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 하우스
원주희 지음 / 로코코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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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맹물, 수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황세연. 자기 할 일 잘 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는 일 하나 없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세연을 이상하게 만 생각한다. 만나던 남자에게조차 뒤통수를 맞고 나니 세연은 자신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찮게 마주친 자신에게 귤을 건네고, 붕어빵을 건네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태오를 보면서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총천연색, 아니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싶어진다. 그렇게 태오의 도움으로 세연을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한다. 매주 일요일 태오와 함께 하는 색깔 찾기 수업. 과연 세연은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 핫한 화가인 기태오, 만날 때마다 눈물을 한껏 머금고 있던 세연이 자신에게 찾아아 색을 찾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도와준단 말인가,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벌써 몇 달 째 태오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이젤 앞에만 앉으면 저절로 떨리는 손 때문에..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심리적 문제, 그런데 세연이 나타나고선 손이 떨리지 않는다. 그녀와 색깔 찾기 수업을 하며 그 또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의 제안에 동참한다.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세연이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품은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점점 빠져든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도전하는 세연과 그녀와 함께 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태오. 그리고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부암동 부스러기들, 그들과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사람은 저마다 색을 품고 있어요. 질투심 많은 노랑, 낭만적인 파랑, 명랑한 주황, 예민한 보라, 그리고 수줍은 초록. 색이 없다는 건 영혼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분명히 본인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발견 못 했을 뿐이지. 노력하면 볼 수 있으니까 걱정 마요."

 

내성적이고 사람과 사귐이 있어 겁이 많고 거절도 잘 하지 못하는 여자인 세연. 첫 장부터 답답했다. 비밀연애를 하자고 했던 남자에게 크게 뒤통수 맞았으면서도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한 채 물러나는 세연을 보며 어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련의 일을 겪으며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세연이 어이구야 장하다! 기특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화가인 태오를 만나면서 천천히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세연. 태오와 함께 신나게 물감놀이를 하고 힘들게 염색도 해보고, 세연이 색을 알아 가듯 그녀만의 색을 서서히 찾아간다.

 

"검은색은 우울하고 칙칙한 색이 아니에요. 르동이 그랬어요. 검은색은 모든 색의 근원이고 본질적인 색채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색이다. 사과가 빨간 건 사과가 빨간색을 거부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과는 빨강을 제외한 모든 색이에요. 그러면 검정은? 모든 색을 흡수한 색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세연 씨는 모든 색을 품은 거예요. 무엇도 거부하거나 내보내지 않고 안에 품은 거예요. 그건 부끄러운 것도, 상처받을 것도 아니에요."

 

세연의 성장스토리?인가 하지만 아니다. 세연이 태오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고 예쁜 사람으로 변해가면서 태오와 태오의 주변 사람들도 세연을 통해 변해간다. 기태오와 일명 부암동 부스러기라 불리는 사람들. 태준, 선우, 주영, 미키. 어딘가 하나씩 불안하던 그들이 세연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이야기?! 아무튼 다들 서로를 통해서 힐링되는 이야기였다. 그 와중에 태오와 세연 때문에 두근두근하는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세연이 남자에게 뒤통수 맞았는 다는 것을 안 부암동 부스러기들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퇴근하는 세연과 데이트를 한 거다. 아, 하나같이 매력적인 남자들과 매일 데이트를 하니 세연의 주변 사람들에게 세연이 매력적인 여자임을 알리는 동시에 매일매일 부스러기들을 통해 새로운 색을 찾아가는 세연이 인상적이었다. 총 4일간의 데이트를 뒤에서 지켜보며 태오가 질투한 것도 깨알 재미였다.

