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이서윤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이서윤 작가님의 '소유'는 프레지던트, 독감, 매획의 포획자 이후 4번째로 만나는 글이네요.

작가님표 소유욕 강한 남주인공들이 등장하는지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이번 책은 제목부터 느껴지듯 엄청한 소유욕을 자랑하는 주인공 되겠습니다.​

서효주 (28) - 모바일 벤처 기업 '이언시스템' 총무팀 대리

정지헌 (32) - 모바일 IT​의 떠오르는 신성 '지니어스'의 대표

28살의 효주. 리뷰를 쓰고 있는 저와 동갑은 효주는 또래들과는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연천 서씨 제공파 15대 종손녀인 효주. 종손녀로서의 책임과 의무로 인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없었던 효주.

종부였던 어머니가 암으로 병원신세를 지면서 생겨버린 빚, 매번 돈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죽마고우였던 준태의 제안으로 거짓연인행세를 하면서 돈 문제는 좀 풀렸지만 우정의 빛은 발하게 되고, 준태의 모친으로 상황이 나빠지게 됩니다.

결국 돈을 주며 준태와 헤어지기를 촉구하는 준태의 어머니, 그 일을 겪으며 참담함을 느끼는 효주.

우정도 금이 가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며 한번쯤은 일탈을 해보고 싶었든 효주는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고 되고, 그를 만나게 됩니다.

​오랜만에 찾은 한국. 여느때와 같이 쉽사리 잠에 들 수 없는 진헌. 오후 호텔 카페에서 보았던 한 여자.

그 여자와 눈을 맞추고 느꼈던 당혹스러웠던 감정. 그런 그녀를 호텔 바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녀에게 추근대려던 무리를 쫓아내고 그녀 곁에 앉은 진헌.

그런 진헌을 향해 효주는 지금껏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며 그를 도발하게 되고, 두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흔히 말하는 원나잇 스탠드.

하지만 효주는 진헌과의 관계로 마음의 위로를 얻었어요. 다들 종손녀로써, 장녀로써 당연시 여겼는데, 그의 한마디에 위로를 얻었고, 그의 손길에 또 다시 위로를 얻는 효주.

날이 밝으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겠지만 이 밤, 그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얻음으로써 또다시 지겨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겠구나 여겼을지도 모르겠네요.

효주와 비슷하게 진헌 또한 효주로 인해 편안함을 얻었어요. 15년전부터 쉽사리 잠이 들 수 없었던 진헌도 효주와의 관계로 오랜만에 깊은 잠이 빠져들 수 있었거든요.

효주의 처음을 가지고, 그녀의 반응으로 가슴 깊이 뜨거운 감정을 알게 된 진헌, 효주를 향한 엄청난 소유욕이 발현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여자의 거짓말이 선명히 드러났다.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누구의 손도 닿은 적 없는 순결한 몸. 하얀 순백의 눈 내린 길 위에 그가 만드는 대로 길이 나고 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반응한다.

소유.

내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 page. 80

​원나잇 스탠드로 끝나버린 인연이 아니었던 두 사람. 회사 일로 다시 마주하게 되고, 진헌을 거부하려 했던 효주는 또다시 그때처럼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버리고..

거부의 몸짓도 잠시 남들이 아는 서효주의 모습이 아닌, 진헌과 함께 했던 그 밤의 당돌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진헌을 대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한동안 효주의 변화에 몰입이 잘 되질 않았어요. 처음은 종손녀, 장녀로서의 효주의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죠. 쌍둥이 여동생이 있었지만, 언니라는 이유로 홀로 그 무거운 짐을 지며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 한 마디 못한다는 것이 답답했어요. 첫째라고 해서 모두 효주 같지는 않겠죠? 돈 때문이긴 하지만 친구 준태 앞에서도, 준태 어머니 앞에서도 묵묵하기만 했던 효주가 진헌 앞에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외이긴 했어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돈을 쓰지 않던 그녀가 돈을 쓰며 일탈을 보내고 있다지만 첫만남 이후 진헌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 뜻밖이라고 해야할까요?

진헌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동생에게, 친구에게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좀 아쉬웠어요.

​그에 반해, 남주 진헌은 멋있는 남자죠. 상처는 있죠. 15년이란 시간동안 불면의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연. 하지만 효주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동안에는 그나마 잠에 들 수 있었고, 그녀때문에 용기를 내 15년전 그가 겁을 내고 외면했던 일을 하므로서 불면의 밤은 사라졌다는 것. 진헌에겐 효주는 약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 아버지와 관계가 명확히 끝난 것이 아니고 궁금하게 만들며 끝나버려서 아쉬워요.

