 강조할 때, 킹은 플롯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플롯은 개나 줍시다 ! 이처럼 이 책은 시니컬한 조롱이 대부분이다. 받아쓰기 몇 번 한다고 해서 세익스피어가 된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다 소설을 쓸 것이다. 킹 할아버지'가 미쳤다고 자기 밥그릇을 넘볼 호랑이 새끼'를 키우겠는가 말이다. 프로야구 타격왕'은 절대 현역 시절에 " 타격교본 " 따위를 쓰지 않는 법이다. 은퇴 후라면 모를까. 그런데 그가 마지막 즈음에 쓴 문장 하나'가 묘하게 가슴을 울린다. 부끄러워서 그랬는지, 그는 별 수식 없이 빠르게 쓰고는 조용히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종이에 옮겨놓은 낱말은 단 한 개도 없었다. 더러는 우정 때문에 했던 일도 있지만 - 출판계의 용어로는 상부상조라고 한다 - 그것은 아무리 깎아내려도 좀 유치한 물물교환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그렇다. 그는 오르가슴을 위해서 글을 쓴 것이다. 다른 이유는 아무것도 없다. 좋아서 쓰다 보니 돈도 생기고 명예도 생긴 것이다. 특별히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쓴 것도 아니고, 어떤 사명감을 위해 쓴 것도 아니다. 지구는 독수리 오 형제'가 지키고, 대한민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킨다 !  킹은 그냥 좋아서 쓴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보았던 고백 중에서 가장 소박하면서 감동적인 것이었다. 오, 오오오르가슴을 위해서 썼다니 !  하루키가 자위하려고 씁니다, 라고 고백한 것보다 좋다. 마지막으로 킹이 남긴 조롱으로 끝을 맺겠다.

 

나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격려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나쁜 작가란 없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미안하지만 세상에는 형편없는 글쟁이들이 수두룩하다.

 

 

 

 

 

 

 

+

 

http://myperu.blog.me/20144553474 : 사진에 대한 글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287511 : 정성일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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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orte 2013-06-1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였더라. 흄이라 그랬던가 (워낙 기억력이 떨어지는 관계루다가 이부분은 대충 생략..). 처음에 낸 책이 더럽게 안팔리자 작정하고 한 2년정도 창작법을 배웠답디다. 그리고 똑같은 책을 문체만 바꿔서 재출간 했더니 대박이 났다고해요. 그거 읽구 혹자는 창작법 책만 산더미로 쌓아놓고 있다는 소문이.. 험 험..

글쓰기는 읽을줄 알면 누구나 되는건줄 알았는데.. 요즘 곰발님 글을 읽으면서 새삼 글 잘쓰기의 위대함에대해 알아가고 있읍니다. 좋은 글 읽으면 (것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심장은 펄펄 뛰는데.... 머리가 영 따라주지 않네요. 필빨 좋아봤자 내용 없으면 안되는 건조한 글만 먹구살던 처지라...흑흑.. 그냥 좋은 글로 눈호사하는걸루 만족하기만 하는 불쌍한 중생입니다. 중생구원을 위해 많이 글 올려주셔요. 지금처럼만, 쭈욱....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23:0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쉬운 글을 어렵게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어려운 글을 쉽게 쓰는 글은 어렵다.전 이오덕처럼 옛글 옹호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말에는 찬성합니다. 쉽게 글을 쓰기 위한 생각이니 말이죠. 요즘 문학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작성한 글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쉬운 글을 왜 저렇게 어렵게 쓰지 ? 정성일 평론 읽다가 성질나서 책 덮었습니다.

iforte 2013-06-1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뜬금없지만... 아래 서재목록에 보니 아버스에 대한 책도 있네요. 혹 사진에대해 쓰신 글도 있나요? 있음 올려주어요. (조름과 협박 사이의 미묘한 톤으로..) 전 갠적으로 Andre Kertesz랑 Cartier-Bresson 팬이랍니다. ㅅ.ㅅ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23:01   좋아요 0 | URL
사실 알라딘에도 사진 이야기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알라딘이 워낙 후져서 사진 이미지들이 며칠 지나면 액박이 뜨더라고요. 그래서 다 삭제했습니다. 대신 네이버 링크 걸어드릴게요. 저번에 올린 짧은 글들은 모두 사진에 대한 단상입니다. 위에 네이버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전 다이안 아버스, 시디셔먼, 로버트 프랭크 팬입니다... ㅎㅎㅎㅎㅎ.

iforte 2013-06-16 04:48   좋아요 0 | URL
오늘은 공부에 집중도 안되고... 커피를 홀짝이며 링크 걸어주신 사진글들을 다 읽었네요. 감사합니다. 귀한 글들을 감상할 기회를 주셔서.