 

'테라피 하우스' = 치유하는 집. 부암동 태오의 집은 마음을 치유하는 집 같다. 그런데 그 테라피 하우스 안에는 어딘가 하나씩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 집에 자신을 색을 찾고 싶어 하는 세연이 찾아왔다. 세연도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런데 세연이 집에 들어옴으로써 그들은 서서히 힐링되어 간다.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각기 다른 사람이 채워주면서 그들은 치유되어 간다. 세연이는 태준의 말대로 태오와 주영, 미키, 선우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우울하고 칙칙했던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포용하는 안정감을 주는 검은색이 바로 세연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색이 무엇일까? 나는 빨갛고 파랗고 노란 사람이고 싶다. 세연처럼 모든 색을 포용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내 스스로 갖고 있는 색이 퇴색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며 나도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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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라에르
서정윤 지음 / 로코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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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여주인공 연서는 쉼 없이 선을 본다. 연서는 아버지를 위해서 1년간 가짜 남편 행세를 해줄 남자를 찾고 있지만, 그에 부합하는 남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 머리가 아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 자리에 나가는 연서. 다음 선 자리에 가던 중 그녀의 머리를 댕~ 하며 울리는 글귀는 보게 된다. 

유성에서라면 어떤 인생도 가능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홍보 글을 보고 배우라면 그녀가 원하는 1년짜리 가짜 남편을 완벽하게 연기해주지 않을까? 그리고 때마침 길을 나서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유성 엔터테인먼트 대표, 도주환.
연서의 황당한 말에 어이없는 것도 잠시 주환은 연서를 이용하기로 한다. 지금 주환은 연서처럼 그의 연인 역할을 해줄 여자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1년짜리 계약을 하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지키고 싶은 겁니다.

 

한 사람은 시한부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또 한 사람은 꼭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계약을 하게 된다. 주환의 말대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 계약을 이행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란 감정은 배제된 채, 1년 동안 쇼윈도 부부로 살아야 하는 그들. 과연 배우처럼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정연서라는 여자가 자주 웃기를 원해.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깨닫기를 원해. 내가, 당신을 좋아하기 시작했어."

 

'아뜰라에르'는 선결혼, 후연애 스토리다. 이런 유의 이야기가 많았고, 그다지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다. 그래서 별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뜰라에르'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생각이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설리님이 연재를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했는데,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 눈물이 터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와 그의 딸, 연서 때문이었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까지 말기 암으로 얼마 살지 못한다고 하니 생전 마지막 소원이라도 들어드리고 싶은 연서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 사랑하는 남자는 없으니 가짜라도 좋으니 하루빨리 아버지 앞에서 행복하게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연서의 마음.

연서의 요구로 시작한 가짜 결혼이지만 연서는 조급해하지도, 주환 앞에서 비굴하지도 않아요.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다. 차분하고 강단 있는 여자. 아버지 앞에서 완벽하게 사랑하는 연기를 해주는 주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남자 주인공 도주환도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그도 골치 아픈 스캔들을 가라앉히기 위해 연서와 계약을 맺었지만 연서와 결혼을 하고 그녀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처음과 다르게 연서에게 이끌리게 된다. 그 과정을 억지로 부정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누구처럼 츤츤거리지 않고, 못되지도 않다. 한없이 다정하고 든든한 남자다.

 

가짜로 시작된 결혼생활. 공간을 공유하며,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그들.
시나브로, ATRAER.. 서서히 서로에게 이끌려버린 두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니까.
남들 다 하고 사는 걸 보여 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남들 보며 부러웠던 것들을 하나하나 해 주고 싶었어. 아버님은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라고. 그런 아버지 보면서 이 여자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고. 결혼 잘하면 이런 느낌이다. 신혼은 원래 이런 재미다. 저 여자한테 알게 해 주고 싶었어."

 

처음엔 그냥 슬펐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연서가, 혼자 남을 딸이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말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오는 걸 막을 수 없다. 그런 연서 곁에 주환이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비록 처음은 가짜였을지라도 아버지를 지켜주고, 연서 곁을 지켜주는 주환이가 얼마나 멋지던지..  그야말로 완소남편이다.

 

연서가 물론 좋다. 주환을 오래 기다리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외롭고 힘들어하는 주환을 위해서 멋진 일도 하고 주환을 향해 예쁘게 웃어주니까. 아버지를 보내고 크게 상심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주환 곁에서 씩씩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냥 참 다행이었다.

