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정경윤 지음 / 가하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정경윤 작가님의 책하면 로코! 하고 떠올랐던 저였는데 이번에는 그전과는 달리 복수물로 돌아오셨네요.

5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는...

 

책을 읽는내내 저는 이화현님의 무정이 떠올랐어요.

복수물이어서 그런가?

흘러가는 내용들이 좀 비슷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요.

성장기동안 부모로부터 상처받았던 이들이 그들을 향해 복수를 하는 것.

큰 맥락은 같으나 복수를 준비하는 기간동안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는 거.

 

폴라리스의 주인공 서은서와 차치혁.

아니 복수를 준비하는 차지혁은 무정의 주인공 강규원은 다른 캐릭터에요.

규원은 폭행, 마약, 도박, 음주 등 화려한 망나니 짓으로 자신을 숨겨왔던 것과 달리 차지혁이란 인물은

철저히 그들의 혀같은 존재가 되어 복수의 칼날을 갈아왔다는 것이다.

 

인생의 반이라는 시간을 오로지 복수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지혁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이해하고.

또 한편으론 철저히 본성을 숨긴채 저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좀 무섭기도 했다.

 

여주인공 서은서.

범애제약을 세운 지혁의 아버지 차영철의 동업자인 서종근씨의 양녀에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지내던 은서는 백혈병에 걸려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요.

자신때문에 원장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에 미안하고 혹시 자신이 버려질까 무서웠던 은서는 임상시험을 통해서 치료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제안을 듣고는 바로 수락하죠. 그리고 그때부터 임상시험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내는데, 그 당시 만난 사람이 바로 서종근씨입니다.

임상시험에도 실패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다가왔을때 손을 내밀어준 사람, 양부 서종근씨. 그때부터 양부의 노력끝에 골수이식을 받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네요.

아버지와 행복한 삶은 오래 가지 못했고 중학교 졸업식 날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은서는 공동창업주인 지혁의 아버지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되요. 항상 자신을 딸처럼 여겨주는 따뜻한 분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그러나, 따뜻해보였던 그들은 가까이서 보니 은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호시탐탐 양부가 남겨준 재산을 노리는 차 회장부부, 자신을 음흉한 눈길로 바라보는 첫째, 자신을 미워하고 질투하는 막내.

그들 중 의지할 사람은 상냥하고 부드럽고 착한 지혁오빠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가면이 벗겨진 지혁의 본모습을 보게 되고, 자신을 밀어내려는 지혁에게 더 다가가 결국 두 사람은 운명공동체(?)가 되었네요.

비밀스럽게 만나 사랑을 확인하면서 남들 앞에선 철천지 원수처럼 행동하는 두 사람. 아무도 모르게 복수는 진행되네요.

 

마침내 23년동안 준비한 복수의 끝이 찾아왔네요.

그들의 모든 것을 무너뜨린 후에도 끝끝내 자신들의 죄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그들.

여느 복수물에서처럼 개과천선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뻔뻔함으로 무장한 그들이 좀 새롭기하고 너무 허무하게 복수가 끝나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은 지혁과 은서 그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좋았네요.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지만 잠깐 잠깐 나오는 작가님의 유머코드에 반가웠답니다.

마지막 지혁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현석이 지혁을 끔찍히도 괴롭혔던 인물을 찾아가 대사를 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전 빵터지고 말았어요.

작가님 센스 짱이네 하고 감탄하고 말았다는... 명품 삽이라니...

 

복수의 그날을 준비하며 두 얼굴로 살아가는 지혁과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러브 스토리에 지루할 틈없이 재미있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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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월 : 눈먼 달 세트 - 전2권 맹월 : 눈먼 달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눈먼 달의 빛을 되찾아 주고 싶은 사내, 유원(혜왕)
“그대는 정말 달처럼 아름답군. 역법이나 천문학 지식이 아니라 그대를 훔쳐 가고 싶어.”

강인하고 자유로운 과국의 태자. 예국의 보물인 책력을 훔치러 궁에 들어왔다가 냉궁에 있던 눈먼 달 아희를 훔쳐 가려 한다.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인연의 끈이 그녀에게 닿지만, 잡으려는 순간 달빛처럼 아스라이 사라져 버린다.