원래 순수미술을 추구하던 경력때문인지, 전 사진이나 그림이나 메시지가 넘 강한 작품은 덜 보게되요. 어떤 작품은 맘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더더욱 눈이 안가요. 아버스도 그렇구... 신디 셔먼도...죄송... 워낙 공부할때 외에는 뇌를 빼놓고 사는 축이라.. ㅎㅎ... 아, 이번 여름엔 우연히 달라스에 놀러갔다가 신디셔먼 작품 전시회를 보게되었는데 매일 조그만 화첩으로보다가 거대한(?) 화판으로보니 느낌이 틀리긴 하더라구요. 어쨌든, 전 갠적으로 정신줄 놓고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는 작품들을 좋아해요. 사는일 자체가 힘이 들어서 그런가... 거기에 시각적 자극까지 과부하를 걸면, 피곤해서...... 그냥 무뇌인으로 살게 냅두어도 좋아요... ㅠㅡㅠ
그래두 듀안 마이클은 좋아해요. 워낙 특이한 상상력에 감탄, 또 감탄.... 사진도 좋구요.

iforte 2013-06-16 04:51   좋아요 0 | URL
아...근데 올리신 글들 중에 '셋이 모이면 할수있는거'... 전 고무줄을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고무줄은 둘만 있어도 할수있겠더라고요. 전봇대에 한쪽 매고... 그래서 생각한게, 야구...? 왜냐면, 최소한 투수, 포수, 타자는 있어줘야...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5:2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셋이 모이면에 대한 포르테 님의 댓글 제가 좀 어디에서 인용해도 되겠습니까 ?
저도 오늘은 잠 안 자고... 글이나 잔뜩 올려야겠어요...

사진 저도 참 좋아합니다. 집에 암실을 꾸며놓기도 했고,
암실에서 작업하다가 기절 비슷한 것도 경험했습니다.
왜 암실 작업 오래하면 현상액 냄새 때문에 가끔 쓰러지는사람들 있잖습니까...

현상액에서 사진 이미지가 떠오를 때... 그거 그거 중독인데 말입니다.
빨간 불빛 아래 이미지 떠오를 때의 그 묘한 오르가슴 말입니다...

iforte 2013-06-16 08:06   좋아요 0 | URL
우왓, 암실실실...!! 전 디지탈. 좋은 컴하나만 있음... ㅋ
넹. 언제든지 인용하셔도 되요. 전 글재주도 없어서 곰발님이 잘 요리해주시길 바랄뿐. 갑자기 백호의 '왼손은 거들뿐' 대사가 중첩되고....

새벽 2013-06-16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스티븐 킹.. 맨날 영화로만 접했네요. 언젠가 스티븐 킹 작품은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두세 권 추천 좀.. 지난 몇 달 제 취향 어느 정도 캐취하셨으니 감안하셔서..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3:49   좋아요 0 | URL
일단... 사계 추천합니다. 리타헤이워드와 쇼셍크 + 스탠바이미' 두 개가 사계'입니다. 입문하실려면 그의 대푝적 시리즈도 좋지만 일단은 이렇게 가볍게 시작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새벽님 취향으로는 11.22.63도 좋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애완동묠 묘지를 애정합니다. 걸작입지요.... 아, 그린 마일도 좋고... 뭐...

무순위..

사계, 애완동물묘지, 그린마일, 11 22. 등입니다요. 킹은 모두 질이 다 비슷비슷해요... 아무거나 읽어도 모두 걸작입니다...

새벽 2013-06-16 14:2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펫 세메터리..도 스티븐 킹 원작이었네요 그러보 보니.
사계와 애완동물묘지부터 시작해봐야겠어요. 추천 고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4:35   좋아요 1 | URL
미칠 정도로 좋은 작품입니다. 전 늘 애완동물이 킹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Nina 2013-06-16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킹 진짜 매력있어요. 킹 짱! ㅋ
이 사람 영화 중에 얼마전에
Dreamcatcher랑
The Mist 두개 봤어요. Stand by me랑 Shawshank Redemption은 이미 봤고.. Misery는 하도 어렸을때 봐서 가물가물.. 검색해보니 제가 안본게 아직도 많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09:09   좋아요 1 | URL
미스트 좋죠 ? 역시 킹 전문 감독은 다라본트 감독입니다.
전 이 양반 영화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히히 2013-06-16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계중에서 "호흡법'을 읽다가 제 숨이 빨라져서
책을 덮고도 한참 후에 담담하고 유연한 날숨을 내쉬었답니다.
몰입도 끝장나더이다. 차츰 읽어 볼 생각입니다.
김진준의 역서를 찾다 '스텐바이미'를 들었는데 상당히 신나게 읽었더랬죠.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6 16:05   좋아요 0 | URL
뭐 이 양반... 대단한 양반이에요. 1408은 버릴려다가 그냥 단편집에 실었다고 하더라고요.
미친 양반입니다. 이런 야반 때문에 평범한, 재능없는 한국 작가들이 욕을 먹는 거 아니겠습니깡..

고양이라디오 2016-04-28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이 글 너무 좋습니다. 킹은 정말 킹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4-29 14:42   좋아요 1 | URL
으하하 재미있으셨나요. 이게 원작이 재미있으니 리뷰도 재미가 더해진 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모든 공로는 킹 오브 킹` 님에게...

고양이라디오 2016-04-29 21:39   좋아요 0 | URL
이런 미스트도 킹작품이었나요????
영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진짜 킹오브 킹이네요
역시 이름따라 가나봅니다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5-01 03:06   좋아요 0 | URL
미스트 읽어보세요. 뛰어납니다. 킹 할아버지가 이 정도랍니다. 허허허허허허허..
 