 

서정윤 작가님의 책은 매치포인트, 차오르다, 풀베팅 이런 세 작품을 읽었었는데.. 대부분 진하고 강렬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아뜰라에르'는 감성적이고 진한 감동이 있다. 요즘 러브신이 들어간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런 진한 장면이 없어도, 모성애 못지않은 강한 부성애도 느낄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도 느낄 수 있고, 마지막으로 사랑을 무서워하고 멀리하던 두 남녀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사랑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니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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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락원
심이령 지음 / 청어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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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代)를 이어 사업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 임소흔의 이복 오빠는 아버지와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정 회장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지자 그를 도와줄 사람을 찾게 된다. 그게 바로 남주인공 도강원이다. 혈귀라 불리는 남자. 임 사장이 제시하는 조건에 이렇다 할 흥미를 느끼지 못한 강원 앞에 마지막으로 내민 조건. 여동생을 볼모로 내놓다는 게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강원.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갑작스레 상황이 나빠지자 오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강원과 만남을 가진다. 오빠와 같은 나이의 남자지만 오빠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남자. 강원의 앞에서 스물한 살 풋풋한 여대생의 면모를 한껏 뽐내지만 강원은 묵묵부답. 정략결혼, 앞으로 가짜 부부 행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소흔. 맨손으로 낙원산업개발을 일구어 낸 강원은 지금까지 봐 온 여자들과 차원이 다른 소흔에게 점차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결혼, 임 사장과의 거래가 잘 성사된 후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보내야 할 가짜 어린 아내.

정략, 가짜로 시작했던 결혼 생활. a.k.a. 소꿉놀이. 가볍게 시작했던 소꿉놀이가 점차 즐겁고 끝내고 싶지 않게 되는데...


네가 나의 낙원이다.


… 그러고 보니 노인은 어쩌면 그것으로 제 외로움을 나누었나 보구나, 그래서 소년 덕에 외롭지 않게 세상과 작별하며 그리 평온한 얼굴을 할 수 있었나 보구나, 행색을 봐서는 평생 혼자 살아왔을 것이 분명한 노인이 죽는 순간만큼은 소년을 가족으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간다 생각했을까, 강원은 그 갑작스러운 상념에 놀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노인의 그 평온한 얼굴의 정체를 갑자기 깨달은 것만 같았다. 죽어서 낙원으로 간 줄 알았더니, 노인은 바로 제 곁에 있는 낙원과 함께, 하나가 된 것이구나,
- 실락원 , 8장 소꿉놀이 中


사실 실락원을 읽기 전에 조금 두려웠다. 심이령 작가님의 전작들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은 무서웠기 때문이다. 소재와 스토리가 수위가 높다. 비극적이다. 뭐 이런 유의 이야기가 있어서 실락원도 혹 그런 류가 아닌가 걱정이가 되어 선뜻 책을 넘길 수가 없었다. 역시 초반 3장 임 사장과 강원의 이야기를 읽고 진짜 내 짐작대로 험악한 내용인가 보다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섣부른 판단임을 깨달았다. 내가 들어왔던 심이령 작가님의 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조금 가벼웠다.

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는 사업을 잘 이끌어보고자 이복동생을 나쁜 남자가 보내는 흔한 악질인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달랐으며 도강원이란 인물이 천애 고아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누구도 믿지 않는 냉혈한 캐릭터 일 줄 알았으나 띠동갑이 넘는 여자애에게 휘둘리며 점차 칠레레 팔레레 되어가는 것을 보며 멍해졌다.
뭔가 더 절망적이고 우울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밝은 분위기의 글이다. 물론 이야기는 몰입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도 아쉬움이 좀 남는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소꿉놀이처럼 시작했던 강원과 소흔.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진심을 느끼고 진짜 부부로 거듭날 무렵 위기가 닥쳐오는데, 난 그 위기가 더 격했으면 했다(내가 너무 다크 하나?) 그러나 이 부분은 괜찮았다. 다만 두 사람이 다시금 합치는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굴리고 더 굴렸으면 좋았을 것을(후회남 선호).. 후반부 작가님이 웃음을 주려고 했던 걸까? 그 내용이 조금 억지스럽게 다가왔다. 그냥 초반 내장탕 같은 웃음 포인트가 좋았다.

