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락원
심이령 지음 / 청어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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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대(代)를 이어 사업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 임소흔의 이복 오빠는 아버지와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정 회장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지자 그를 도와줄 사람을 찾게 된다. 그게 바로 남주인공 도강원이다. 혈귀라 불리는 남자. 임 사장이 제시하는 조건에 이렇다 할 흥미를 느끼지 못한 강원 앞에 마지막으로 내민 조건. 여동생을 볼모로 내놓다는 게 것.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인 강원.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갑작스레 상황이 나빠지자 오빠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강원과 만남을 가진다. 오빠와 같은 나이의 남자지만 오빠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남자. 강원의 앞에서 스물한 살 풋풋한 여대생의 면모를 한껏 뽐내지만 강원은 묵묵부답. 정략결혼, 앞으로 가짜 부부 행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소흔. 맨손으로 낙원산업개발을 일구어 낸 강원은 지금까지 봐 온 여자들과 차원이 다른 소흔에게 점차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결혼, 임 사장과의 거래가 잘 성사된 후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보내야 할 가짜 어린 아내.

정략, 가짜로 시작했던 결혼 생활. a.k.a. 소꿉놀이. 가볍게 시작했던 소꿉놀이가 점차 즐겁고 끝내고 싶지 않게 되는데...


네가 나의 낙원이다.


… 그러고 보니 노인은 어쩌면 그것으로 제 외로움을 나누었나 보구나, 그래서 소년 덕에 외롭지 않게 세상과 작별하며 그리 평온한 얼굴을 할 수 있었나 보구나, 행색을 봐서는 평생 혼자 살아왔을 것이 분명한 노인이 죽는 순간만큼은 소년을 가족으로,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간다 생각했을까, 강원은 그 갑작스러운 상념에 놀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노인의 그 평온한 얼굴의 정체를 갑자기 깨달은 것만 같았다. 죽어서 낙원으로 간 줄 알았더니, 노인은 바로 제 곁에 있는 낙원과 함께, 하나가 된 것이구나,
- 실락원 , 8장 소꿉놀이 中


사실 실락원을 읽기 전에 조금 두려웠다. 심이령 작가님의 전작들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은 무서웠기 때문이다. 소재와 스토리가 수위가 높다. 비극적이다. 뭐 이런 유의 이야기가 있어서 실락원도 혹 그런 류가 아닌가 걱정이가 되어 선뜻 책을 넘길 수가 없었다. 역시 초반 3장 임 사장과 강원의 이야기를 읽고 진짜 내 짐작대로 험악한 내용인가 보다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섣부른 판단임을 깨달았다. 내가 들어왔던 심이령 작가님의 글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조금 가벼웠다.

아버지 대부터 내려오는 사업을 잘 이끌어보고자 이복동생을 나쁜 남자가 보내는 흔한 악질인 줄 알았으나 예상과 달랐으며 도강원이란 인물이 천애 고아로 산전수전 다 겪으며 누구도 믿지 않는 냉혈한 캐릭터 일 줄 알았으나 띠동갑이 넘는 여자애에게 휘둘리며 점차 칠레레 팔레레 되어가는 것을 보며 멍해졌다.
뭔가 더 절망적이고 우울한 이야기를 기대했었는데 의외로 밝은 분위기의 글이다. 물론 이야기는 몰입도가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에도 아쉬움이 좀 남는다. 어린아이들이 하는 소꿉놀이처럼 시작했던 강원과 소흔.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진심을 느끼고 진짜 부부로 거듭날 무렵 위기가 닥쳐오는데, 난 그 위기가 더 격했으면 했다(내가 너무 다크 하나?) 그러나 이 부분은 괜찮았다. 다만 두 사람이 다시금 합치는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굴리고 더 굴렸으면 좋았을 것을(후회남 선호).. 후반부 작가님이 웃음을 주려고 했던 걸까? 그 내용이 조금 억지스럽게 다가왔다. 그냥 초반 내장탕 같은 웃음 포인트가 좋았다.

나처럼 심이령님표 다크물은 어떨까 하고 기대하고 읽는다면 많이 실망스러운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전혀 다크하지 않다. 제목이 실락원이어서 아담과 이브처럼 험담한 길을 예상했었는데, 혼자였다가 가짜이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서 소흔이라는 가족이 생긴 후로 가족이 다친다는 것이 어떤 두려움인지 알게 되면서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리고 스물한 살 여자와 서른넷의 남자의 알콩달콩 가벼운 로코물로 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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