이서윤 작가님의 주인공들,그 전의 작품의 만났던 주인공들과 별다를게 없었다는 점이 아쉽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님의 필력때문이 아닐까요? 흔한 소재일 수도 있는 원나잇 스탠드라는 설정을 지루하지 않게 표현하셨네요. 그렇게 느낀 것은 제가 소유욕 강한 남주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네요. 읽으며 효주와 진헌이 첫만남에서부터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구나 하고 느꼈었는데, 작가 후기를 읽은 작가님의 의도가 '위로'를 생각하며 글을 쓰셨다고 하네요. 글을 읽으며 작가님의 의도하셨대로 독자가 느꼈다는 것, 작가님과 통했다는 것에 만족스럽네요.

다만 다음 작품은 좀 더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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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한약방
서야 지음 / 가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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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야님 글은 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서야님의 글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등장하는데, 제가 사는 곳이 전주여서 그런지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정겹더라고요.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은행나무에 걸린 장자'와 '삼거리 한약방'이에요. 한 개를 뽑으라 한다면 '삼거리 한약방'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서이준 (30) - 소담골 한방병원 침구과 한의사.

강늘뫼 (24) ​- 삼거리 한약방 강 원장의 애지중지 손녀.

 

 

경기전과 전동성당이 있는 교동의 한옥마을. 그 안에 천사처럼 예쁘고 착한 여자아이, 아니, 여자가 있어요.

강늘뫼. 이름도 예쁘네요. 늘 산처럼 든든히 버티어 서있으라 뜻의 이름이라네요.

24살의 늘뫼는 또래보다 외모가 어려 보여요. 사실 외모만 그런 것이 아니라 ​늘뫼는 경계성 지적장애로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아이처럼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세상 모든 것이 즐겁기만 한 여자에요.

그런 손녀를 둔 삼거리 한약방의 강 원장의 소원은 늘뫼가 좋은 짝을 만나 잘 살기를 바라는 건데요. 그건 아마도 늘뫼를 사랑하는 한옥마을 사람들의 소원일 것이에요.

강 원장과 죽마고우인 서울 소담골 병원의 편 원장은 매년 삼거리 한약방으로 의료봉사 차 방문 합니다.

이번 방문은 친 손녀처럼 여기는 늘뫼의 짝으로 살짝 찜해 놓은 인물을 데리고 내려왔는데요. 방문 첫날부터 찜해 놓은 놈은 안중에도 없고 애먼 놈한테 관심을 보이는 늘뫼.

 

서울 소담골 한방병원에서도 뛰어난 실력과 잘생긴 외모, 반듯한 성품으로 칭찬이 자자한 이준.

의료봉사차 방문한 삼거리 한약방. 그곳에서 예쁘고 천진난만한 늘뫼를 만나게 되는데요. 조금은 무심하다 싶은 이준이었으나 늘뫼에게는 자상하게 챙겨주네요.

호윤에게 한눈에 반한 늘뫼는 가슴속에서 불꽃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의료 봉사 기간 내내 호윤에 거침없이 애정을 줍니다.

그 첫번째, 조랭이 오빠가 사준 토끼를 낼름 잡아 토끼탕을 해준다. 두 번째​,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삶은 계란을 많이 아주 많이 해준다.

늘뫼로 짝짝쿵하기 바쁜 호윤과 달리 묵묵히 자신을 일을 해내가는 이준. 그러던 중 어느새 의료 봉사 기간이 끝나가고, 소담골 의사들이 다시 떠나는 날.

SO COOL하게 이준과 호윤을 배웅하는 늘뫼. 그러나 그들을 향한 늘뫼의 말은 가슴 아프더라고요.

 

"할아버지가 그러는데 엄마, 아빠를 하늘에 보내 사람이 견디지 못할 이별은 세상에 없대요."

"그러니까 섭섭한 것도 견디라고. 시간은 언제나 흘러간대요."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간 이준과 늘뫼.

이준은 환자들을 보며, 늘뫼는 이준이 사주고 간 토끼들을 보살피고, 할아버지와 계란을 쪄먹으며 일상을 보내는데, 이준은 어느 순간 해맑은 늘뫼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때 등장하는 또 다른 남자, 문 명. 늘뫼의 사촌 오빠인 조령의 친구인 명은 가야금 명인인데요. 갑작스레 삼거리 한약방에 나타나 마치 주인 행세를 하는 명.