나처럼 심이령님표 다크물은 어떨까 하고 기대하고 읽는다면 많이 실망스러운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혀 다크하지 않다. 제목이 실락원이어서 아담과 이브처럼 험담한 길을 예상했었는데, 혼자였다가 가짜이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서 소흔이라는 가족이 생긴 후로 가족이 다친다는 것이 어떤 두려움인지 알게 되면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리고 스물한 살 여자와 서른넷의 남자의 알콩달콩 가벼운 로코물로 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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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합본] 히든 게임 (전4권/완결)
마뇽 지음 / 라떼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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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하 (32) - 수사부 검사

지연우 (30) - ​광역 수사대 강력 1팀장

10년을 사귀었던 남자의 결혼식을 보고 씁쓸한 마음에 술 한잔하러 바에 들른 연우.

쓰디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옆자리에 앉은 남자 주하와 이야기를 나누다 원나잇을 하게 됩니다.

더없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낸 두 사람. 연우는 다시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고, ​주하는 다시  또 만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가 직업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되죠.

광역 수사대 강력 1팀을 이끌고 있는 연우. 어린 나이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프로파일 능력과 반드시 잡겠다는 집념, 정의의 사도로 유명한 경찰입니다. 반면에 남자 주인공 수사부 검사인 주하는 그냥 나쁜 남자예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에 능력 있는 검사이지만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접대를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이고 약혼자가 있음에도 이 여자 저 여자 할 것 없이 만나는 남자입니다. 연우와의 관계도 금세 식어버릴 거라 생각했지만 그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습니다.

강력반과 수사부 검사, 떼어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첫 관계가 더없이 만족스러웠던 그들은 사건뿐만 아니라 사생활로 계속 엮이게 됩니다.

강력반 형사로 눈뜨고 못 볼 수많은 사건들을 맡아 범인을 잡는 여주인공 연우는 그동안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에요. 10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를 쿨하게 보내주고, 일을 하며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주하의 관계에도 질척거림 없이 쿨한, 하지만 사건에 있어서는 정의에 불타오르는 열혈 형사죠.

반대로 민주하라는 남자는 난잡하기 그지없는 남자입니다. 태생부터 금수저라 자기 원하는 건 모든 손에 넣을 수 있었기에 아쉬울게 없는 남자지만 딱 하나 지연우라는 여자는 좀처럼 손안에 잡히지 않아서 그런지 그녀를 향한 무서운 소유욕을 보여주죠. 하지만 주하보다 더 센 사람이 바로 연우. 현장에서 일하는 연우 / 앉아서 펜대나 굴리는 주하. 운동은 잘 안 하는 주하라 위기에 처해있을 때 남자가 아닌 연우가 나타나 구해주기도 해요.

경찰과 검사이기 때문에 이야기에는 살인, 킬러, 청부살해 이런 게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긴박하게 흘러가 추리하는 재미도 있고, 긴장감도 있었어요. 추리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섞였달까요?

그리고 주인공들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또한 좋았습니다. 연우의 동료인 수호, 은혁, 수창 등의 이야기도 좋았으며, 사건에 연루된 류하, 류진 등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도 좋았어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웠으나 후반부 마지막에 나오는 류진과 관련된 사건은 없어도 좋았을 거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다른 사건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근래에 만나지 못 했던 센 캐릭터들이라 그런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파격적이고 신선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신 것임을 낙인찍는 장면인데요. 관계를 한 후 담배를 피우고 있던 두 사람. 먼저 주하가 연우의 가슴 골에 지연우는 민주하 것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바로 담배로 말이죠. 살이 타들어가고 끔찍한 흉터를 남기며 만족스러워하는 주하와 그런 그를 보며 남들이 안 보는 곳에 낙인을 찍는 건 아무 소용없다며 주하의 이마에 낙인을 찍는 연우. 그리고 마지막 말이 가관입니다.

"만약 서로에게서 달아나고 싶어지만 나는 네 여기를, 너는 내 여기를 도려내야 할 거야."