 

 

 

 

 

 

 

 

 

 

 

 

 

 

 

 

" 하지만 생각해 보라.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는 계획적인 어린이 유기로 시작하더니만 어린이 납치로 발전하고, 노예 만들기, 불법 감금까지 더해지더니, 마지막에는 정당화된 살인과 시체 소각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어머니와 아버지라면, 안데스 산맥에 비행기가 추락하자 비행기에 타고 있던 럭비 선수들이 죽은 동료 선수를 먹음으로써 살아남았다는 내용을 극단적으로 선정적으로 다른 멕시코 날림 영화 < 생존하라 > 를 결코 자녀들이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모들도 마녀가 아이들을 살찌워서 잡아먹으려고 하는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반대할 명분을 거의 발견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막돼먹은 동화를 꼬마들에게 선사하면서도, 어쩌면 더욱 깊은 마음 속에서는 이러한 동화들이 꼬마들의 두려움과 반항심을 구체화시키는 완벽한 구심점이 된다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이해할 것이다. "

 

 

- 죽음의 무도 中, 스티븐 킹

 

 

 

 

 

 

미녀는 마녀다, 라는 명제는 틀리다. 하지만 마녀는 미녀다, 라는 말은 맞는 명제'다. 왜냐하면 마녀는 둔갑술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늙은 마녀는 사람들 앞에서는 미녀로 둔갑한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성형 중독인 그(녀)는 탱탱한 젊은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 그(녀)는 백 번째 피부 조각으로 꿰맨 옷을 입고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시늉을 할 것이다. 흉물이란 늘 그런 존재'다. .

 

작품 속에서 버펄로 빌의 직업은 재단사‘다. 그는 희생자들의 피부에서 벗겨낸 여성 인피로 가죽 옷을 만든다. 그의 욕망은 여성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피부로 만든 옷으로 몸을 감싸서 자신의 남성 육체’를 감추고자 하는 것이다. 고치 속에 몸을 숨긴 좀나방 유충처럼 말이다. 드라큘라의 송곳니'가 보톡스 주사바늘의 은유라면, 재단은 몸매 성형의 은유다. 현대의 성형 여성은 드라큘라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주사바늘에 의지해서 젊음을 유지하거나 clothes moth'를 욕망한다. 주름이 없는 탱탱한 피부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그로테스크하다.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을 좋아한다고 하면 대뜸 이런 반응이 날라온다. 왜 <그따구 >영화/소설을 보세요 ? 더군다나 소설이 토막 살해'된 시체 중 일부는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라는 내용을 다루면 < 그따구 > 라는 비표준어는 깔따구'처럼 수십 마리'가 하늘을 날며 나에게 공격을 가한다. 고상한 척하더니 변태로군요 ! 그런데 이 공격적 비아냥거림'에 대한 답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늘 궁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스티븐 킹이 말한 헨젤과 그레텔의 비유를 들어서 설명하리라. 알맞은 답변이다.

 

 

 


 

 

 

 

 


 

 

 

세기의 마녀들.

 

 

 

영화 < 양들의 침묵 > 에 나오는 연쇄살인마인 가죽 재단사'는 남성화된 여성 마녀'다. 괴물'은 여성 피부 거죽'을 자기 몸에 착용함으로써 상징적 여성화'를 꾀한다. 자신이 가장 탐나는 피부'를 찢고, 이어붙이고, 재단한다는 측면에서 이 행위'는 성형과 직결된다. 그'는 성형을 통해서 여성'이 되고 싶어 한다. 이 영화를 비틀면 < 백설 공주 > 코드'가 나온다.  백설공주에서 마녀의 정체는 젊은 척하는 흉물이다. 마녀는 젊음이라는 피부 거적때기'를 몸에 두른 코스튬 플레이어'다. 하지만 이 피부 거적때기'는 가죽과는 달리 영원한 것이 아니라 쉽게 낡고, 썩고, 해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피부 가죽 원단을 교체해야 한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젊은 여자'의 심장이 아니라 피부'이다.

 

 

< 양들의 침묵 > 에서 조디 포스터'는 안소니 홉킨스의 딸이며 렉터 박사는 노심초사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왕'이다. 그리고 살인 재단사'는 최종적으로 딸을 죽임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왕비다. 왕비'는 말랑말랑한 젤라틴'을 원한다.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니 ? " 거울은 과연 누구를 호명할 것인가 ? 거울은 명쾌하게 쏟아낸다. 

 

 " 삐리리리...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코 팔 때 매력적입니다 ! 섹시한 새끼손가락을 콧구멍에 걸며 조심스럽게 목표를 향해 움직일 때는 마치 꼬리를 흔들며 먹이를 유인하는 아일랜드 살무사처럼 우아합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는 곰곰생각하는발'입니다. 그는...... 똥구멍까지 아름다울 위인입니다. 국화 무늬 괄약근이라니.  "  그 말에 마녀, 웃으면서... 코 판다. 부숴버리겠...... 어.

 

현대 성형 여성은 마녀'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모두 요술 거울 앞에서 " 거울아, 거울아 !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 " 라고 묻는 마녀와 같다. < 백설공주 >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 향숙이는 예쁘다 > 가 아니라 < 왜 왕비는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질문을 던지는가 > 에 있다. 그것은 자신의 육체에 대한 지속적인 불안 때문이 아니었을까 ?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 자기 존재 부정 환자 " 이다. 성형중독은 본질적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는 현상이다. 성형 미인'은 죽어서도 썩지 않는다. 몸은 썩어서 사리지지만 가슴에 넣은 실리콘과 철심은 그대로 남는다.