반찬 타박, 이부자리 타박까지.. 부리는 것이 몸에 밴 잘난 남자인데요. 그런 명이 늘뫼와 혼인을 하겠다 말하고, 늘뫼는 그날부터 신부수업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할 줄 아는 거라곤, 계란 닮기나 노는 것밖에 없으니.. 하는 것마다 엉망진창이고, 급기야 가출을 하고 맙니다.

늘뫼가 가출해 간 곳은 서울. 늘뫼의 가출로 한바탕 뒤집어진 삼거리와 소담골. 이준 또한 늘뫼의 가출에 불안한 마음과 늘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고, 소담골로 찾아온 늘뫼를 껴안고 안도합니다. 그리고 결정하죠. 이 아이와 함께 해야겠다고..

 

소담골에서도 실력 있는 의사이고, 100년 전통의 혜빈당 장손으로 앞으로 가업을 이어야 했던 이준은 늘뫼를 만나고 ​정해진 것에 맞춰 살아왔던 삶을 훌훌 털어버리고 늘뫼와 함께하고파 삼거리 한약방으로 향하는데, 참으로 멋지더라고요.

 

"​이 아이가 없는 세상에서 예전처럼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이 무료하고, 시간의 흐름조차 지루해지는 그런 시간들…… 그것이 제게 남겨진 삶이라면 혜빈당쯤은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아이가 저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제가 이 아이를 바라는 겁니다, 할머니. 이 아이의 웃음이 탐나고 이 아이의 사랑이 고픕니다, 전."

"저를 둘러싼  삶이 그랬습니다. 그저 바꿀 수 없는 삶이라면 맞추어 살아보려 했는데 저 아이가 자꾸 욕심나고, 저 아이가 자꾸 그리워지고, 저 아이가 자꾸 궁금해지면서부터 잘 안 됩니다, 그게.​ 이런 게 사랑이라면…… 전 아마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늘뫼로 인해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준. 어린아이 같은 늘뫼가 이준과 행복해져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늘뫼가 이준과 결혼해서 혼자 남은 명이 조금 안쓰럽지만 그는 홀로 있어도 빛나는 사람이니까요.

이준이 들어온 삼거리 한약방, 늘뫼는 여전히 밝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어요. 명과 함께 계란을 삶아먹고 놀러 다니느라 이준이 조금 피곤할 뿐이지만요.

 

항상 한옥마을에 놀러 가면 삼거리 한약방이 생각나요. 여고 앞, 분식집과 칼국숫집을 보면서 늘뫼가 이곳을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놀러 다녔겠구나. 좀 걸어가다 보면 삼거리 한약방 같은 문 닫은 한약방이 보이는데.. 여기서 금방이라도 이준과 늘뫼가 뛰어나올 것 같더라고요. 오목대 근처를 가면 늘뫼와 이준이 그들의 예쁜 아이 휘를 데리고 마실을 나왔을 것 같고 그래요.

삼거리 한약방이라는 책 속의 한옥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지만 지금의 한옥마을은 느림의 미학을 잃어버린 곳이어서 조금은 슬프네요. 삼거리 한약방이라는 책은 해맑은 늘뫼와 그녀가 사랑하는 이준, 그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강 원장, 구수한 사투리의 솜래 할매, 딸처럼 예뻐해 주는 칼국숫집 아저씨, 이화 주막 아저씨 등 이웃 주민들로 인해서 더욱더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MSG가 들어가지 않은 착한 이야기라서 두고두고 읽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에요.

책을 읽고 나면 늘뫼에 동화되어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오고, 마음이 따뜻해져요. 이 가을, 쌀쌀한 바람에 훈풍을 넣어줄 따뜻한 이야기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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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윤진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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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읽지 못했던 책, 전자책으로 읽고나서 '이런 책은 종이책으로 소장해야 해!'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보물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어젯밤 이 책을 완독하느라 날을 지새웠다.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몰입이 좋았던 책. 이름하여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작가님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이융진 (27) - 제니스 실장 -> 후지타 총괄 실장

마태오 (36) - 칠성 건설 사장, a.k.a.혈호

여주인공 이융진이라는 참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보육원 출신, 꽤 이름 있는 대학의 경호학과를 장학금 받으며 졸업. 그 스펙이면 얼마든지 떳떳하 직업을 구할 수 있을 텐데도 그녀가 일하는 곳은 술집. 3년 전, 엄마처럼 여기던 보육원 원장 수녀님이 사고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 보육원 경제의 일부분을 감당하며, 원장수녀님의 병원비를 케어하느라 자신의 월급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여자다. 말 수도 별로 없고, 바르고, 소신있다.

