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8살인 우리 아들은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태어났다. 나는 아들이 1살 때부터 아이폰을 사용했는데 내 핸드폰을 가져가려는 아들에게 못 이기는 척 뺏긴 적이 많았다. 식당에서는 적극적으로 핸드폰을 보여준 적도 많고, 나아가 놀이공원 같이 꽤 오랫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때는 아이의 시선을 일부러 핸드폰에 가둬두려고 노력한 적도 많았다.
아이가 3살 정도 되어 tv 화면에 다가가 두 손으로 확대하려고 시도하거나 손글씨를 쓰는데 꽤 오랫동안 애를 먹은것도 어찌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이 아이들이 십대가 되었고, 이 아이들은 기존의 현실 세계의 상호 작용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서 성장한 셈이 되었다. 조너선 하이트는 이 새로운 십대의 출현을 ‘화성에서 성장하는 첫 세대가 된 것과 비슷한 세대의 출현’이라고 설명하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사회를 만든 ‘아동기 대재편’이다.
아동기 대재편의 배경은 이렇다. 첫째, 아동의 일상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즉 스마트폰의 발전이 있었다. 두 번재 아이를 과잉보고하고 현실에세계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제약하려는 추세(이것은 어제 내가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에 나오는 바로 그 추세이다.) 기존의 아동기가 놀이 기반이었다면 이제 스마트폰 기반으로 명백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 명백하게 달라진 아동기의 결과는 이와 같다. 십대 우울증이 2.5배 증가했고 여자 청소년 자살율이 167% 증가했으며, 이제 아이들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살며 사회적으로 박탈되었고, 수면 박탈로 인한 건강 악화와 주의력 분산, 그리고 중독 문제가 심해졌다,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 발 딪지 못하고 화면에 빠져 살면서 점점 불안과 우울 속에 허우적대며 취약해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어제 읽은 <부서지는 아이들>과 이 책을 보며 정말 이제 우리 아이들은 다른 세대가 되었구나 실감했다. 전에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엄청나게 히트하면서 mz세대의 등장을 알렸는데 이제 내추럴 본 디지털로 무장한 불안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건강하거나 행복해보이질 않는다. 내가 좀더 간편하기 위해 아이 손에 쥐어주었던 스마트폰, 잠깐의 만족을 위해 무신경하게 보냈던 날들이 후회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