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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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일상은 얼마나 사소한가? 내가 목숨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가?   내가 내 인생을 걸고 지켜나가는 사소한 것들이 자꾸 생각났다. 내 일, 내 가족, 특히나 내 사랑스러운 두 아이, 내 친구, 내 이웃들 너무나 사소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순식간에 , 부서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정말로 무섭다.

  지구의 곳곳에서 끊임없이 테러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고, 아이들이 죽고, 물은 오염되고, 학교는 파괴되고 있다.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자 그의 이름은 정의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자, 그의 이름은 테러리스트이다. 땅도, 꿈도, 미래도 없는 지역이 어디 한 두 군데인가? 한반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그저 한반도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지 않음을 신께 감사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길지 않은 분량에 만화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앞뒤 전후를 잘 가려 차근차근 풀어 놓아서, 유능한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이 땅의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읽히고, 시험에 출제하면 좋겠다.' 라는 무식한 생각이 떠오를 정도였다.  중학교 3학년 이상 고등학생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읽기전 난 파병에 반대한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었다. 토론의 거리도 되지 못할 주제라고 생각했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그러니까 파병 반대'라고 말하는데, 난 솔직히 아주 솔직히, 괜히 미국에 밉보이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지독히 이기적이고 또 소시민적인 생각이 드는 걸 어쩌면 좋을까? 아! 난 정말 미국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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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아시아네트워크 엮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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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점이 있다면 참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내 평생 한 번도 가보지 못할 서구의 여러 나라들은 세계 지도 위에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수도가 어디인지, 어떤 언어를 쓰고 있는지 유명한 유적이 어디인지, 인종은 어떠한지, 시시 콜콜 주워 들은 것도 많은데 비해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서는 왜 이리 아는 게 없을까? 

  기껏해야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태국의 푸켓, 지난 겨울 여행했던 캄보디아의 앙코르, 그리고 또 여행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필리핀이 내가 알고 있는 아시아였다. 이런 나라들을 선택하는 이유는 물론 다른 곳보다 저렴하기 때문이었고.....

  우선은 내가 무식하기 때문일텐데, 그 무식을 좀 변명해보자면 중고등학교의 사회시간, 지리시간, 세계사 시간에 도대체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아닌가? 배우긴 했는데 시험에 안 나와서 내가 공부를 안 했던가? 신문이나 tv뉴스에서도 아시아의 여러가지 일에 대해 그다지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것 같다. 그 어떤 지역보다도 뉴스거리가 넘쳐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사실들만이 보도되고 나는 제목만 읽고서는 '또 어느 후진 아시아의 어느 곳에서 이런 전근대적인 일들이 일어나나보다.' 하면서 편견만을 쌓아왔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와 인권 그리고 아직도 독립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역사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마지막에 실린 야신의 '테러리스트는 말한다.'를 읽으면서는 일제 시대 우리의 어느 독립운동가의 글이라고 바꾸어 읽어도 너무나 자연스러움에 놀랍기도 했다.

  음, 지도를 하나 마련해야 겠다. 아시아 부분이 크게 잘 나와 있는 놈으로.. 물론 그럼 놈을 구하기 쉽지 않겠지. 그럼 아시아 부분을 크게 확대해서 내 책상 밑에 하나 끼워 놔야 겠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동티모르가 어디에 있는지 말레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정확하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내 자신의 무식함을 반성하면서 다음에 필리핀에 여행을 가게 되면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좀더 관심을 갖고 둘러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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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몇 퍼센트 한국인일까 - 강정인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본 우리 안의 서구중심주의 책세상 루트 3
강정인 외 지음 / 책세상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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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우리반이었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공부 잘하고 똑똑했던 여자 아이. 수업 시간엔 그림처럼 반듯하게 앉아서 수업을 듣던 아이. 하도 조용해서 존재감이 없던 아이,  나중에서야 걔가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냐고 선생님들이 한 번씩 물어보던 아이.