참 무서운 말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네요.

'난 알고 있어, 지연우. 사랑은 아닌데 이 지독한 감정이 뭔지 난 알고 있어. 이건 각이라는 거야. 네가 내게, 내가 네게 각인되어버린 거야. 가슴에, 이마에 찍은 낙인보다 더 지독하게 새겨진, 흉터는 도려낼 수 있지만 이건 도려낼 수도 없게 마음에 새겨져버린 각인이라는 거야. 각인​…….' 주하 said.

사랑 없이 시작한 관계. 하지만 쉽게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린 두 사람.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은 연우의 말대로 닮은 구석이 좀 많아요. 주하는 좀 얄미운 캐릭터지만 말이에요.

"닮았어. 뭐가 닮았냐하면, 철저하게 자기 방식대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우린 진짜 많이 닮았어.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뭐든 서슴지 않고 해버리고, 철저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만 추구하며 사는 것까지 똑같아. 꼭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지? 그 인간, 엄청나게 나쁜 인간이고 진짜 빌어먹을 놈인 건 내가 아는데, 그 인간이 내 이름을 부르면 손을 내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지거든. 그 인간과 내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할 수 없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문득 생각해. 우리는 꼭 끝이 기다리고 있는 미완성의 고속도로 같다고."

하지만 어느 것에도 포기란 것을 모르는 지연우라는 캐릭터.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그녀의 좌우명처럼 주하와의 관계도 얼마 고민하지 않고 결단을 내립니다. 미완성의 고속도로, 그까짓 거 끝까지 뚫으면 그만이라고요.

경찰과 검사가 나오는 이야기라 반듯반듯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큰 착각이었어요. 정의! 정의에 불타오르는 주인공들이 아니라서 신선했으며 너무나도 거친 말투에 거리낄 것 하나 없이 무작정 전진하는 두 사람이 흥미로웠고, 미적미적 풀리지 않는 사건이 아니라 빠르게 흘러가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 두 사람의 화끈한 러브씬, 그리고 그 외의 너무나도 공감되는 이야기까지.. 히든 게임 안 읽었으면 큰일 날뻔한 이야기네요.

근래 잔잔한 이야기만 쭉쭉 읽어서 그런지 신선했고 정말 재미있었던 이야기에요. 마뇽님의 글을 더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잔잔하다 한방이 있는 책이 아니라 수없이 잽을 날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퍼컷을 날리는 속시원한 책이니 잔잔한 이야기에 지치신 분들이나 법조계물, 추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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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합본] 화설 (華雪) (전2권/완결) 화설 (華雪)
서향 / 로맨스토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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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윤 - 옥황상제의 아들로 저승의 왕, 대별왕 

화설 - 이매인 아버지 홍흑과 반인반천인 어머니 비랑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이매인 아버지와 반인반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화설은 하계의 무인도에 살고 있다.

혼계에서 이매망량의 왕으로써 명성이 자자하던 아버지 홍흑이 반인반천인 비랑과 혼인함으로써 혈통을 더럽혔다며 혼계에서 쫓겨나 하계에서 살고 있는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화설이다.

화설은 어머니 비랑을 닮아 특이한 인생을 살고 있다. 바로 살아가면서 총 3번의 탈피를 하는 것인데요.

현재 1번의 탈피를 하고 2번의 탈피를 남겨 두고 있다. 하계에서 부모님의 지인인 여우 귀신 길달을 도와 일을 하던 중 크게 상처를 입은 자를 구해주면서 저승의 왕 파윤과 만나게 되죠.

죽은 자들을 저승세계로 인도하는 일을 하는 파윤은 아직 죽을 날이 되지 않은 하계인으로 인해 화설과 만나게 된다. 하계인을 끝까지 돕고자 저승세계까지 함께 하게 된 화설과 파윤.

저승에서 지내면서 화설의 신비한 치유 능력을 알게 된 파윤은 저승세계에 머물며 ​환자들을 돌볼 것을 명하여 저승에서 의학을 배우며 파윤의 지밀의원 역할을 하게 된 화설.