선택으로 쉬운 길을 가는 게 제겐 더 어렵다고 말하는 여자.

​작은 뿌리로 시작해 건축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칠성건설의 젊은 주인, 마태오. 이름에서 풍기는 무서움. 왜, 로맨스에서 마 씨 성을 가진 사람은 악마같은 성격으로 표현되는 걸까? 그런 부분이 아쉽다. 내가 마 씨 성이기 때문이다. '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마태오라는 남자. 이름에서 풍기는 무시무시한 분위기처럼 무서운 남자다.

칠성그룹 계열사 중 칠성 건설, 그룹 칠성의 떠오르는 실권자, 그의 또 다른 이름 '혈호', 피 범벅이 되어도 절대 주눅 들지 않는 맹렬한 호랑이. 칠성 그룹 회장, 안두식이 믿는 유일한 후계자. 믿는 도끼에 말등 찍힌다는 말이 있죠. 태오가 칠성에 들어간 이유,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함.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그룹의 수뇌부까지 도달한 그. 복수의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계획에 느닷없이 갑자기 등장하는 이융진이라는 여자. 융진의 앞에서는 그의 다른 모습이 자꾸 튀어나오는데..

약간의 느와르물? 깡패에서 시작해 칠성 그룹을 만든 안두식 회장, 그가 믿는 유일한 사람 마태오. 두식을 향한 태오의 복수. 그 사이에 나오는 이융진.

이 책을 읽으며 뜨거운 안녕이 떠올랐다. 조폭이나 다름없는 태오와 조폭이었던 뜨거운 안녕의 ​범영. 소재가 소재인만큼 비슷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뻔할 것 같은 이야기. 하지만 뻔함 속에서 진행되는 뻔하지 않은 이야기.

​태어나 버림받아 보육원에서 지낸 융진. 그러나 그녀에게선 삐딱함은 찾아볼 수 없다. 한번쯤 자신을 버렸던 부모님을 원망하고 삐뚤어질 법도 했을텐데, 그녀는 담담하다. 자신을 보살펴준 보육원에 애착과 책임감을 느낀다. 엄마처럼 여기던 수녀님의 안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여자. 그녀는 바탕은 선하지만 그녀가 일하는 곳은 선하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녀가 그곳에서 일하는 이유는 원장 수녀님과 보육원을 위한 것이다.

융진이 일하던 클럽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융진이 그 일을 처리하면서 태오와 마주하게 된다.

혈호, 마태오라고 하면 다들 눈부터 내리고 본다. 수하의 일로 융진을 만났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보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제 앞에서 비굴하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안는, 무척이나 담담한 여자. 오히려 자신을 더 당황하게 하는 여자. ​융진을 마주하면 할수록, 그의 안에서 소용돌이가 일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했고, 거침없이 융진에게 향하지만, 태오를 밀어내는 융진. 아우~ 흥미진진해요!

두 사람의 로맨스와 융진의 비밀, 태오의 비밀.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네요.

태오의 복수가 두 사람의 사이에 어떤 변화를 줄 지가 기대됐는데요. 융진이때문에 복수의 제동이 걸릴까했는데, 태오는 그러지 않았어요.

융진을 자신의 울타리 안에 가두고 거침없이 복수를 진행하죠. 이기심.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태오의 이기심. 그를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드는 이야기.

복수는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아픔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던 태오. ​복수를 했지만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두식을 포용하는 태오.

​마성의 매력을 내뿜는 태오와 태오의 복수를 말리지도, 응원할 수도 없었던 융진. 매력적인 그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네요.

책의 각 장이 시작할 때, 그 장의 핵심 키워드 같이 문장이 등장하는데, 마음에 확확 와닿았어요.

가장 두근두근했던 문장은 4장에 등장하는 태오의 말이에요.

만나러 가는 길에 가슴이 뛰었다. 만나니 가슴이 뛰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슴이 뛰었다. 뛰는 가슴에 던져진 건, 만 원짜리 두 장이었다. 나쁜 년 같으니.

