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하우스
김유주 지음 / 도서출판 오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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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런웨이 열혈 시청자로써, 그리고 패션에 민감한 20대 여성으로 이 책은 읽기 전부터 흥미돋는 책이었죠.

 

앤트워프의 최고 유망주, 그리고 더 나아가서 패션계까지 알려지도록 훌륭한 성적을 내왔던 여주인공 수현(Sue).

4학년 마지막 패션쇼를 앞두고 사라져버린다.

자신의 디자인에 오로지 자신만의 색을 입히지 못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의 디자인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디자인에 임하지 못하고, 엄마, 선생님, 교수님 눈에 좋아보이게 디자인을 해왔다는 것에 수현은

스스로 힘들어하고, 그것이 바로 마지막 패션쇼에서 터져버려요.

그리고 무작정 한국길에 오르죠.

 

한국으로 와서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엄마의 첫 회사 U어패럴에 가요.

그곳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패턴, 재단부터 온갖 일을 하죠.

아무리 숨어있어도 고수의 능력은 숨길 수 없는 법.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수현의 실력이 드러나게 되요.

그러면서 수현은 다시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되고, 알에서 깨어나게 되요.

이런 일은 혼자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녀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남주인공 한준우.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3등으로 졸업 한 후, 경영에 눈을 돌려 LVMH를 거져 U어패럴의 본부장인 엘리트 남자.

3년전 벨기에서 만난 천재적인 그녀 수현을 U어패럴에서 만나게 되고, 잠재되어있는 그녀의 능력을 끄집어 주네요.

뭐든 손대는 일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이 남자는 수현과 손을 잡고 쇠퇴했던 뮤즈를 핫한 브랜드로 변화시키죠.

수현이 누구에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아낌없이 조언을 하면서 훌륭한 디자이너가 될 수 있게 만드는데,

이 남자 너무너무 멋지네요.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마치 디자이너의 일상을 카메를 들고 졸졸 쫓아다니며 목격한 기분!

처음부터 끝까지 패션에 대해서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표현해서 약간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기도해요.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U어패럴에서 말단 계약직으로 있던 수현이 점점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고

중반에는 수현과 준우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속도감있게 이야기가 진행되겠지 했지만..

다시 패션 이야기로 더디게 진행되요.

초반에도 패션이야기가 엄청 나기오기는 하지만 간간이 등장하는 조연들로 인해서 재미났는데,

중반 이후에는 그런 유머스러운 장면도 별로 없어서 좀 지루하기는 했어요.

 

그리고 보너스로 감초 역할 톡톡히 해주신 김찰스 주임의 백스테이지 내용이 지루했던 이야기를 단번에 날려버렸네요.

찰스 오빠의 다사다난한 런던 생활기,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이 부분이 있으니, 책이 좀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 꼭 끝까지 보시길 추천.

 

이 책 한권으로 패션을 정복한 느낌. 작가님 후기를 보니, 이 작품을 준비하게 위해 엄청난 사전조사를 하셨네요.

이 책은 마치 패션 종사자가 쓴 것 같아요. 전문가 느낌이 물씬 나거든요.

많이들 알고있는 명품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의 숨겨진 이야기, 엄청나게 치열한 패션세계.

이 많은 것을 재미나게 풀으려했던 작가님의 노력과 진심이 엿보였어요.

 

각 챕터마다, 책 중간중간 쏟아지는 패션계 명언들이 꼭 패션에만 국한된 것이라 우리 생활에도 공감가는 말한디였어요.

패션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지만 그에 따른 용어 설명도 잘 되어있으니 골치 아프게 생각 안하셔도 될 듯.

 

솔로인 저에게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명언은,

'여자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옆에 있어 줄 사랑하는 남자입니다.' - 이브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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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프리카
반해 지음 / 마루&마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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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프리카라는 제목에서부터 메디컬물이구나 했지요.

소개글은 그닥 끌리지는 않았어요. 고교시절 만년 2등만 했다는 남주.

흠.. 매력없을 것 같은데.

 

소개글로 인해서 기대감없이 읽어서 그런지 초반에는 진도가 잘 안나가더라고요.

소개글과는 다르게 골든밸리 호텔이사로, 사업에만 열중하는 냉정한 인물로 묘사되는 강묵.

그에게 만년 2등이라는 치욕을 안겨주면서, 첫사랑이었던 여주인공 연교.