 

 

 

 

 

세월을 긍정할 때‘가 온다. 그것은 타협도 아니고 포기’도 아니다. 세계의 사물에 관대해지는 법을 깨닫는 것, 늙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말랑말랑한 무른 몸‘은 잘 익은, 곰삭은, 관대한 여유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생생한 복숭아보다 썩은 복숭아’가 더 향기로운 향내‘를 간직하듯이 나이든 몸’은 무저항을 향한 하얀 백기‘다. 누구나 " 회춘 " 을 욕망하지만, 회춘'이란 기본적으로 영혼을 팔아야지만 얻을 수 있는 머스트 헤브 아이템'이다. 파우스트는메피스토 펠레스'에게 영혼이라는 심장을 팔아서 탱탱한 피부'를 얻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이름 없는 괴물을 창조한 이유’도 늙은 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늑대인간은 ? 캣피플은 ? 드라큘라 백작의 여인들은 ?

 

 

 

그들은 처지지 않은 탱탱한 젖가슴과 주름 없는 피부를 얻기 위해서 드라큘라 백작이나 메피스토 펠레스에게 매혈을 한다. 드라큘라 백작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현대판 성형 주사바늘이다. 보톡스 주사’다. 피를 판 대가로 얻은 것은 젊은 척하는 늙은 몸이다.

 

40대 여배우가 성형으로 20대의 얼굴과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들이 괴물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보톡스 주사로 마비된 얼굴은 마치 " 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자의 얼굴 " 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쾌하다. 그들은 Undead/ 죽지 않은 몸'이 아니라 Living dead/ 살아 있는 시체 같다. 늙은 색욕이다.

 

배우란 얼굴 근육'을 써서 표정을 연기하는 직업이다. 투수가 팔 근육을 써서 공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런데 보톡스'란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이다. 웃고 있는데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서 웃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젊음이라는 불멸을 얻기 위해 표정을 잃는다.

 

주름이야말로 표정을 연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렇게 ! 그것은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곡을 연주해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미용을 위해서 손톱을 길게 기르는 것과 같다. 나는 나이 든 여배우의 깊은 주름을 보고 있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깊은 주름이 매력인 수전 새런든은 별다른 연기 없이도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녀는 굳이 대사를 읊지 않아도, 우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진정성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름의 놀라운 효능이다. 자연스럽게 늙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젖가슴은 처지더라도, 젖꼭지가 점점 진한 색깔을 보이더라도, 머리가 희끗희끗 흰머리‘가 관목처럼 밑동에서 가지’를 치며 올라오더라도, 그 세월을 순응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맛이 좋다. 그리고 성한 복숭아보다는 상한 복숭아가 더 달콤한 몸내를 풍긴다. " 시인의 말이다. 이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홍상수처럼 말하자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회춘‘은 역설적이게도 괴물이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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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3-06-14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들의 침묵의 살인마가 남성화된 여성마녀!란 표현 기막히다!
드라큘라의 이빨이랑 보톡스 주사 바늘의 비유도 정말 그럴듯 해!
(대체 이런 생각은 어떠케 나나 몰라~ㅎㅎㅎㅎ)
한국에서 이젠 남자들 포경수술처럼 보편화된 쌍까플 수술..
내게는 정!말! 의아한 얘긴데.. 그런 나를 보고 "왜 쌍꺼플 안 해?" 이러는
여러 친구 보면... ㅠㅠ 나의 두터운 외꺼플이 막.. 씁쓸해진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14:26   좋아요 0 | URL
남자의 포경수술 사랑을 매도하지 망 !!

( 전에 올린 포스팅인데 수정 보완해서 다시 올린다.. 욕하지 마라.. )

Forgettable. 2013-06-1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선가 봤는데 아름다음을 유지하기 위해 늙고 싶지 않아하는 욕망은 곧 썩지 않고 싶어하는 욕망이고, 썩지 않는 인간은 상당히 흉하기 때문에 결국은 추하게 된다는 ㅎㅎ (여기서 읽은건가?)
암튼.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겠다는 이상한 결론으로 귀결되네요 ㅋㅋㅋ

(쓰다보니 말이 짧아져서 다시 존대말로.)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14:50   좋아요 0 | URL
전... 하나로 통일 주의자'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반말해도 좋도 모두 존대말해도 좋습니다.
반말한다고 화내는 성격은 아님요.. 전 가끔 50대 여배우들이 보톡스 잔뜩 맞고 와서 연기할 때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 실화임 !! ) 자식 살해범으로 어머니가 용의선상에 오른 적이 있씁니다. 범인은 따로 있었으나 형사들이 이 여자를 용의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합당했어요.
무표정 !!!!!!!!!!!!!! 자식이 죽었는데 무표정한 겁니다. 운다고는하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우니 연기하는 것처럼 느낀 겁니다. 알고 보니 보톡스 때문이라고 ....


하물며 배우가 얼굴에 보톡스라니요.