 

아름다운 달, 아희(민영공주)
“그런 게 사랑이라면 난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인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름다운 예국의 공주. 하늘을 사랑하는 그녀는 별을 읽고 시간을 계측하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지만 진태비의 음모로 맹인이 된 후 냉궁에 유폐되고 만다.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아희는 눈과 함께 마음을 닫아 버린다.

 

달의 눈을 멀게 한 사내, 권(서왕)
“달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빛을 비춰 주지요. 저는 그 달이 제 것이길 원했습니다.”

어머니 진태비의 뜻대로 움직이는 예국의 허수아비 왕. 이복여동생 아희를 깊이 연모한다. 삶에서 원하는 것은 오직 아희뿐. 그의 비틀리고 어두운 사랑은 아희의 운명을 요동치게 한다.

 

 

류다현 작가님의 신부 시리즈 중 두번째 이야기. 맹월 : 눈먼 달.

전작인 그림자 신부를 읽지는 않았지만 소개글에 끌려 구매하고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초반 읽다 미뤄뒀던 걸 어제부터 다시 시작해서 눈물 콧물 쏟으며 완독했어요.

 

동지를 한달 앞두고 책력을 받기 위해서 과국에서 예로 보낸 사신단에 신분을 속여 몰래 들어온 과국의 태자 유원.

개기일식 행사 중 홀로 빠져나와 향월대로 향하는데 그곳에서 아희를 만납니다.

별과 달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녀 아희, 유원은 책력과 역법 천문지식을 따위는 저멀리 잊어버릴 만큼 아희에게 반합니다.

잠깐의 만남 후, 과국으로 돌아온 유원. 그렇게 시간은 흘러.. 5년 후.

 

그 사이 예에서는 아희의 아버지인 왕이 독살당해 죽고, 정비 진태비의 아들 권이 아희의 어미 규비와 오라비 월을 죽이고 왕좌에 오른다.

다행히 아희의 쌍둥이 오라비 결은 지천관의 도움으로 피하고 궁에는 아희만 남게 되는데.

동생은 아희를 연모하는 권. 그런 아들이 못마땅하고 아들이 사랑하는 아희 또한 눈엣가시이니 독을 써 눈을 멀게합니다.

그리하여 크디 큰 황궁의 구석 남미궁에 유폐당한 아희.

 

참으로 끔찍했다. 자신의 지아비를 독살하고 지아비가 사랑하는 후궁과 그의 자식을 죽이고도 모자라 홀로 남겨진 아희를 궁에 가두고도 악에 바쳐 눈까지 멀게한 진태비가.

그런 어머니와 사랑하는 동생 아희 사이에서 권이란 인물은 화가나면서 참 불쌍하다 생각했다.

 

유원이 다시 예에 와서 황궁에 몰래 들어가 눈이 멀게 된 아희를 발견하고, 왜 그녀가 외롭게 방치되고 있는지를 알게된다.

연가를 지어 그녀를 데려오고자 하지만 갑작스런 일이 생겨 그러지 못하고 속히 과국으로 떠나게 된다.

 

눈은 멀어도 달은 달. 냉궁에 떨어진 눈먼 달은 누가 구하려나. 남몰래 그리는 이의 마음이 밤마다 냉궁 담을 넘는구나.

 

옛날 서동이 선화공주를 꾀여내기 위해서 만들었던 서동요처럼, 유원도 아희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연가를 만들었다.

그러나, 유원이 지은 연가는 그 의미와 달리 참요로 불리게 되고 아희의 오라비 결에게까지 흘러 들어가는데..

결은 진태비와 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반정을 일으키려 준비하고, 유원은 과국으로 돌아가 왕이 되고 아희를 데려오려한다.

눈엣가시였던 아희를 보기 좋게 치워버릴 수 있겠다 싶어 과국과 혼인을 허락한 진태비.

과국으로 가는 도중 또한번의 위기를 맞지만 아희는 과국에 도착하고 유원과 만나게 된다.

