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이 있는 집 1
최은경 지음 / 신영미디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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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최은경 작가님의 목란이 있는 집, 생각보다 좋았어요.

리뷰들을 읽지 못해서 재미있을까? 실망할까? 반반인 마음을 가지고 읽었는데 몰입도 좋았네요.

 

저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라는 소개글 문구에 끌렸고, 이 책의 주인공인 목란씨는 과연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지요.

 

책은 경주에서 게스트하우스 '락휴당'을 운영하고 있는 여주인공 목란 씨와 건축가인 남주인공 한준이 경주에 한옥을 짓는 일로 내려와 우연히 재회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요.

소개글에서 봤듯이 재회물임을 알았는데 어떤 사연으로 헤어지게됐는지 궁금했어요.

3년 전, 목란과 한준은 부부였어요.

부부였지만 정상적인 부부가 아니었고, 오누이같은 관계였죠.

 

여주인공 목란 씨는 새터민이에요. 일명 탈북자라고 하죠.

스무살에 동생 혁봉 씨와 함께 남한으로 오게 되었어요. 탈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 곳에 정착하기 위해서 고된 일을 하기도 했죠. 그 때 만난 그녀에게 도움을 준 이가 바로 한준의 할머니인 왕 사장님이에요. 왕 사장님 또한 어릴 적 홀로 남한에 남겨져 힘든 생활을 보냈기에, 목란이 남같지 않았던 거에요.

험한 일을 당할 뻔한 목란을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왕 사장님.

한결 편해지겠구나 했던 목란 씨에게 사고뭉치 동생 혁봉으로 인해 큰 돈이 필요하게 되고, 돈때문에 나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려 했죠. 왕 사장님 몰래 선 자리에 나간 목란 씨.

선 보는 장소에서 또 한 명이 선을 보고 있었죠. 바로 한준 씨에요. 할머니의 협박으로 인해 선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한준.

상대를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하고 있던 중 낯익은 얼굴이 보이네요. 바로 목란 씨.

목란의 사연을 듣고, 한준은 제안을 합니다. 그 결혼 자신과 하자고.

목란은 돈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은 할머니의 잔소리부터 해방을 위해서.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결혼 생활.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결혼을 끝이 난다는 계약을 가진 채.

계약으로 시작된 결혼 생활이었지만 목란은 더없이 좋았어요. 두 사람 사이에 사랑만 없다 뿐이지 한준은 항상 자신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멋진 남자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한준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 목란이지만 자신이 고백을 한다면 그들의 계약은 산산조각이 나니, 말은 할 수 없고 홀로 애태우죠. 한준을 향해 절절한 고백을 편지로 쓰길 한 참, 기뻐하며 달려오는 한준에게서 들은 청천벽력같은 말.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은 끝이 나게 되고, 목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죠.

 

경주에서의 뜻밖에 재회.

다시 만난 목란은 예전의 목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청초하고 고아한 느낌의 생김은 똑같지만 성격이 좀 많이 바뀌었던 것.

목란이 사라지고 이곳저곳 그녀를 찾았던 한준, 한준이 좋아했던 여자가 돌아와서 목란과의 결혼은 끝이나고, 좋아하는 여자와 새로 시작했지만 자꾸만 목란이 생각나고, 그녀와 비교하게 되고, 결국은 헤어지게 되었던 한준.

다시 만난 목란에게 한준은 사랑을 느끼게 되요.

목란 또한 한준을 보여 예전의 마음과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닫지만 이번에도 상처를 받을까 한준을 외면하려 하지만 쉽지가 않네요.

목란을 향한 감정을 깨닫고는 거침없이 돌격하는 한준 씨.

경주에만 작업현장이 있는 게 아닌데, 목란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숙소를 핑계로 들어가 생활을 하며 목란과 가까워지기에 열을 올려요.

한준을 자꾸만 밀어내는 목란도 한준을 마음을 알고는 다시 시작하는 두 사람.