마립간 2013-06-14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을 긍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제가 추구하는 가치관, 보편성(불멸)을 위해서는 세월도 긍정해야... ; 의도하는 의미의 문장이 안 써지네요.

http://blog.aladin.co.kr/maripkahn/433794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23:21   좋아요 0 | URL
의도하신 바대로 덧글을 다셨습니다.

히히 2013-06-14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초등학교 교문에서 눈 좀 보자는 어른들이 많았는데
까만 피부에 상대적으로 쌍거풀 진한 눈이 선명하였겠지요.
당시 동네 또래 중에서 눈거풀에 풀칠놀이를 즐기지 못한 홍일점이였습죠.
지금은 20세 이상 무쌍거풀녀를 찾을 수가 없으니...
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자연산인가요? 랍니다.
이놈의 깜놀할 성형술의 발달.
고마 이마에 뽕넣고 실리콘으로 코를 정복할까 보다.
이젠 얼굴에서 디밀게 없어요.

I am from Vietnam 혀짧은 소리를 하면 모두가 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4 23:22   좋아요 0 | URL
히히 님 까만콩이란 별명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자주 느끼지만 히히 님 뭔가 고수란 느낌이....
혹시 작가 아니십니까 ?

소나기 2013-06-15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관대해지는 법을 깨닫지 못해서인지 세월을 긍정하기가 힘이 듭니다.
마녀의 속성을 갖고 있는 소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4:08   좋아요 0 | URL
전에 50대 여성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염색을 안하셨더라고요. 거의 백발인...
아.. 그런데 이분 정말 멋있더라고요.... 대단하신 분이었습니다.
왜 염색 안 하녀고 누가 물었더니... 자기는 나이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염색을 안한다고 하시더라고요...

iforte 2013-06-15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지젝의 글을 읽고 뿅(?) 빠져든적이 있었는데, 곰발님 글을 읽다보니 갑자기 지젝 생각이 나네요. 영화와 현실을 참으로 적절히 버무려 공감버튼을 꾸욱꾹 누르게하는 힘. 그래도 제가 읽었던 책에서 지젝은 동화까지는 건들지 않았던듯.. (소설은 많이 인용했지만..). 그래서 지젝의 글은 여린 감성과 시적 감흥이 떨어지는 거여요. 그런 의미에서 곰발님이 한수위...?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4:07   좋아요 0 | URL
동화까지 건드린 분 많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이엉돈 피디 목소리로..) 지첵 한 번 먹어볼까요 ? 맛있는데요.... 킹의 죽음의 무도 추천합니다. 무척 재미있어요. 킹은 참... 소설도 잘 쓰지만 이런 에세이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의 < 유혹하는 글쓰기 > 는 제가 읽은 역대 가장 재미있는 비소설 분야' 중 킹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제첵도 있었구나... ㅎㅎㅎㅎㅎ. 지책 하니 로쟈 님 생각부터 먼저 드네요..ㅎㅎㅎㅎㅎ 지첵이 나온 다큐 본 적 있는데... 아이고... 이분 친절한 이웃집 아저씨 같습니다.

iforte 2013-06-15 07:43   좋아요 0 | URL
오홋..꼭 킹의 에세이 함 봐야겠어요. 추천 감사요. 방학이 아니면 전공외 서적 볼 시간도 잘 없다죠... 지젝은 유튭에 떠도는 강연 본 적이 있는데 영어 액센트가 넘 강해서 저같은 비영어권자가 보기에는 무지하게 인내를 요한다는요. 잠잘때 틀어놓으면 수면제가 따로 없어요. 그나저나, 이 아자씨, 대중 강연할때 쫌 옷좀 잘 입고 나오시지... 막 막노동하다 온 아자씨같아요, 패션이요. ㅎㅎ 머, 그게 지젝 아자씨의 매력이겠구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15 08:07   좋아요 0 | URL
그게 매력입니다. 지첵 아저씨는 늘어진 라운드티 입고 나와야지 지첵 같아요.
이웃집 아저씨 같아서 전 좋더라고요.
이번에 전주영화제였나요 ? 그때 상영했다고 하는데... 흠흠...
 

 

 

 

 

 

 

 

 

 

 

 

 

 

 

 

 

 

 

 


 

 

 

 

 

 

죽방멸치와 20대 청춘 乙

 

 

 

멸치도 생선이다. 일상 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생선이 바로 멸치'다. 흔히 볶음용으로 요리하는 실멸치'를 국거리용 멸치'와 다른 종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멸치는 한 종'이다. 그러니깐 실멸치는 다 자란 멸치의 치어'다 ! 크기'가 다르다고 해서 종이 다른 것은 아니란 말이다. 사실 우리는 작고, 볼품없고, 흔해빠진, 이 값 싼 멸치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멸치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다음은 당신이 멸치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오해했는가를 증명할 것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멸치의 최대 수명은 20년 - 40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대 2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에 의하면 통영 바닷가에서 잡힌 대형 멸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크기가 사람 키를 훌쩍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성인 남성의 평균 키가 1m50cm'라는 점을 감안해도 대형 사이즈'이다. 작고 볼품없는 乙의 대명사'인 멸치'에게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다. 이 대형 멸치 떼'들이 종종 어선'을 공격하기도 한 모양이다. 영국의 해양학자 조지 S 스캇 박사'는 < 멸치의 습속 > 에서 멸치를 치어'일 때는 근해에서 살다가 성어가 되면 심해에서 생활하는 거대 심해 물고기'로 정의한다. 그러니깐 식탁에 오른 모든 멸치'는 모두 멸치 새끼들이다. 우리가 대형 멸치'를 볼 수 없는 이유는 2년생 미만인 치어'를 무분별하게 남획했기 때문이다. 멸치가 어른이 되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잡은 탓이다.