고등학교 졸업 후 만날 일이 없던 둘이 케냐 나이로비에서 조우하네요.

우연히 만난 건 아니죠. 강묵은 신문기사로 연교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

 

호텔에서 다시 만난 둘.

연교는 강묵을 무척이나 반가워하지만, 강묵은 만년 2등의 열등감으로 냉랭하게 굴지만.

지내다보니 현재는 자신이 더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좋아라하네요.

 

호텔 의료 담당을 맞고 있는 연교. 그녀는 코이카 소속으로 나이로비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어요.

열악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서, 호텔에서 상비해둔 의료 약품들을 난민들을 위해서 가져다 쓰죠.

그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강묵. 아픈 난민들위해서 자신을 돌보지 않고 봉사를 하는 연교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러면서 연교에게 예전의 첫사랑 감정이 점점 살아나요.

좋아하는 감정을 알고나서는 그 다음부터는 폭풍 대시~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강묵이 어색해서 피해도 보지만.

속수무책으로 연교도 강묵에게 빠져들어요.

 

소설 중반까지는 두 사람 사이에 관계가 썩 좋아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연교가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설정이어서 그런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런 에피소드들에 비해 로맨스 부분은 좀 취약한 듯 느껴지네요.

그런 부분에서는 좀 지루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빈민촌 병원의 폐쇄 위기를 막기 위해서 살신성인하는 연교를 위해서 강묵이 행한 일은 정말 멋졌어요.

정말 돈이 있는 남주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죠.

 

책 전반적으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좀 아쉬웠어요. 휴머니즘을 너무 보여주려고 하셨나?

난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부분은 감동스럽지만 로맨스는 또 따로 확실하게 살려주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서브 남주로 등장하는 석영과 은혜의 에피소드도 좀 아쉽네요.

 

 

책의 소제목들이 예쁘더라고요.

 

농담은 이런 식으로 하시는 게 아닙니다
 너 꽤 멋있어졌구나
우리. 나, 너
네 손바닥 안인 느낌이야
그래서 함께 하는 거야
묻고 답하기, 할까?
잘 안 들려. 가까이 와 봐
피해 다닐 생각 마
반칙이든 말든
기다린다, 여기서
마음도 보여 주고, 몸도 보여 주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나 여기 있다, 서연교
그날, 네가 왔었지
닥터 아프리카! 

묻고 답하기, 할까? 이 챕터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정말 귀여웠어요.

 

"묻고 답하기, 할까? 대답은 '응, 아니'만 할 수 있어."

"……무슨 말……."

"1등만 내내 했을 때, 기뻤나?"

"응."

"내 동의서 받아야 했을 때, 불쾌했어?"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날을 세우지 않았던 건, 단지 친구기 때문에?"

"……응."

 

"이번엔 내 차례야. 나도 물어도 되는 거지? 그래야 공평하잖아."

"좋아."

"2등만 내내 했을 때, 불쾌했어?"
"응."

"네 동의서 받는 나를 봤을 때, 통쾌했어?"

"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도와줬던 건, 단지 친구기 때문에?"

"아니."

 

"이제부터 그 이유를, 찾아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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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슈 - 너에게 빠져들다
노승아 지음 / 마루&마야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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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슈(ClOCHE) : 불어로 종(bell)이란 뜻으로, 머리의 형태대로 몸체는 깊으며 챙은 눈 라인을 따라 아래로 향해 있는 종의 형태를 가진 모자.

                      기품있는 여인의 상징이다. 클로쉐, 끌로슈라고도 한다.

 

 

 

노승아 작가님의 세번째 종이책 클로슈. 책 소개글을 보니 모자 디자이너의 이야기라서 기대가 됐는데요.

모자 디자이너라는 특이한 소재를 어떤 이야기로 풀었을까 궁금했어요.

 

여주인공 차시유는 모자 디자이너입니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모자를 디자인하는 시유는 유명세와는 달리 두문불출형입니다.

남주인공 정현오, 대영매거진의 대표로, 대영그룹의 다섯째 아들이고,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죠.

두 사람은 현오의 아버지의 주선으로 맞선 자리에서 만나는데요.

 

첫만남에서 '제 스타일이 아니시네요.'라는 어퍼컷을 날린 시유. 만난지 한시간도 안되 차갑게 무시당한 현오.

이런 여잔 나도 싫다~ 하고 싶지만 그에겐 그녀가 사업상 아주 중요하게 되버렸네요.