 

1권은 재회 후 밀당 아닌 밀당. 목란을 향한 한준의 구애가 주요 내용이었고, 2권은 그들의 두번째 결혼 생활의 이야기에요.

다시 결혼을 한 목란과 한준. 한준은 오누이로만 생각했던 예전과는 정반대인 only 목란 바라기에요.

남들이 시샘할 정도로 깨가 쏟아지는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그들. 한준이 하는 건축 일도 승승장구이고, 목란도 자신이 하고자하는 통번역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제는 슬슬 현장에 투입되는 즐거운 나날.

하늘이 그들을 시샘이라도 했을까요?

그들에게 찾아온 불행의 그림자.

 

목란이 탈북자였는데, 탈북하는 과정에서의 일이 빌미로 잡혀 수사기관에 끌려가게 되요.

이 부분의 이야기가 참 마음이 아팠어요. 1권 초반부터 목란에게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참 슬펐네요.

탈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왜 그들이 탈북을 했을까는 의문이었어요.

소위 북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중 하나였던 목란의 가족. 왜 그런데 그들이 탈북을 해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신분을 속였을까?

그간에 목란과 혁봉이 진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는데 목란이 참 힘들었겠구나하는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혹시나 자신 때문에 한준과 왕 사장님에게 피해가 갈까, 자신으로 인해 동생 혁봉이도 힘들까봐 걱정만 하는 목란 씨.

결국 수사는 잘 마무리에 되어 나오지만 수사관들의 협박으로 인해 목란은 한준을 멀리하려 해요.

그러나 목란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한준이기에 자꾸만 밀어내는 그녀를 꽉 다잡아주네요.

 

로맨스소설에서 처음 등장하는 새터민의 이야기.

생소하기만한 북한의 언어와 북한의 상황, 그리고 북한의 음식들이 책 속에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북에서 탈출한 사람이구나라고만 알고 있지, 그들이 남한에 와서 어떻게 적응하지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어요.

또한, 한준의 직업이 건축가, 특히 한옥을 전문으로하는 건축가에요.

며칠 전 EBS 극한 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옥을 짓는 사람들을 봤던지라 책을 읽는데 이해도 잘 되고, 재미있었어요.

캐릭터, 상황 모두 잘 짜여진 이야기였어요.

남주인공 한준보다 여주인공 목란에게 더 애정이 가긴 했는데, 뭐 한준도 멋진 남주이긴 하죠.

뒤늦게 사랑을 깨달아서 좀 밉기는 했지만 그 뒤로는 목란바라기인 한준.

 

"여보, 목란 씨."

라고 말 할때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더라고요.

 

1권 후반은 좀 늘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2권 초반은 너무 알콩달콩하니 샘도 나고,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았어요. 새로이 접하는 캐릭터이고, 배경이라 즐거웠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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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진 작가님 (필명 : 늦은봄)의 빙산을 녹이는 로맨틱한 방법.

 

제가 재미있게 읽었던 윤난 작가님의 카페마녀와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인듯하다.

카페 '힐링'을 운영하는 여주인공 수영과 수영이 운영하는 카페 위에 있는 병원의 외과의 남주인공 진우의 러브스토리.

차가운 남자인듯한 진우, 그리고 따뜻한 여자인듯한 수영.

그들의 유쾌하지만 달달한 로코물, 기대되네요.

 

 

 

 

- 한조 작가님의 내 것이로다.

 

역로입니다. 오랜만에 끌리는 역로이네요.

왕자와 여노비의 이야기라는데,

음, 꽃송아리의 이서와 연의 이야기와는 좀 다른

왠지 유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소개글의 마지막 문구가 호기심과 구매욕을 솟구치게 하네요.

 

"내 것이 되어다오. 네 것이 되어주마."

 

안 사고는 못베기겠죠?

독자들의 선택은요?

 

 

 

- 수니 작가님의 그 시선의 끝에서

 

위에 소개했던 책들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소설.

잔잔하고 애달플것 같은 느낌이다.

