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랑호젠
보라영 지음 / 와이엠북스(YMBooks)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보라영 작가님의  <익숙해진다는 건>에 이은 두번째 종이책 <소랑호젠>.

보라영 작가님도 참 예쁜 말을 많이 아시는 것 같고,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소랑호젠'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 단어가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소랑호젠 : '사랑하려고'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하네요.

 

 31살의 해운고등학교 1년차 국어교사인 박주은, 그녀에게는 아주 오래된 첫사랑 아니,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녀가 지금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해운고등학교에서, 14년 전 만나 두근두근한 감정을 느꼈던 한 살 위 선배였던 독고재인을, 그리고 10년 전 다시 만나 사랑하는 감정을 서로 나눴던 독고재인을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있어요.

 

참 오랫동안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둔 주은이네요.

어쩌면 그리 오랜시간을 한 사람만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1년이란 짧은 시간을 공유했던 그 학교로 돌아와 교사 생활을 시작하며 학교 곳곳을 보며 재인과의 추억을 되새김하며 기뻐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주은이 처음엔 조금 답답했어요.

 

사실 '소랑호젠'이라는 단어의 제목을 보면서 제주도에서 만난 인연이겠지, 아마 상대는 제주도 사람이겠지 했는데

전혀! 네버!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같은 학교,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두 사람, 고등학교 시절에는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밝히지 않았으나, 졸업 후 제주도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두 사람.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죠.

그러나, 달달하게 사랑하는 것도 잠시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린 재인이라는 남자.

그리고 어떤 연유로 자신을 떠나갔는지 모르고 항상 그를 그리워 하는 여자, 박주은.

이제는 그 사람을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고 있던 그 때, 그녀의 일상에 찾아온 한 남자.

 

새까맣기만 했던 마음 한자리에 반짝하고 빛나던 별 하나, 오롯이 그것만을 바라보고 걸었던 발이 방황을 시작했었다.

잊어야지 하는 자존심 하나, 잊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둘, 눈을 돌릴 때마다 그를 떠올리는 바보 같은 미련이 셋이 되어 발을 이끌었다.

10년이 지나도록 빛을 잃지 않는 그 별이 미운데 바라보게 되는 것은 결국 같은 그 별의 자리. 창밖에 있는 어느 곳이든 눈길이 닿는 곳마다 추억이 머문다. 머무는 추억이 아파서 주은은 차라리 두 눈을 감아버렸다.

- 소랑호젠 中 주은의 심정을 나타낸 구절.

 

해운고등학교 맞은 편에 신장개업한 야채가게 '싱싱청과'

오픈 기념으로 바나나 한 송이에 천원 이벤트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는 주부님들.

그 주부님들 속에 주은과 친한 선생님이 계셨고, 그 선생님을 따라 싱싱청과를 갔다가 이제 좀 잊어보려고 하는 그 남자, 재인과 만나게 됩니다.

한 눈에 서로를 알아 본 주은과 재인.

그러나 주은은 놀라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고, 재인은 이제는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기에 주은을 모른 척해요.

 

사실 재인에게도 그 사이 많은 사연이 있어요.

주은과 만나기로 했었던 10년 전, 그날. 약속 장소로 가던 중 비보를 듣고는 급하게 집으로 향하게 되고, 그 후로는 이런 저런 일을 해결하느라 주은에게 연락도 못하게 되고, 사는 게 바쁘고, 주은을 위해서 만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동안 열심히 모은 돈으로 이제서야 자신의 가게를 차리게 된 재인.

그렇다고 주은을 잊었던 건 아니에요. 때때로 주은이 너무도 보고 싶을 때 그녀의 집 앞에 찾아와 그녀의 방을 쳐다보다 돌아가기도 하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주은이 집으로 잘 들어가는 뒤에 서서 보호하기도 하고, 재인 나름대로 주은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녀에 비해 한참은 떨어지는 자신의 처지이기에 그녀가 부디 자신을 잊고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재인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간절하지만, 간절하기에 놓을 수밖에 없었던.. 주은.

 

'나는 네가, 이 돌담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

이것이 내가 네게 닿을 수 없는 이유라면 설명이 될까.

 - 소랑호젠 中 재인의 심정을 나타낸 구절.

 

10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

주은은 잠시 잠깐의 고민을 뒤로 하고 날마다 재인을 찾아가지만 재인은 주은을 모른 척 하다가 매일같이 찾아오는 주은에게 신경이 쓰이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죠.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는 주은.

그러기를 여러 날, 더 이상은 주은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재인, 이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하고 그녀와 함께하기로 결심하죠.

 

이야기 초반은 몰입이 힘들었어요. 오로지 재인 한 사람만 보며 올인하는 주은과 달리 이것저것 생각할 것도 많고, 챙길 것도 많은 재인임을 알지만 주은을 밀어내도 너무나 밀어내니 사실 좀 짜증도 났었죠.

그런데 주은을 밀어내는 재인은 오죽했을까요? 주은에게 미안하고, 힘들어 하루에도 여러 개비 담배를 피우고, 밤을 지새우며 재인 나름대로 속앓이를 하고 있었죠. 그런 그에게 저도 몰래 용서가 되고, 안쓰럽더라고요.

 

서로 함께 하기를 결심한 이후로 10년 전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지키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결혼 문제로 주은 엄마의 반대로 잠깐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지혜롭게(?), 뚝심있는 재인의 모습에 결혼을 허락하게 되고, 결혼하여 해피엔딩을 맞이해요.

 

<익숙해진다는 건>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기대가 컸었는데, 그 재미에 비해 <소랑호젠>은 좀 아쉬웠어요.

그래도 보라영 작가님의 두 작품을 보며 느낀 건 현실적인 문제를 공감하게 만드는 그 필력에 다시 한번 감동했어요.

일상 생활에서 흔히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또한, 에필로그 부분이 좋았어요. 에필로그 마지막 부분 고등학교 시절의 주은과 재인의 시점이 번갈아 나오며 서로을 향한 풋풋했던 첫 감정이 나오는데 좋더라고요.

오래된 연인들의 감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보라영 작가님, 다음 작품도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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