자신의 회사를 위해서는 그녀를 꼭 만나야 해요. 그리하여 현오는 시유를 만나게 위해서 그녀의 빌라로 이사가기, 시유 산책시간에 얼쩡거리기. 등등을 하지만 요 여인은 꿈쩍도 않네요.

매일매일 마주치는 현오와 시유. 어느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보던 사람이 한순간 나타나지도 않고, 연락도 않는다면 궁금한게 정답이죠?

시유도 그렇게 되요. 현오의 아버지가 제안서를 검토한다니, 더이상 시유를 만날 필요가 없어진거죠.

그러나 여기서 끝나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되죠?

 

현오의 회사 잡지에서 신인 디자이너를 섭외해 일을 하는데, 신인 디자이너 중 시유가 포함되어 있네요. 그리고 그 섭외는 당연히 안되고 있었죠.

그리하여 현오가 나서서 같이 일을 하게 되고요.

 

제주도에서 이루어진 잡지 촬영.

촬영을 하면서 두 사람은 여러 감정을 느끼고, 사랑을 확인하죠.

또한 리조트에서 시유의 과거 상처를 알게되고, 그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시유가 많이 변화하게 되요.

두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는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현오의 집안이었어요.

근엄한 이미지따윈 저 멀리 보내버리신 현오의 부모님. 간간이 날려주시는 유머센스하시며,

1, 2, 3, 4, 5호 형제들 또한 화목해보였습니다.

현오와 시유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는 부모님 멋있었어요.

거기에다가 시유와 현오를 더 가깝게 하는데, 체리의 역할 또한 빛을 발했죠.

 

그런데, 아쉬웠던 점은 모자 디자이너라는 시유의 직업을 살려서 에피소드가 추가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냥 주인공의 직업이 모자 디자이너이고, 스케치하는 장면만 잠깐 나왔지 그외는 별게 없더라고요.

그리고 시유의 고모와 사촌의 역할은 애매했어요. 갈등을 유발하는 인물이긴하지만 임팩트가 없었지요.

 

에필이 빵빵해서 좋았어요.

현오가 시유에게 청혼하는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그런 청혼 저도 좀 받아봤으면 ㅋㅋㅋㅋ

마지막까지 웃음을 주는 회장님부부와 5형제들..

 

훈훈한 가족애로 빛난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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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이래경 지음 / 로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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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경 작가님은 제가 첫 작품 '내 아름다운 사람' 때문에 알게 되었고, 그 후에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번 작품은 전작들에 비해 다소 아쉬웠어요.

 

소개글은 정말로 저를 막무마구 끌리게 만들었어요.

스무살에 결혼, 결혼 2년만에 이혼, 그리고 5년 후 재회.

재미있을 것 같았는데, 프롤로그부터 눈살 찌푸리게 만드네요.

 

여주인공인 유민은 근래 만났던 소설 주인공들 중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에요.

어린 나이에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지만, 그 후 남주의 집착에 지쳐 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왔는데요.

결혼 전에도 그리 풍족하지 않았고, 이혼 후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도무지 어른스럽지 못한 것 같아요.

떼쟁이 여주인공이에요.

 

남주인공 재경. 외국에서 공부하다 집으로 돌아온 첫 날, 집 앞에서 마주친 교복입은 소녀에게 한눈에 반했죠.

그 이후, 불같은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자신에게 큰 약점이었고, 지켜야 할 것이었죠.

그런 이유로 유민을 위험으로부터 지킨다는 것이 유민에게 집착이 되고,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도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유민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혼 후, 5년만에 만난게 된 둘.

재경은 여전히 유민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녀를 원하고 있어요.

그리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유민도 재경을 사랑하고 있죠.

속마음은 감춰둔 채, 시작된 두 사람의 동거.

서로 죽일 듯 싸우는데요. 이런 장면에서도 여주인공은 정말 이해가 안되요.

나이가 들었음에도 변한 게 없어요. 철없는 아이같아요.

이렇게 할퀴고, 물어뜯었다가 예전 남주의 행동이 자신을 위함을 알고는 바로, 꼬리 착 내리는데.

맥 빠지더라고요.

 

부케에서도 내 아름다운 사람의 지안 부모님에 못지 않는 막장 부모님이 등장해요.

그런데, 뭔가 임팩트있는 것을 원했는데, 한방에 훅 가버리시고,

윤 여사님이 가지고 있었던 그 사진에 대해서도 더 궁금한데, 언급이 없고.