 

상처받은 여주인공과 그녀를 보고는 그녀의 텅빈 마음을 채워주고 싶어하는 남주인공.

상처받았던 여자가 그 남자로 인해 어떻게 힐링될지..

궁금하네요. 수니 작가님표 감성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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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작가님의 '목란이 있는 집'

소개글이 인상적이네요.

끝 문장을 보니 안사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목란이에게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박지영 작가님의 세번째 종이책.

표지부터 상큼함이 풍겨나오는 듯 하네요.

준수와 지이의 이야기.

고3 때 만나 좋아했던 두 사람.

왜 헤어졌다가 10년만에 만났는지..

궁금해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저를 즐겁게 할지 사뭇 기대가 되네요.

초판 한정 이벤트로 노트를 준다니 좋네요.








신해영 작가님의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자매품 '이모네 집에 갔는데 이모는 없고.'

잘 곳이 없어 친구네 집에 갔는데 친구는 없고 친구의 오빠가 있다.

그런데 오빠가 하는 말.

"나랑 자자."

잉? 

어린 양, 정윤정 어떻게 할것인가?

신해영 작가님표 로코물.

정말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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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링 앙상블
다미레 지음 / 청어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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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미레 작가님의 첫 작품인 하버링. 

읽기전에 군대물이라 들어서 기대반 걱정반인 마음으로 읽었어요.

 

이야기는 용산 미8군에서 진행되요.

여주인공 유은조, 참 비밀스러운 인물이더라고요.

아름다운 외모에 각종 특수 기계 장비와 기제차 1급 자격증, 1종 보통 면허, 고졸 출신의 토익 만점자.

은조가 미 8군에 속해있는 하우징에 지원하면서 제출한 이력서의 내용이에요.

특이사항으로는 하우징에 지원하면서 다른 부서로의 이동은 원치 않는다는 것.

휴대폰도 집 전화번호도 없는 그녀. 외모는 부잣집 딸처럼 생겼으나 어마무시한 지게차를 운전하며 무거운 짐들을 나르는 그녀.

시작부터 은조라는 여자는 알 수 없는 인물이구나 생각했죠.

아름다운 외모때문일까요? 은조 곁에 맴도는 많은 남자들이 있네요.

카투사로 군생활을 하고 있는 장원표, 은조가 일하는 하우징의 인사처장인 이준성, 그리고 첫눈에 은조에게 반해버린 남주 저니.

 

남주 저니 맥컬리.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에요.

할머니의 강한 반대에 의해 지금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저니 또한 할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군에 지원하고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공을 세운 다른 군인들에게 존경 받는 조종사에요.

일때문에 용산에 갔다가 거기서 은조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매일같이 오렌지를 건네는 이 남자, 이때는 좀 순진해보였죠.

일주일 동안 오렌지를 건네는 그 남자에게 눈길이 가는 은조. 관심 좀 가져달라는 그 오렌지의 의미를 캐치했던 은조입니다.

 

사실 은조는 유성그룹의 사람으로써, 카리스마 넘치는 공격적인 스타일의 기업사냥꾼으로 정재계에서 천재라 불리우는 사람이었죠. 그러나 3년 전, 일어난 일로 인해 상처를 받고는 사람들을 피해 미 8군안에 은둔하고 살았던 거에요.

본명은 유은령, 미 8군에서 일한지 1년, 자신을 찾으려 갖은 노력을 하는 유성그룹 사람들. 그 중 작은아버지가 은조를 찾게 되고, 은조의 건강상태가 안좋아 쓰러지게 되는데요. 그때 은조를 구하게 되는 사람, 바로 저니입니다.

 

저니는 이 일을 계기로, 은조의 곁에서 떨어지질 않아요.

은조를 간호한답시고, 그리고 은조를 좋아한다며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저니.

그리고 그에 슬금슬금 넘어가는 은조.

 

군대물이라하여 초반에 참 많은 기대를 했었죠.

미 8군이라는 주된 배경이고, 남주는 촉망받는 조종사, 여주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잡일을 돕는 하우징 워커.

