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 하우스
원주희 지음 / 로코코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무색무취, 맹물, 수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황세연. 자기 할 일 잘 하고, 남들에게 피해 주는 일 하나 없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세연을 이상하게 만 생각한다. 만나던 남자에게조차 뒤통수를 맞고 나니 세연은 자신이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연찮게 마주친 자신에게 귤을 건네고, 붕어빵을 건네면서도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위로하는 태오를 보면서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총천연색, 아니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싶어진다. 그렇게 태오의 도움으로 세연을 자신만의 색을 찾기 시작한다. 매주 일요일 태오와 함께 하는 색깔 찾기 수업. 과연 세연은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을까?

한참 핫한 화가인 기태오, 만날 때마다 눈물을 한껏 머금고 있던 세연이 자신에게 찾아아 색을 찾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도와준단 말인가, 지금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인데, 벌써 몇 달 째 태오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이젤 앞에만 앉으면 저절로 떨리는 손 때문에..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 심리적 문제, 그런데 세연이 나타나고선 손이 떨리지 않는다. 그녀와 색깔 찾기 수업을 하며 그 또한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의 제안에 동참한다.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세연이 우울하고 칙칙한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품은 따뜻한 사람임을 알게 되고 점점 빠져든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도전하는 세연과 그녀와 함께 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태오. 그리고 세연과 함께 하면서 성장하는 부암동 부스러기들, 그들과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사람은 저마다 색을 품고 있어요. 질투심 많은 노랑, 낭만적인 파랑, 명랑한 주황, 예민한 보라, 그리고 수줍은 초록. 색이 없다는 건 영혼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분명히 본인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발견 못 했을 뿐이지. 노력하면 볼 수 있으니까 걱정 마요."

 

내성적이고 사람과 사귐이 있어 겁이 많고 거절도 잘 하지 못하는 여자인 세연. 첫 장부터 답답했다. 비밀연애를 하자고 했던 남자에게 크게 뒤통수 맞았으면서도 큰소리 한번 치지 못한 채 물러나는 세연을 보며 어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일련의 일을 겪으며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세연이 어이구야 장하다! 기특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화가인 태오를 만나면서 천천히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세연. 태오와 함께 신나게 물감놀이를 하고 힘들게 염색도 해보고, 세연이 색을 알아 가듯 그녀만의 색을 서서히 찾아간다.

 

"검은색은 우울하고 칙칙한 색이 아니에요. 르동이 그랬어요. 검은색은 모든 색의 근원이고 본질적인 색채인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색이다. 사과가 빨간 건 사과가 빨간색을 거부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과는 빨강을 제외한 모든 색이에요. 그러면 검정은? 모든 색을 흡수한 색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세연 씨는 모든 색을 품은 거예요. 무엇도 거부하거나 내보내지 않고 안에 품은 거예요. 그건 부끄러운 것도, 상처받을 것도 아니에요."

 

세연의 성장스토리?인가 하지만 아니다. 세연이 태오로 인해 자신감을 되찾고 예쁜 사람으로 변해가면서 태오와 태오의 주변 사람들도 세연을 통해 변해간다. 기태오와 일명 부암동 부스러기라 불리는 사람들. 태준, 선우, 주영, 미키. 어딘가 하나씩 불안하던 그들이 세연을 통해 치유받고 성장하는 이야기?! 아무튼 다들 서로를 통해서 힐링되는 이야기였다. 그 와중에 태오와 세연 때문에 두근두근하는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세연이 남자에게 뒤통수 맞았는 다는 것을 안 부암동 부스러기들이 하루씩 돌아가면서 퇴근하는 세연과 데이트를 한 거다. 아, 하나같이 매력적인 남자들과 매일 데이트를 하니 세연의 주변 사람들에게 세연이 매력적인 여자임을 알리는 동시에 매일매일 부스러기들을 통해 새로운 색을 찾아가는 세연이 인상적이었다. 총 4일간의 데이트를 뒤에서 지켜보며 태오가 질투한 것도 깨알 재미였다.

 

'테라피 하우스' = 치유하는 집. 부암동 태오의 집은 마음을 치유하는 집 같다. 그런데 그 테라피 하우스 안에는 어딘가 하나씩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런데 그 집에 자신을 색을 찾고 싶어 하는 세연이 찾아왔다. 세연도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런데 세연이 집에 들어옴으로써 그들은 서서히 힐링되어 간다. 서로에게 모자란 부분을 각기 다른 사람이 채워주면서 그들은 치유되어 간다. 세연이는 태준의 말대로 태오와 주영, 미키, 선우에게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우울하고 칙칙했던 검은색이 아닌 모든 색을 포용하는 안정감을 주는 검은색이 바로 세연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의 색이 무엇일까? 나는 빨갛고 파랗고 노란 사람이고 싶다. 세연처럼 모든 색을 포용하는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내 스스로 갖고 있는 색이 퇴색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며 나도 함께 힐링할 수 있었던 테라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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