  한 학년이 다 끝나고, 겨울 방학이 다가올 즈음, 그 아이는 심한 마음의 열병을 앓았다.  유학을 보내달라고 심하게 조른다는 그 아이 엄마의 조심스런 전화를 받았다.  그 애를 앉혀 놓고 오랜 시간 얘기를 했었다.

  ' 해리포터 시리즈를 너무 좋아한다, 여름 방학에 영국으로 어학 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여유롭게, 인간적으로 또 때론 치열하게 살아가는 또래의 영국아이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들처럼 살고 싶다. 난 왜 이런 곳에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조차 원망스럽다. 영어공부 죽어라 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내 존재가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 곳으로 유학가고 싶다. 그 곳에서 살고 싶다. '며 울먹였다.

  '유학은 더 자라서 가도 늦지 않다. 너 하나의 유학을 위해 너희 부모님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이기적인 요구다.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라. 그렇게 말하는 네가 우리 에 대해서 우리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고 있느냐? 더 안 다음에 더 열심히 공부해서 네 힘으로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 머릿 속도 상당히 어지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생각들이 비단 어떤 특별한 아이의 고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잘 하는 대로, 또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이들의 머리 속에 하나의 이상향으로 서구의 어떤 나라. 어떤 교육제도가 저마다 하나씩 자리잡고 있고, 그런 이상에 한참 못미치는 아이들의 현실이 우리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지치게 하고, 열등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 생각, 내 의식의 저 밑바닥에도 또한 이런 서구 중심주의가 굳건히 자리잡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맙소사!

  책 중에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실에서 거북이가 이길 가능성은 없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거북이는 어째서 경주를 하자는 토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는가 혹은 거절하지 못했는가의 문제라는 것. 거북이는 그 제안을 거절하거나. 아니면 경주 종목에 수영을 넣어야 게임이 공정해진다는 것. 그동안 서구는 우리에게 늘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만을 강요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구에게 자발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공정히 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 자체의 부당함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자기파괴적인 열등감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고민하던 그 녀석의 탈출구는 풍물반이라는 동아리 활동이었다. 자신의 정체감을 찾으려는 그 아이의 눈물과 실천이 참 고마웠다. 아직 희망은 있다. 서구 중심주의라는 심각한 정신병은 우리 사회의 난치병이지만 불치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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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ang 2005-04-25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입니다. 책의 취지를 잘 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일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그 아이는 저의 옛날 시절 모습이기도 합니다.
 
동주 열국지 세트 - 전12권 - 완역 결정본
풍몽룡 지음, 김구용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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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가을에 알라딘에서 세일을 하길래 재미는 그닥 기대하지 않고 이런 책은 사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구입했다. 그리고 방학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몇 달 묵혀뒀다. 그러다가 11월 즈음 잠시 한가해진 틈에 읽기 시작했고 한달 정도의 기간동안 다 읽었다.

물론 삼국지나. 사기열전, 지전 등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열국지를 읽고 보니 앞서 읽은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우리의 고전에 관형어구처럼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고사성어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

성실한 독후감을 위해서는 다시 책을 펼쳐들고 꼼꼼히 되새겨 봐야 옳겠지만, 엄두가 안 나기에 그냥 기억나는 것만 기록해 둔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인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참 재미있었다. 정말 죽음을 초개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중국인인지, 아니면 중국인 특유의 허풍인지 정말 궁금할 정도였다. 예를 들면 오자서가 쫓기는데 어떤 뱃사공의 도움을 받는다. 뱃사공이 강가의 갈대숲 속에서 기다리기라도 한듯 나타나 도와 주는데 오자서가 배에서 내린 후 감사의 말을 하고 자신을 봤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다짐을 한다. 그러자 그 사공은 남에게 의심을 샀으니 죽음으로서 자신의 의리를 보여주겠다고 물에 빠져 죽고 만다. 물론 그외에도 이루다 예로 들수 없을 만큼 많은 죽음이 나오는데 이 정도에 이르고 보니 실소가 나왔다. 정말 이랬을까? 자신의 목숨을 이렇게 쉽게 버릴 수도 있을까? 2000년 전엔 그럴 수 있었을까?  중국인들은 그럴 수 있었을까/?  참 흥미로웠다. 이에 대한 논문이나 책 뭐 그런게 있으면 꼭 한번 찾아 볼 일이다.