 

오라비 권의 비틀어진 사랑에 상처받은 아희는 사랑을 믿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유원을 밀어내기만 한다.

그런 그녀를 이해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는 유원.

유원이 아희의 마음을 얻는데 노력하는 중 예에서는 결이 반정을 일으키려 힘을 모으고, 그런 소식을 듣고 권(서왕)은 결을 만나

양위를 하게 됩니다.

 

과국에서 유원의 사랑을 받으며 점점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아희.

그러는 사이 예의 왕이 바뀌고 아희는 다시 예로 갈 수밖에 없어지고, 또다시 유원과 헤어지네요.

서로 사랑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헤어질 수밖에 없는 연인.

예에서 지천관의 임무를 행하던 아희는 오라비 결에게 또다시 상처를 받고, 유원이 찾아와 아희를 데려갑니다.

 

 

 

리뷰를 쓰다보니 이거 줄거리만 너무 늘어놓아서 스포가 되버렸네요.

 

맹월 읽으며 주인공인 유원과 아희 말고 가장 마음쓰였던 캐릭터는 바로 권이다.

정비의 아들로 마땅히 왕이 되어야 마땅했지만 총애하는 후궁의 아들을 태자로 만들려 했던 선왕에게 외면받았고,

자신을 낳아준 어미에게 항상 너가 부족해서 그런거다, 다 너때문이다.. 이런 독설밖에 하지않는 어미.

그는 어릴적부터 참으로 외로운 사람이었다. 마치 자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이가 바로 아희였다. 그래서 큰 궁에서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삶에 아희 밖에 없었기에 어미의 계략에 동조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를 더 힘들게 만들어버릴 줄이야. 전처럼 아희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

눈이 멀어버린 그녀에게 미안하여, 과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기에 그는 스스로 죽이기 시작했다.

 

초반의 권은 참으로 나쁜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비틀어진 그의 사랑이 가엽고 안쓰러웠다.

그리고 마침내 이해가 갔다. 끝까지 자신보다 아희를 생각한 사람.

지금도 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 이런 캐릭터는 없었어요.

진정 한사람밖에 모르는 사람.

 

또 한명의 왕. 동왕, 결.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 아희의 복수를 위해서 반정을 도모하기까지 하고 결국은 양위로 왕위에 오른 그.

그러나 그는 복수다운 복수는 하지도 못했고 왕이라는 권력의 이름에 미혹당해버려 또다시 동생 아희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고

자신의 후손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되버린다.

 

비틀린 사랑의 희생자가 되어 냉궁에 눈까지 멀게 되 유폐당하고, 또 그후에는 나라의 인질로 과국에 보내지고,

살수에 의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고, 다시 만난 오라비 결에게 또한번 이용을 당하게 되는 아희.

그러나 자신을 잃지 않고 현명하게 일에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이 참 좋았어요.

 

남주 유원. 민심과 신하들의 반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아희를 보내고 참 힘들어하지만 그녀가 위험이 쳐해있는 소리에 곧바로 구하러 가기.

여느 소설처럼 남주는 참 멋진 인물이지만 이 책에서는 남조인 권에게 마음을 뺏긴 나는 그냥 그랬다는...

 

유원과 아희가 다시 만나 해피엔딩으로 끝날 듯 했지만 그들의 후손인 가연과 건의 사랑이 또하나의 슬픈 이야기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류다현 작가님의 책은 처음 접하는데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들간의 섬세한 감정표현이 책에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이제 전작은 그림자신부를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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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스캔들
박혜아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알콩달콩 유쾌한 소설이었어요.

지루하지 않고 한번에 훅 읽히더라고요.

 

아버지가 정성들여 지은 전원주택. 그 집을 짓기 위해 대출받은 돈을 혼자 부담하기가 힘든 여주인공 단비는 2층에 세입자를 구해요.

그것도 월 100만원이라는 고가로.. 아무리 집이 좋아도 누가 들어오겠냐는 부동산의 말에도 끄떡하지 않지요.

그런데 이런 비싼 월세에도 사람이 들어왔네요.