또한 비밀을 간직한 채 미 8군에 들어와 은둔 생활을 하는 은조에게 관심이 생기고, 과연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기대됐는데요.

저니가 은조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은조도 저니를 받아들이는 스토리에서부터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여러번 등장하는 19금 씬들이 흥미를 떨어뜨리더라고요. 19금씬이 적절하게 들어가면 좋지만 초반의 설정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씬들에 조금은 실망스러웠어요.

은조에게 마음을 뺏긴 채, 은조에게 올인하는 저니는 참 멋진 남자죠. 초반의 순진한 것 같았던 그 인물이, 은조를 사랑하면서 박력넘치고, 소유욕에 들끓는 남주가 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애정표현을 하는 저니... 좀 과했어요 ㅠㅠㅠㅠ

조종사로써의 멋진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런 장면이 극히 적어서 아쉽더라고요.

 

미 8군에서 나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은조.

3년 전의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에서도 뭔가 스펙타클함(?)까지는 아니어도 긴장감 넘쳤으면 했는데 이것도 좀 시시하게 끝나버린 것 같아 아쉬워요.

은조와 저니의 사랑이 쉽지는 않았어요. 서로의 집안에서 반대가 거셌던 것.

은조의 할아버지는 하나뿐인 혈육이 출신도 모르는 혼혈이랑 결혼한다는 것에, 저니의 할머니는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미국 남부의 정치적으로 유명한 가문의 여식과 결혼하기를 원하는데 저니의 어머니처럼 한국 여자라는 것이 못마땅하여 반대를 해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는 두 사람.

은조 할아버지에게 또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단단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저니와 저니 할머니에게 은조 또한 저니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만 쉽지는 않아요.

그러던 중 저니의 사고로 인해 두 사람은 떨어지게 되고, 몇 개월동안 만날 수 없게 되요.

이에 은조가 변심한 것이 아닌가 하며 저니는 힘들어하고, 은조도 나름대로 저니를 그리워하죠.

사실 저는 이 부분에서 뭔가 더 극적인 것을 원했는데 좀 아쉬워요.

 

다미레 작가님의 첫 작품 '하버링', 사실 읽기전에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군대물이라하여 군대 안에서의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했는데, 하버링은 군 밖에서의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군대라는 소재보다 로맨스에 더 집중한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좀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첫 작품인데도 작가님의 필력이 장난아니란 것을 느꼈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저도 만족하는 스토리가 탄생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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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랑호젠
보라영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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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영 작가님의  <익숙해진다는 건>에 이은 두번째 종이책 <소랑호젠>.

보라영 작가님도 참 예쁜 말을 많이 아시는 것 같고,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소랑호젠'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소랑호젠 : '사랑하려고'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하네요.

 

 31살의 해운고등학교 1년차 국어교사인 박주은, 그녀에게는 아주 오래된 첫사랑 아니,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녀가 지금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해운고등학교에서, 14년 전 만나 두근두근한 감정을 느꼈던 한 살 위 선배였던 독고재인을, 그리고 10년 전 다시 만나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나눴던 독고재인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어요.

 

참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둔 주은이네요.

어쩌면 그리 오랜시간을 한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1년이란 짧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 학교로 돌아와 교사 생활을 시작하며 학교 곳곳을 보며 재인과의 추억을 되새김하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주은이 처음엔 조금 답답했어요.

 

사실 '소랑호젠'이라는 단어의 제목을 보면서 제주도에서 만난 인연이겠지, 아마 상대는 제주도 사람이겠지 했는데

전혀! 네버!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두 사람, 고등학교 시절에는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밝히지 않았으나, 졸업 후 제주도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죠.

그러나, 달달하게 사랑하는 것도 잠시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재인이라는 남자.

그리고 어떤 연유로 자신을 떠나갔는지 모르고 항상 그를 그리워 하는 여자, 박주은.

이제는 그 사람을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고 있던 그 때, 그녀의 일상에 찾아온 한 남자.