또 한가지  당시의 전쟁은 얼마나 낭만적인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날짜를 약속에 넓은 곳에 모여서서 군사들이 죽 벌여 선다. 칼이나 활로 좀 싸우다가 군사들이 지치면 쉬기도 한다.  해가 지면 대열을 정돈에 군사들은 밥도 지어먹고 잠을 자고 또 며칠 쉬기도 하다가 또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승부가 결정되면 패한 국가에서는 예물을 보내고 무례함을 사과한다. 때론 땅을 일부 떼어주기도 한다.  물론 전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전쟁은 눈에 띄게 규모가 커지고 사상자 수도 크게 늘어나며 전쟁의 이유가 대의나 명분이 아닌 실질적인 영토확장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열국지에는 주인공급의 남자가 수백명 등장하는데 이에 비해 여자는 몇몇 손꼽을 정도로 등장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자객인 예양을 당당히 자신의 동생이라고 밝힌 누이 정도만 빼고는 모두 요부들이다. 왕을 홀려 나라는 망치는 여인들. 음,  남자들만의 세상인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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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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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민족의 명절, 남자들의 명절을 앞두고.... 명절만 되면 고민한다. 내 노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내 남편의 조상을 위한 이런 수고로움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인가? 왜 나는 이런 일들을 해야만 하는가?

이 책을 읽고 바로 이어서 손에 들었던 책이 심윤경의 달의 제단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 두 책은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

어려 부모를 잃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 한 양반댁 여인이 자식 귀한 집의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시부모의 기대와  남편의 따뜻한 사랑을 받는다.  여인의 행복도 잠깐, 별걱정 없이 낳은 첫아들을 돌림병으로 잃고, 남편마저 병든다. 모든 집안의 우환이 새로 시집온 여인 때문이기라도 한 양 여인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남편이 병들어 있는 와중에 어찌어찌 어렵게 둘째를 갖게 된다.  그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남편을 잃고 만 한 여인은 뱃속의 아이가 딸이거든 자결하라는 시아버지의 추상같은 명령을 받는다.  초라한 움막으로 쫓겨나 겨우 낳은 아이는 바로 딸이었다.  그 여인의 시아버지는 여인이 낳은 딸을 없애고 아무도 모르게 아들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움막에 찾아와 갓태어난 딸아이를 발로 밟아 죽인다.

모든 진실이 여인이 친정할머니에게 남긴 내간으로 남아있고 이를 둘러싸고 가문의 영광을 이어가려는 할아버지와 종손은 갈등한다.

여인의 내간을 읽을 땐 여인의 목소리가 여인의 모습이 책 속에서 살아나오는듯 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함을 잃지 않고, 양반으로,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고자 했던 여인의 삶이 내 마음을 참 아프게 했다. 분명 조선의 양반가 어느 곳에선가 일어났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가 그토록 생생하게 읽혔던 이유는 바로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이라는 책 덕분인듯하다. 여자들을 주눅들게 했던 신사임담부터 허난설헌,  허난설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인 이옥봉, 과학적인 요리책을 남겼던 안동 장씨, 성리학자 임윤지당, 제주 의녀 김만덕,  남사당패의 꼭두서니 바우덕이, 남편이 죽고도 차마 자결하지 못하고 열녀 실패기를 기록으로 남겼던 풍양 조씨 등이 한 명 한 명 살아나 나에게 조근 조근 얘기했다.

' 얘야, 우리는 이렇게 살았단다. 품위있게 살고 싶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우리는 이렇게 애썼단다. 너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니?'

내가 가르치는 중학생들에게, 그리고 이 다음에 내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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