융진을 향한 태오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죠? 태오의 가슴 뜀에 저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기대없이 읽었던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책을 계기로 이윤진님의 전작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읽는내내 두 사람 사이에 알콩달콩은 없었는데, 에필로그에 그나마 알콩달콩이 들어있어 좋았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작가님이 후기에 여주인공 이름과 저자의 이름을 혼동하시지 말라고 했는데, 저는 융진의 이름을 처음 읽었을 때 웃음이 나왔어요. 그래서 조금 몰입하기 힘들었다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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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머리 미용실
김유림 지음 /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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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혜 (30)

윤서준 (29)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미용실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법조계 집안의 장남, 윤서준. 법대에 사시 1차까지 패스했던 그가 돌연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 하고싶었던 일은 미용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부터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이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로 집을 나와 미용 일을 배우고 있는 서준.

친구의 미용실에서 일을 돕다가 유학을 떠나게 되는 친구로 인해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하루빨리 미용기술을 배워 아버지 보란듯이 일을 하고 싶은 서준.

그런 서준에게 친구는 동네의 구석진 곳에 포진한 미용 고수에게 기술을 배우기를 추천한다.

​서준이 하루빨리 기술을 익히는데 필요한 조건!

근처에 중, 고등학교가 있을 것!

트렌드를 놓치면 곤란하니 일반 고객도 많을 것!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규모일 것, 직원이 4~5명 정도면 딱!

마지막, 커트 잘하는 미용사가 있을 것!

커트 잘하는 미용사라고?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는데? 서준의 물음에 친구는 한 미용실을 소개해준다.

그리하여 찾아간 그곳 '여우 머리 미용실',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 면접을 보기로 한 날, 면접 약속이 틀어지고 분위기도 익히고, 미용 고수가 누군지 알아볼 겸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는데.. 그곳에서 그토록 자신이 찾던 미용 고수를 만나게 된다!

은둔의 미용 실력자, 영혜. 하루 종일 파마를 말아 지친 그녀 앞에 나타나 커트를 맡긴 남자 손님, 자신의 물음에는 시큰둥하던 남자가 예쁘고 상냥한 다른 디자이너의 물음에는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에 빈정이 상한다. 커트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머리를 더 다듬어달라고 하는 그 남자. 기분이 상한 영혜는 나쁜 기분을 숨기고 끝까지 커트를 마무리하고, 다시는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그 남자가 여우 머리 미용실의 스태프로 들어오는데..

여우 머리 미용실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용사들의 이야기.

미용 초보 서준과 미용 경력 10년차의 영혜의 사랑 이야기.

첫 만남에서부터 영혜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 했던 ​서준. 그러나 서준은 영혜에게 꼭 커트를 배우고 싶다. 자신을 향해 쌀쌀맞게는 구는 영혜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준. 그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 맺어질까요?

초반은 흥미로웠어요. 서준의 배경을 빼면은 소시민적인 이야기잖아요.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야기라서 기대가 됐어요.

​고군분투 끝에 영혜의 마음을 얻어서 미용 기술을 배우는 서준. 그 사이 깊어진 두 사람의 마음.

마네킹을 놓고 두 사람의 손이 머리를 다듬는데 마치 사랑과 영혼에서 나오는 유명한 물레질 장면 있죠?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가위질에 두근!

​언제나 그렇듯 사랑의 방해꾼이 등장하기 마련. 과거 영혜의 연인이었던 남자의 등장은 두 사람의 사이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죠.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는데 그 안에서 싹트는 불안함이 두 사람을 결국 헤어지게 만들어요. 일련의 과정이 좀 답답했어요.

터놓고 대화하면 좋았을 텐데, 서로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기에, 어두운 이야기나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만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그렇게 좋은 것만 아닌데..

서로가 서로에게 감추었던 이야기가 결국 사랑의 발목을 잡아버렸어요.

초반에는 투덕 투덕거리며 일하면서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들보다 조연들에게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삐거덕거리는 영혜와 서준의 사랑에 반해 영혜와 같이 일하는 경미와 PC방 사장 문석의 이야기, 서준의 이복형제인 환과 상아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하더라고요.

진심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어요. 결국 주인공들의 매력이 퇴색되는 것 같았어요.

초반 좋았던 흐름을 쭉 이어가지 못한 뒷심이 부족했던 책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래도 끝까지 꿈을 좇는 서준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영혜가 보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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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적수 2
이채영 지음 / 청어람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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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을 쥐게하는 범인 찾기 이야기, 뻔한 듯 하지만 뒤통수를 빡 치게 하는 반전!
그리고 투닥투닥하던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지탱하는 커플이 되어가는 이야기..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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