파윤이라는 인물은 옥황상제의 아들이며 저승의 왕으로 탁월한 업무 능력과 훤칠한 외모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수십 년 전 정혼자에게 배신을 당하며 여자와 사랑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화설을 만나고부터는 조금씩 그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데요. 화설로 흘러가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입술을 맞추는 순간 화설의 몸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화설의 인생에서 두 번째 탈피가 시작된 것이죠.

마치 누에처럼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던 화설은 한 달이 지난 후 껍질을 까고 나오는데 이십 대의 성숙한 여체로 변하였고 체향 또한 더욱더 강해졌다.

파윤의 지밀의원으로 아침, 점심, 저녁으로 파윤의 건강을 돌보던 화설은 실수로 인해 파윤의 건강에 큰 해를 끼치고 그 책임을 지고 명계를 떠나게 된다. 화설을 향한 파윤을 마음을 오롯이 표현하지 못한 채 그녀를 보내게 되는 파윤.

화설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는 파윤과 화설의 사랑이고, 두 번째는 명계, ​선계, 천계, 하계를 위협하는 수명장자라는 인물과 그를 처단하려는 파윤의 일이다. 이야기 시작되는 초반부터 파윤이 부리는 저승차사들의 실종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그 배후를 찾다가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악한 인물이었던 수명장자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찾아 없애려 한다. 수명장자라는 인물이 수면 위로 나타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흐르는데 그 사이의 이야기가 촘촘히 전개되는 터라 흥미로웠다.

천천히 뿔뿔이 흩어졌던 자신의 흔적을 모으고 파윤에 대항하려 힘을 키우던 그가 냉철하기만 했던 파윤의 심장이 화설로 인해 점차 변하는 것을 깨닫고는 화설을 미끼로 파윤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뜻하지 않게 화설이 3차 탈피를 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3차 탈피 후 이야기는 조금 예상 밖이었다. 뭔가 탄탄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갑작스레 무너진 느낌이랄까?

절정으로 치닫을 수명장자와 파윤의 싸움은 조금 허무하게 끝나버린 듯했다. 수명장자의 승도 아닌, 그렇다고 파윤의 승리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전쟁이 된 것이다. 산산조각이 나 죽었을 것 같았던 수명장자라는 인물은 또다시 미궁으로 빠져버리고 뒷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도 그건 작가님이 말했듯이 화설의 후속편을 위해서 그렇게 남겨둔 것 같다.

화설은 이미 시리즈물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화설의 부모인 홍흑과 비랑의 이야기인 '화무'이다. 아마도 화무에서도 수명장자라는 인물이 나온 것 같다. 수십 년이 흐른 후의 이야기가 바로 화설인 것이다.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끝날 듯 끝나지 않아 재미있기도 했지만 과연 그다음 이야기에서 이만큼의 긴장감을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퓨전판타지물은 시작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4장 정도 지나니 점차 빠져들게 되었다. 인물들이 단출한 현대물과 다르게 판타지물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역시나 화설에도 처음부터 수많은 이름들이 나오는데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겠다가 점차 지나다니 적응이 되었다는..! 화설은 파윤과 화설의 로맨스가 크게 표현되진 않았다. 초반엔 여자의 배신에 대한 상처가 큰 파윤이라 화설을 거부하고, 그녀를 받아들일 때쯤 명계를 떠나게 되어 긴밀한 관계를 맺을 새가 없었다. 그나마 마지막 부분이 로맨스를 극대화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게 역효과를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등장인물로 머리가 조금 아픈 판타지물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마음을 사로잡힌 화설.

작가님이 화설의 뒷편은 화설의 쌍둥이 오빠인 귀휴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직 끝까지 않은 수명장자와 잠깐씩 대화로만 등장했던 귀휴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되네요.

얼마 전에 읽었던 담벼락 너머의 Mr.괴물에서 느꼈듯이 그전의 현대물과 또 다르게 작가님의 상상력이 놀라웠어요. 화설을 읽기 전에 먼저 화무를 읽었더라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좀 더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화설을 읽기 전이시라면 화무도 함께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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