 

아 !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새롭게 알려진 멸치의 생태'에 대하여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지식'이 상당히 부족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위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 뻥'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40년이고, 길이가 2미터가 넘는 대형 멸치'가 이 세상에 어디 있나 ! 멸치가 어선을 공격해 ? 아이고, 차라리 늑대가 양을 낳았다는 거짓말을 믿어라. 멸치는 다 자라봐야 20센티미터'가 최대다. 아, 정말...... 당신의 습자지'보다 얇은 지식'이란 ! 

 

 

 

헤르만 헤세'는 < 데미안 > 에서 성장 코드를 < 알에서 나온 새 > 에 비유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고, 알은 세계라고,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헤르만 헤세 같은 대작가가 쓴 문장이니 멋있지, 이 문장을 저잣거리 말'로 번역하면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가 될 것이다.

 

헤세'는 젊은 놈은 고생 직싸게 해도 된다는 말을 저렇게 아름다운 미문으로 환골탈퇴시킨 것이다. 아, 그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다. 이러한 논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다. 배 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도 같은 말이요, 눈높이를 낮추고 공장에서 일하라는 각하의 쾌도난마도 초록이 동색이다. 김난도 교수가 쓴 < 아프니깐 청춘이다 > 와 <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도 알고 보면 < 데미안 > 짝퉁이다.

 

 

그런데 나는 이 신화'를 믿지 않는다. 청춘은 꼭 아파야 하나 ? 공부는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라고 말하던 어른들이 갑자기 아파야 청춘이다, 라고 번복하면 혼란스럽다. 천 번을 흔들리면 어른이 되나 ? 아니다. 병든 사람이 된다. 서울대 나와서 교양 좀 있는 어른이 이런 식으로 뻥'을 치면 안 된다.

 

이런 설레발을 믿느니 차라리 대형 멸치說'을 믿는 것이 몸에 더 좋다. 고생은 사서도 해라, 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믿지 마라. 부모들이 귀족이어서 귀하게 자란 귀한 사람이 귀한 대접받는 시대다. 만약 저 철없는 말이 맞다면 고생 없이 귀하게 자란 아이들은 망나니'가 되어야 한다. 

 

김선태 시집 < 살구꽃이  돌아왔다 > 에 수록된 < 독살 > 이라는 아름다운 시'가 있다. 여기서 독살은 원시시대 돌그물을 말하는데 물고기들이 밀물 때 들어와 썰물이 지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다가 돌그물에 갇히는 구조다. 이와 비슷한 구조가 바로 죽방림이다. 대나무 그물'이다. 바로 멸치들이 밀물 때 들어와서 신나게 하하호호 웃다가 갇히는 구조'다. 이 장치로 잡은 멸치를 " 죽방멸치 " 라고 한다. 이 죽방멸치'는 다른 방식으로 잡은 멸치'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가 ? 맛이 좋기 때문이다. 맛만 좋은 것이 아니다. 때깔도 좋다. 좋은 죽방멸치는 주황색이 감돈다. 이 멸치는 머리 떼고 똥 떼고 먹을 필요도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다. 그렇다면 왜 죽방림'에 갇힌 멸치가 일반 멸치'보다 맛이 좋을까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 중 하나는 몸과 마음이 멍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선에서 던져진 그물에 잡힌 멸치는 몸이 찢겨지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배에 갇히는 동안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길면 길수록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그에 비해 죽방림'이라는 클럽에서 신나게 놀던 멸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짧다. 그물이 아닌 틀채로 살살 걷어올리니 몸에 상처가 없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적다. 비록 죽는 것은 같지만 그 방식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래서 죽방멸치'는 맛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 파랗게 멍든 청춘에게 무릎도 까져 봐야 인생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진정한 위로일까 ? 그렇지 않다. 그물에 걸려 고생한 멸치보다 잡힌 줄도 모르고 놀다가 죽은 죽방 멸치'가 더 맛이 있듯, 고생 없이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더 밝다.

 

이 시대 젊은이'들은 쌍끌이 그물에 걸려 올려진 멸치'와 같은 운명이다. 그물에 몸이 멍들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높은 파랑 때문에 컴컴한 배 밑바닥 저장고에서 천 번을 흔들린, 불안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타버린, 그런 바짝 마른 멸치 같다. 천 번을 부대껴도 좋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간이나 멸치'나 흔들릴 수록 상한다. 과일도 마찬가지다. 나무 궤짝에서 천 번을 부대낀 과일은 물러서 썩는다. ( 예외가 있다면 복숭아'다. 양선희 시집 < 그 인연에 울다 > 에 수록된 < 신비하다 > 라는 시에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성한 복숭아보다 상한 복숭아 맛이 더 좋고 / 덜 상한 복숭아보다 더 상한 복숭아한테서 / 더 진한 몸내가 난다 " )

 