앞뒤로는 논밭밖에 없는 곳에서 혼자 지내던 단비는 사람이 온다는 말만으로도 흥분상태입니다.

 

그리고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

그저 이웃사촌이 생겼다는 것에 기쁜 마음으로 이것저것 도와주고 싶은 마음인데 세입자는 그걸 달가워하지 않아요.

첫날부터 껄쩍지근한 사이가 되버린 단비와 세입자.

 

2층 세입자, 그 남자 차태민.

잘나가는 포토그래퍼에요. 할머니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출현한 방송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에 시달리다가 사람없는 곳에서의 휴식을 원해요.

그리고 마침 자신에게 딱맞는 곳을 찾았죠. 바로 단비네 집.

 

단비와 태민은 가족이 없는 좀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외로움을 이겨내는? 떨치는 방법은 참으로 달라요.

태어나고 지병으로 일찍 돌아가신 엄마와 2년전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밑에서 이쁨 받아 자라온 단비와는 달리,

어릴 적 시한부 인생의 아버지를 버리고 제 갈길 찾아가버린 어머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는 태민.

이런 정반대의 두 사람이 한지붕 아래에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들.

할머니 손에 자랐던 태민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부쩍 외로움을 느끼고 집밥의 그리움을 느낄 때,

짠~ 하고 나타나 맛있는 집밥을 만들어 주고 따뜻함을 보여주는 단비에게 태민은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되요.

단비도 마찬가지에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본 바로는 차가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사람 의외로 따뜻한데요?

 

같이 밥을 먹고 일도 도와주고 이러면서 친해지고 또 빠져들고 결국은 사랑하는..

빠르게 내용이 전개되어서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큰 사건없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입에 미소를 머금고 읽었네요.

무엇보다 두 사람을 엮는데 큰 역할을 하는 애견 황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에필에 황토의 시점이 나오더라고요.

작가님의 첫 소설이 괜찮네요. 다음 소설도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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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부동산 1
이휴정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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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휴정 작가님의 글 또한 처음이다.

요즘은 잘 몰랐던 작가님들의 글에서 뜻하지 않는 기쁨을 얻는데, 이 책에서 그런 기쁨을 얻었다.

 

열아홉의 소녀 탄경과 스물아홉의 남자 조위의 사랑이야기.

십대와 성인의 사랑이야기라.. 좀 꺼려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

인생 처음으로 이성에 느낀 좋은 감정.

열아홉 탄경에게도, 스물아홉의 위에게도 첫사랑은 쉽지 않은 일이었네요.

이 두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는 생각했다.

나의 첫사랑은 어땠지? 이들처럼 아파했고 좀 더 성장했었나?

아니다.. 내 첫사랑은 아이들 장난에 그치지 않았다. 그래 딱 그정도다.

첫사랑이라는 열병을 고되게 앓아보지 못한 나에게 이들의 사랑은 심오했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로설이라는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지만

작가님의 한글자 한글자, 한구절 한구절 고심하여 쓰신 흔적이 엿보인다.

열아홉의 탄경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고 아파하고 좀 더 성숙하게 성장하는 이야기.

아니, 탄경뿐만 이나라 위도 첫사랑에 대한 상처를 잊고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탄경, 위, 국영, 만옥, 연규.. 그들만의 이야기.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내 가슴에 콱 와닿는 한구절한구절들.

 

앞으로 몇번이고 되읽고 싶은 책이다. 내가 앞으로 몇번의 사랑을 하면 경험을 한다면 이 글이 좀 더 많이 공감갈지도 모르겠다.

 

사랑에는 쉼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에게 밀착하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 간다. 영원하지 않은 것도 사랑인가. 영원해야만 사랑인가. 개미가 될 것인지 베짱이가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처럼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는 문제다. 다만 한 가지는 이제 완전무결하게 안다. 끝을 알 수 없다면, '너'와 '내'가 닿는 면적은 좁을수록 좋다는 사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섣불리 개입하려 드는 것, 적당한 어루만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관심, 사랑이라는 불안정한 감정은 물이 묻은 손을 내미는 일이다. 젖은 손으로 너라는 책을 만져, 페이지를 상하게 만드는 일이다.