채경의 전 남자친구 제우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은데, 없고...

흐지부지 끝버린 것 같아요.

 

읽는내내 끊임없이 싸워대는 주인공들때문에 지치기만 하고, 긴장감없이 끝나버렸네요.

읽고나서는 이 책이 작가님의 첫작품인가 할 정도로, 남는 게 없어요.

다음 작품은 좀 더 재미있고, 탄탄한 구성력으로 만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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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오아시스 1
나자혜 지음 / 가하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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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가 좋아하는 나자혜 작가님의 꿈꾸는 오아시스를 재탕하였습니다.

13월의 연인들을 읽고 나서 작가님의 필력에 감격한 저였어요. 

 

'꿈꾸는 오아시스'는 11년 전의 우연한 만남을 공유한 채 살아온 그들이 11년 후 상사와 그의 임시 비서직으로 만나

호텔 오아시스라는 곳에서 일과 사랑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지완과 수민에게는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그 상처 때문에 사랑을 하기에 앞서 주춤하게 되었지요.

책 속에는 지완과 수민이 사랑을 깨닫게 되는데 있어서 꽤 오랜 시간이 흘러요.

그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 시간 동안의 지완과 수민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됐더라고요.

 

거기다가 늙은 낙타 히미와, 다리 잃은 게 꾸미, 정원사 루파, 운전사 새미, 수민의 친구 유경까지

책속에 등장하는 것들 중 어느 하나 튀지 않게 잘 녹아 있었어요.

작가님이 참으로 예쁜 감성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히미와 꾸미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신 것에서 마음이 간질간질 해졌어요.

늙은 낙타 히미와 다리 잃은 게 꾸미 때문에 코끝이 찡해지고, 새미와 루파의 사랑때문에 눈물이 났어요.

 

"모래사장에는 게스트들을 태우고 사진을 찍어주는 낙타가 있었습니다. 그 낙타는 사람들이 아닌 제가 살아온 시간을 들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푸른 바다 앞에서 제게 남은 시간을 태우다 노쇠한 몸을 이끌고 노을 속으로 걸었습니다.

낙타와 일터와 맞닿은 해변에는 게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다리 두 개를 잃어 절뚝거리면서도 기어코 바다를 누비는 게였습니다. 가혹한 삶을 묵묵히 감당해내는 뒤뚱거림이 대견하고 예뻤습니다.

그 정직한 삶과 불굴의 꿈을 제게 보여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친구로 남기 위해 낙타를 타지 않았고 느릿느릿 가는 게와 바다 끝까지 동행했습니다. 제가 갈림길 앞에서 주저할 때 그 사람이 제게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절름거릴 때 그 사람이 제 중심이 되었고 제가 저를 믿지 못할 때 그 사람이 저를 믿어주었습니다." 지완이 할아버지에 보내는 편지 中

 

"지완씨는 대추나무 같은 사람인가요?"

"음?"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인가 해서요. 나무는 흔들리니까 나무에요. 살아있으니까 흔들리는 거예요. 나무가 흔들린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지완씨, 촛불 같은 사람인가요?"

"음?"

"흔들리며 타오르는 사람인가 해서요. 타오르는 한 촛불은 매 순간 흔들리잖아요. 촛불더러 흔들리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괜찮아요. 가끔씩 나무처럼, 촛불처럼 흔들리는 것. 나무가 흔들려야 바람을 받고 열매를 맺죠. 촛불은 흔들리면서 어둠을 밝히고. 지금은 지완씨가 흔들리는 시간이예요. 그것뿐이예요. 무서워하지 말아요."  수민이 지완에게 위로하는 말 中

 
그리고 여러 로맨스소설에서 등장하는 재벌집의 환경이 아니라 성북동 가족들은 되게 신선했어요.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 토요일.

각자 일을 분담하여 요리를 하고, 가족회의를 하고, 가정 화목기금을 만들고 과거의 상처를 묻고 행복하는 사는 그분들이 너무나 예뻤어요.

세상에 이런 가족이 어디있을까요? 부럽기만 합니다.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렇게 화목한 가정에서 지혜로운 부모가 되고 싶네요.

주옥같은 대사들과 지문이 가득한 꿈꾸는 오아시스.

제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 동물들을 표현하신 작가님의 감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슈크란, 민지완.

슈크란, 이수민.

슈크란, 히미, 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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