이 세상 모든 멍'은 상처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꼰대의  황홀한 넋두리 ! 아픈 만큼 골병 든다. 부대끼면 무르고, 무르면 썩는다. 충고는 누구나 하는 법. 나 또한 김난도'에게 한 마디' 하련다. 멸치 똥'을 보라고 말이다. 죽방림에서 잡은 멸치똥은 주황색을 보이는 반면, 천 번을 부대낀 멸치는 속이 새카맣다고 ! 우그런 식으로 어린 청춘을 위로하지 말자. 지금 당신이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겸손한 자위가 아니라  아름답게 분노하는 방식이다. 당신은 하루키'가 아니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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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3-06-03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글을 쓰는 곰곰님, 다퉈보고 싶다! ㅎㅎ 죽방멸치와 청춘이라니.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3 22:16   좋아요 0 | URL
인간과 멸치의 공통점은 부대낄 수록 멍이 든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이 자꾸 아이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면 안됩니다. 개인적으로 전 바카스 국토대장정을 엄청 싫어하는데요. 얼마전에는 4살짜리 아이를 변정수인가요 ? 엄마하고 4살 딸이 5킬로 마라톤을 완주했더라고요. 욕했습니다. 아이에게 그걸 강요할 권한 없습니다. 부대껴서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물며 과일도 흔들려서 궤짝에서 부대끼면 가치가 떨어지잖아요. ㅎㅎㅎㅎ. 반갑습니다. 하이드 님.

마노아 2013-06-03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실려와 도살된 소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맛이 덜했다고 거기서도 그랬거든요.
그나저나 2미터짜리 멸치 믿은 1인입니다. 이 얇디 얇은 지식이라니!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4 02:04   좋아요 0 | URL
사실.... 저 이거 실화입니다. 누가 글을 올렸길래 ( 멸치 거인설 ) 우와.. 역시... 인간은 잔인하구나. 2미터 다 큰 멸치한 번 보고 싶다.... 하하... 그러고 글을 내리는데 이렇게 마지막을 장식하더군요. 멍충아, 이걸 믿냐 ?

ㅎㅎㅎㅎㅎㅎㅎ.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기일수록 맛이 떨어진다는 과학적 결과가 도출되었닥 하죠 ?
육식에 대한 윤리적 소비'를 생각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iforte 2013-06-03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멋있는 곰.발.님... 글에 완전 빠져들게 하시는구랴. 책 출판하심 꼭 공고하세요.. 예약주문 들어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4 02:05   좋아요 0 | URL
재미있었나요 ? 후후.... 이거 그전에 써두었던 부분인데,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 시리즈로 주욱 몇 편 더 나갈 겁니다.

아무개 2013-06-0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궁금해서 묻는건데요...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

저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제목을 보고 너나 많이 아프고 청춘하세요 뭐 그런 생각이였지만 이런 기발한 비유라뇨.!!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4 13:54   좋아요 0 | URL
누가 죽방멸치'라고 선물로 보내주셨습니다. 전 죽방멸치 처음 들어봤습니다. 가격이 후덜덜... 멸치가 비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 정말 비싸더라고요. 물어보니 죽방멸치는 멸치 세계에서 명품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멸치가 주황색을 띄어요. 속이 어느 정도 비치는 겁니다. ( 요건 좀 과장..) 그냥 머리나 똥 버리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하더군요. 맛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죽방림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일반멸치와는 다르더군요. 일반멸치는 새카맣잖아요. 죽더라도 고생 덜한 놈이 보기도 좋고 맛도 좋구나 했습니다.

히히 2013-06-0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많이 힘드시군요?
죽방멸치가 되고 싶은 쪽방멸치에게 갈채를 보냅니다.
야야~ 야야야야~ 야야야야야야야~~~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4 13:54   좋아요 0 | URL
죽방멸치와 쪽방 멸치...ㅋㅋㅋㅋㅋㅋㅋ 아 좋군요.
저 이런 라임을 맞춘 글 좋아합니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 스티븐 킹의 사계 봄.여름 밀리언셀러 클럽 1
스티븐 킹 지음, 이경덕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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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방, 새벽 3시.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어두워지면 집집마다 불이 켜진다. 저녁 7시가 되면 하나 둘 창문에 불이 들어오고 아버지 가방에 들어오신다. 하지만 창문의 풍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저녁 8시의 불 켜진 창문도 마찬가지다. 9시도 마찬가지이고, 10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밤 9시와 10시 사이에는 불이 켜지지 않은 컴컴한 창문이 더 궁금해진다. 궁금하다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이다.

 

 

하지만 예외'가 딱 하나 존재한다.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사람을 궁금하게 만든다. 저 사람은 새벽 3시에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그것은 묘한 동료애'를 불러일으킨다. 무엇을 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이른 새벽 3시에 서로 깨어 있다는 사실은 위로'에 가깝다.  너 잠들지 못하고, 나 깨어 있다. 이 황량한 도시에서 말이다. 마법과 같다.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휴머니즘'이다.

