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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합본] 히든 게임 (전4권/완결)
마뇽 지음 / 라떼북 / 2015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민주하 (32) - 수사부 검사
지연우 (30) - 광역 수사대 강력 1팀장
10년을 사귀었던 남자의 결혼식을 보고 씁쓸한 마음에 술 한잔하러 바에 들른 연우.
쓰디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남자 주하와 이야기를 나누다 원나잇을 하게 됩니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 연우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고, 주하는 다시 또 만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직업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되죠.
광역 수사대 강력 1팀을 이끌고 있는 연우. 어린 나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로파일 능력과 반드시 잡겠다는 집념, 정의의 사도로 유명한 경찰입니다. 반면에 남자 주인공 수사부 검사인 주하는 그냥 나쁜 남자예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에 능력 있는 검사이지만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접대를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이고 약혼자가 있음에도 이 여자 저 여자 할 것 없이 만나는 남자입니다. 연우와의 관계도 금세 식어버릴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강력반과 수사부 검사, 떼어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첫 관계가 더없이 만족스러웠던 그들은 사건뿐만 아니라 사생활로 계속 엮이게 됩니다.
강력반 형사로 눈뜨고 못 볼 수많은 사건들을 맡아 범인을 잡는 여주인공 연우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에요. 10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를 쿨하게 보내주고, 일을 하며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주하의 관계에도 질척거림 없이 쿨한, 하지만 사건에 있어서는 정의에 불타오르는 열혈 형사죠.
반대로 민주하라는 남자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남자입니다. 태생부터 금수저라 자기 원하는 건 모든 손에 넣을 수 있었기에 아쉬울게 없는 남자지만 딱 하나 지연우라는 여자는 좀처럼 손안에 잡히지 않아서 그런지 그녀를 향한 무서운 소유욕을 보여주죠. 하지만 주하보다 더 센 사람이 바로 연우. 현장에서 일하는 연우 /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주하. 운동은 잘 안 하는 주하라 위기에 처해있을 때 남자가 아닌 연우가 나타나 구해주기도 해요.
경찰과 검사이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살인, 킬러, 청부살해 이런 게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긴박하게 흘러가 추리하는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있었어요. 추리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였달까요?
그리고 주인공들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또한 좋았습니다. 연우의 동료인 수호, 은혁, 수창 등의 이야기도 좋았으며, 사건에 연루된 류하, 류진 등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어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으나 후반부 마지막에 나오는 류진과 관련된 사건은 없어도 좋았을 거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다른 사건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래에 만나지 못 했던 센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파격적이고 신선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신 것임을 낙인찍는 장면인데요. 관계를 한 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두 사람. 먼저 주하가 연우의 가슴 골에 지연우는 민주하 것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바로 담배로 말이죠. 살이 타들어가고 끔찍한 흉터를 남기며 만족스러워하는 주하와 그런 그를 보며 남들이 안 보는 곳에 낙인을 찍는 건 아무 소용없다며 주하의 이마에 낙인을 찍는 연우. 그리고 마지막 말이 가관입니다.
"만약 서로에게서 달아나고 싶어지만 나는 네 여기를, 너는 내 여기를 도려내야 할 거야."
참 무서운 말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네요.
'난 알고 있어, 지연우. 사랑은 아닌데 이 지독한 감정이 뭔지 난 알고 있어. 이건 각이라는 거야. 네가 내게, 내가 네게 각인되어버린 거야. 가슴에, 이마에 찍은 낙인보다 더 지독하게 새겨진, 흉터는 도려낼 수 있지만 이건 도려낼 수도 없게 마음에 새겨져버린 각인이라는 거야. 각인…….' 주하 said.
사랑 없이 시작한 관계. 하지만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린 두 사람.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은 연우의 말대로 닮은 구석이 좀 많아요. 주하는 좀 얄미운 캐릭터지만 말이에요.
"닮았어. 뭐가 닮았냐하면, 철저하게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린 진짜 많이 닮았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뭐든 서슴지 않고 해버리고, 철저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만 추구하며 사는 것까지 똑같아. 꼭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지? 그 인간, 엄청나게 나쁜 인간이고 진짜 빌어먹을 놈인 건 내가 아는데, 그 인간이 내 이름을 부르면 손을 내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지거든. 그 인간과 내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할 수 없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문득 생각해. 우리는 꼭 끝이 기다리고 있는 미완성의 고속도로 같다고."
하지만 어느 것에도 포기란 것을 모르는 지연우라는 캐릭터.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그녀의 좌우명처럼 주하와의 관계도 얼마 고민하지 않고 결단을 내립니다. 미완성의 고속도로, 그까짓 거 끝까지 뚫으면 그만이라고요.
경찰과 검사가 나오는 이야기라 반듯반듯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어요. 정의! 정의에 불타오르는 주인공들이 아니라서 신선했으며 너무나도 거친 말투에 거리낄 것 하나 없이 무작정 전진하는 두 사람이 흥미로웠고, 미적미적 풀리지 않는 사건이 아니라 빠르게 흘러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 두 사람의 화끈한 러브씬, 그리고 그 외의 너무나도 공감되는 이야기까지.. 히든 게임 안 읽었으면 큰일 날뻔한 이야기네요.
근래 잔잔한 이야기만 쭉쭉 읽어서 그런지 신선했고 정말 재미있었던 이야기에요. 마뇽님의 글을 더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잔잔하다 한방이 있는 책이 아니라 수없이 잽을 날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퍼컷을 날리는 속시원한 책이니 잔잔한 이야기에 지치신 분들이나 법조계물, 추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