 

첫사랑은 원래 그렇게 어딘가 모자라고, 어딘가 부족하고, 어딘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남자는 말한다.

완전하지 못하고, 미숙한 것이란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은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루어지지 않음' 역시 첫사랑의 소중한 미덕이란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결여되어있지만, 그래서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

누군가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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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입니다만
이노 지음 / 마루&마야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노 작가님의 세번째 로맨스 소설. 첫사랑입니다만.

전작인 '닿을 듯 말 듯' 처럼 잔잔함을 주는 소설이에요.

 

여주인공 은재는 신우 품질관리팀에서 착실히 일하는 회사원이에요.

자리가 비어었딘 품질관리팀의 팀장으로 한 남자가 오며 평탄하던 사회생활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품질관리팀장으로 부임한 이문영.

그 남자다, 은재의 악몽속에 등장한 그 남자.

 

은재와 문영은 아는 사이에요. 10년 전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고, 심지어는 한동안 꼭 붙어다녔던 사이에요.

하지만 은재는 문영을 모른 척 합니다.

문영은 은재를 보고 어! 너는... 하고 아는 척하려 했지만 10년전의 그녀와 이름이 달라 긴가민가합니다.

그때부터 문영은 은재가 10년전 다은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 이것저것 은재를 건드려보네요.

그리고 은재와 다은이 동일인물을 압니다.

 

사실, 은재가 문영을 모른 척하는 이유는 10년 전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중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했던 다은은 고등학교로 진학 후 지수라는 친구도 사귀며 활발한 고교시절을 보내고 있었지요.

중학교 때 등하굣길에 길고양이를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았었는데 그 길고양이가 하루 못본 사이에 죽어버렸어요.

비 오느날 상심하여 그 길에서 울고 있었는데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고양이를 잘 묻어주었다는 남자를 만나요.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 후 그 남자를 만나요.

나건욱... 빗속의 그 남자에요. 그 일때문에 건욱이 좋아졌고, 활발하고 멋있는 학교생활을 하는 건욱에게 빠져드네요.

그리고 고백을 하려하죠. 편지로..

그러나 친구 지수와 건욱이 사귄다는 것을 알고는 얼른 편지를 다시 가져오려 하는데, 그 순간 문영와 딱 마주치죠.

문영은 그걸 빌미로 허구헌날 다은을 불러내고 데리고 다녀요.

그런 나날을 보내다 문영이 잠시 잠깐 떠난 사이, 그 편지가 지수에게 건내지고.. 지수와 친구들에게 오해를 사게 되요.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무기인지 아는 그녀는 섣불리 해명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결국 학교를 떠나게 되죠.

 

그렇게 10년 후, 같은 회사에서 만나게 된 문영과 은재.

자신을 꺼려하는 은재에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 결국 그때의 일을 해명하게 되고, 자신의 첫사랑이 너였다는 것을 고백하네요.

 

두툼한 두께의 책인데, 중반 이후까지는 두 사람의 사이가 좁혀지지 않아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그들의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로 문영을 멀리하던 그녀가 문영이 진심을 다해 다가오니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데요.

문영이 참 좋았어요. 10년전부터 은재를 좋아했고, 반지를 준비해 고백하려하지만 사라져버린 그녀.

그리고 다시 만난 후에도 정성을 다해 다가가는 그녀. 소년부터 상남자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네요.

주인공 두사람말고는 다른 인물들과 잘 엮이지 않아서 좀 지루한 감이 있었어요.

뭔가 삼각관계를 보여줄 듯했지만 그것도 아니고요. 오로지 두 사람에게만 집중된 책이었어요.

느리고 느린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좋을 듯 하네요.

닿을 듯 말 듯과는 좀 달리 유쾌하고 쫄깃쫄깃한 소설을 원했던 저에겐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에요.

뭐.. 로설은 개취이니까요!

 

저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대되요. 이 글과는 반대되는 이야기를 쓰신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잠깐 보았던 '그 바람이 너로 가득해서' 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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