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주부동산 1
이휴정 지음 / 신영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이휴정 작가님의 글 또한 처음이다.
요즘은 잘 몰랐던 작가님들의 글에서 뜻하지 않는 기쁨을 얻는데, 이 책에서 그런 기쁨을 얻었다.
열아홉의 소녀 탄경과 스물아홉의 남자 조위의 사랑이야기.
십대와 성인의 사랑이야기라.. 좀 꺼려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 두사람의 이야기가 참으로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
인생 처음으로 이성에 느낀 좋은 감정.
열아홉 탄경에게도, 스물아홉의 위에게도 첫사랑은 쉽지 않은 일이었네요.
이 두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는 생각했다.
나의 첫사랑은 어땠지? 이들처럼 아파했고 좀 더 성장했었나?
아니다.. 내 첫사랑은 아이들 장난에 그치지 않았다. 그래 딱 그정도다.
첫사랑이라는 열병을 고되게 앓아보지 못한 나에게 이들의 사랑은 심오했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로설이라는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였지만
작가님의 한글자 한글자, 한구절 한구절 고심하여 쓰신 흔적이 엿보인다.
열아홉의 탄경이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고 아파하고 좀 더 성숙하게 성장하는 이야기.
아니, 탄경뿐만 이나라 위도 첫사랑에 대한 상처를 잊고 한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탄경, 위, 국영, 만옥, 연규.. 그들만의 이야기.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내 가슴에 콱 와닿는 한구절한구절들.
앞으로 몇번이고 되읽고 싶은 책이다. 내가 앞으로 몇번의 사랑을 하면 경험을 한다면 이 글이 좀 더 많이 공감갈지도 모르겠다.
사랑에는 쉼표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에게 밀착하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 간다. 영원하지 않은 것도 사랑인가. 영원해야만 사랑인가. 개미가 될 것인지 베짱이가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처럼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는 문제다. 다만 한 가지는 이제 완전무결하게 안다. 끝을 알 수 없다면, '너'와 '내'가 닿는 면적은 좁을수록 좋다는 사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섣불리 개입하려 드는 것, 적당한 어루만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관심, 사랑이라는 불안정한 감정은 물이 묻은 손을 내미는 일이다. 젖은 손으로 너라는 책을 만져, 페이지를 상하게 만드는 일이다.
첫사랑은 원래 그렇게 어딘가 모자라고, 어딘가 부족하고, 어딘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남자는 말한다.
완전하지 못하고, 미숙한 것이란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은 순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렇기에
'이루어지지 않음' 역시 첫사랑의 소중한 미덕이란다.
모자라고 부족하고 결여되어있지만, 그래서 아름답고 순수한 첫사랑.
누군가를 처음처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