 

새까맣기만 했던 마음 한자리에 반짝하고 빛나던 별 하나, 오롯이 그것만을 바라보고 걸었던 발이 방황을 시작했었다.

잊어야지 하는 자존심 하나, 잊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둘, 눈을 돌릴 때마다 그를 떠올리는 바보 같은 미련이 셋이 되어 발을 이끌었다.

10년이 지나도록 빛을 잃지 않는 그 별이 미운데 바라보게 되는 것은 결국 같은 그 별의 자리. 창밖에 있는 어느 곳이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추억이 머문다. 머무는 추억이 아파서 주은은 차라리 두 눈을 감아버렸다.

- 소랑호젠 中 주은의 심정을 나타낸 구절.

 

해운고등학교 맞은 편에 신장개업한 야채가게 '싱싱청과'

오픈 기념으로 바나나 한 송이에 천원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는 주부님들.

그 주부님들 속에 주은과 친한 선생님이 계셨고, 그 선생님을 따라 싱싱청과를 갔다가 이제 좀 잊어보려고 하는 그 남자, 재인과 만나게 됩니다.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본 주은과 재인.

그러나 주은은 놀라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고, 재인은 이제는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기에 주은을 모른 척해요.

 

사실 재인에게도 그 사이 많은 사연이 있어요.

주은과 만나기로 했었던 10년 전, 그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비보를 듣고는 급하게 집으로 향하게 되고, 그 후로는 이런 저런 일을 해결하느라 주은에게 연락도 못하게 되고, 사는 게 바쁘고, 주은을 위해서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이제서야 자신의 가게를 차리게 된 재인.

그렇다고 주은을 잊었던 건 아니에요. 때때로 주은이 너무도 보고 싶을 때 그녀의 집 앞에 찾아와 그녀의 방을 쳐다보다 돌아가기도 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주은이 집으로 잘 들어가는 뒤에 서서 보호하기도 하고, 재인 나름대로 주은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녀에 비해 한참은 떨어지는 자신의 처지이기에 그녀가 부디 자신을 잊고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재인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간절하지만, 간절하기에 놓을 수밖에 없었던.. 주은.

 

'나는 네가, 이 돌담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

이것이 내가 네게 닿을 수 없는 이유라면 설명이 될까.

 - 소랑호젠 中 재인의 심정을 나타낸 구절.

 

1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

주은은 잠시 잠깐의 고민을 뒤로 하고 날마다 재인을 찾아가지만 재인은 주은을 모른 척 하다가 매일같이 찾아오는 주은에게 신경이 쓰이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 주은.

그러기를 여러 날, 더 이상은 주은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재인, 이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하기로 결심하죠.

 

이야기 초반은 몰입이 힘들었어요. 오로지 재인 한 사람만 보며 올인하는 주은과 달리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은 재인임을 알지만 주은을 밀어내도 너무나 밀어내니 사실 좀 짜증도 났었죠.

그런데 주은을 밀어내는 재인은 오죽했을까요? 주은에게 미안하고, 힘들어 하루에도 여러 개비 담배를 피우고, 밤을 지새우며 재인 나름대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죠. 그런 그에게 저도 몰래 용서가 되고, 안쓰럽더라고요.

 

서로 함께 하기를 결심한 이후로 10년 전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지키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결혼 문제로 주은 엄마의 반대로 잠깐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지혜롭게(?), 뚝심있는 재인의 모습에 결혼을 허락하게 되고, 결혼하여 해피엔딩을 맞이해요.

 

<익숙해진다는 건>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그 재미에 비해 <소랑호젠>은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보라영 작가님의 두 작품을 보며 느낀 건 현실적인 문제를 공감하게 만드는 그 필력에 다시 한번 감동했어요.

일상 생활에서 흔히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또한, 에필로그 부분이 좋았어요. 에필로그 마지막 부분 고등학교 시절의 주은과 재인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며 서로을 향한 풋풋했던 첫 감정이 나오는데 좋더라고요.

오래된 연인들의 감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보라영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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