 

 

 

인본주의'란 본래 타자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던가 ? 나는 < 새벽 3시의 불 켜진 창문 > 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잠들지 못할까, 아파서 깨어났을까, 책을 읽고 있을까, 시를 쓰고 있을까, 아니면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 내가 < 쇼생크 탈출 >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그렇고 그런, 따분한 헐리우드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처음부터 이 영화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할리우드 탈옥영화라고 생각했다. 돈 시겔의 걸작 < 알카트라즈 탈출 > 에 대한 오마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 쇼생크 탈출 > 보다는 < 알카트라즈 탈출 > 이 더 좋았다. 재미있다고 해서 모두 다 좋은 영화는 될 수 없다. 궁금하지 않았다. 저녁 7시가 되면 쨍 하고 불 밝히는 창문처럼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몇 번을 더 봤다. 저녁 8시의 관람도 마찬가지였다. 9시, 10시, 11시.......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 3시의 창문처럼 모든 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앤디는 어떤 사람일까 ?

 

 

 

내가 이 영화를 다시 보게된 곳은 석수역에 위치한 < 내 안의 너’ > 라는 모텔 403호실에서 였다. 그날 나는 애인과 함께 벌거벗고 뒹굴었다. 창 밖에는 장맛비가 쉴 새 없이 내렸다. 나는 여자의 봉긋한 젖가슴과 촉촉한 동굴을 좋아했다. 그리고 여자가 새빨간 혀’로 내 젖꼭지를 아릿하게 깨물 때도 좋았다.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된 강아지가 어미 젖을 찾듯이 말이다. 침대시트는 흠뻑 젖었고 우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때 티븨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앤디를 연기한 팀 로빈스가 말했다. “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어요. 여기 있는 일하는 동료들에게 시원한 맥주 한 병 마실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 

 

 

장면이 전환되면 옥상의 죄수들은 땡볕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나는 그토록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여자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 후 침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입 속에 있는 맥주를 내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 헤어지지 말자, 아프지 말자,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영혼이 되자. 나는 방긋 웃었고 여자도 방긋 웃었다. 우린 모두 이 영화를 좋아했다. 아니, 여자는 원래 이 영화를 좋아했었다. 

 

 

우린 이 영화를 함께 서너 번 더 보았다. 세월이 흘렀고 우린 헤어졌다. 헤어졌다기보다는 내가 그녀 곁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녀는 감옥이었고 나는 죄수였다. 영화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고, 두 번째는 우연한 기회에 보게되었으며, 세 번째도 깊은 밤 새벽에 잠을 뒤척이다가 티븨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네 번째, 다섯번째, 여섯 번째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곱 번째 보게 되는 순간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며 스무 번을 넘기면 영원한 걸작이 된다.

 

 

그 여자와의 만남도 그랬다. 처음 보았을 때 그 여자는 그냥 좋은 여자였다,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예의 바른 여자였고, 세번째 보았을 때는 조금 쓸쓸해 보였다. 네 번째는 많이 쓸쓸해 보였고, 다섯 번째는 적당히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일곱 번째 보던 날, 나는 그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마스터피스였다.

 

 

처음부터 보자마자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 거울 > 이라는 영화가 그렇다. 갈대를 흔들리게 만든, 그 느닷없이 다가온 바람의 속도가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더 이상 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처음에는좋았으나 다시 보면 실망을 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처음에는 싫었으나 나중에 좋아지는 영화도 있다. < 카사블랑카 > 가 그렇다. 옛 애인은 이 영화를 무척 좋아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했다. “ 카사블랑카여, 영원하라 ! “

 

 

쇼생크 앤딩.  

 

 

 

펼친 부분 접기 ▲

 

 지금까지 쇼생크탈출 시리즈'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영광 있으라.

 

- E N D

 

 

▶ 1. 쇼생크와 여성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6271

▶ 2. 쇼생크와 야구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87416

▶ 3. 쇼생크와 나비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0523

▶ 4. 쇼생크와 왼팔 http://blog.aladin.co.kr/749915104/639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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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스리 2013-06-01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프로필 사진 멋져부러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02:53   좋아요 0 | URL
프로필 5년 전입니다.

새벽 2013-06-01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제 쇼생크 탈출을 예전보다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VOD로 한 번 더 봐야겠어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02:54   좋아요 0 | URL
네에... 이제 보시면 새로운 신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남성 로맨스 영화로 봐보세요. 은근 재미있습니다.

lacemaker 2013-06-01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 새벽까지 안 자고 있습니다. (안 자고 대체 내가 뭘하고 있는 건진 모르겠습니다, 만!)
이상하게도 요새는 자꾸 낮에 있었던 일들이 몽땅 다 거짓말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어쩌면 낮이라는 시간 자체가.)
그래서 이 밤에 안 자려고 기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12:15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레이스메이커 님. 레이스메이크 님은 늘 깨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야행성 같습니다. 밤엔 묘하게 활기가 샘 솟습니다.

히히 2013-06-0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휴머니즘=눈물 ; 내 안에 저장된 불쌍한 진리.
[새벽 3시에도 꺼지지 않는 창문은 휴머니즘'이다] 역시 변이가 매력있어.

곰곰생각하는발 2013-06-01 16:45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습니다.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해서 집에 오는데 새벽 3시에 말이죠. 언덕길 위로 불켜진 창문이 보이더라고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뭐 하고 있을까 ? 어떤 사람일까. 글을 쓰고 있을까 ? 그런 생각말입니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아닙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니 인문학과 새벽3시 창문은 동일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