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 신화에서 역사로 - 고대 국가의 근원을 찾아가는 역사로의 여정
이형석.이종호 지음 / 우리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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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홍산문화를 꽃피운 동이족이야말로 바로 황제이며, 그가 바로 중국인의 조상인 것은 물론, 나아가 훗날 상나라의 선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로 '중국문명탐원공정'의 핵심이고 동북공정의 기본이다. (100)
 
 '동북공정'하면 단지 우리 옛선조, 고구려의 역살를 중국의 역사로 포함시키려는 것인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놀라운 사실,어찌 이런 사실조차 우리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단말인가?
 
 중국 요하지역에서 발견된 5000년전의 놀라운 문화, '홍산문화'가 실은 동이족의 문화이고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던 황하문명보다 1000여년을 더 앞선 문화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확실한 유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니 중국에서 어찌 이를 그냥 바라보고 있었겠는가? 가만 있으면 중국의 문화는 동이족 문화의 아류로 전락하는데 그들은 대책을 세워야만 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홍산문화'기 자기네 것임을 주장하기 위하여 동이족 문화도 역시'황제'의 아래에 존재하였다는 가설을 역사로 주장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덕분에 고조선의 존재는 쉽게 인정받을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
 
 여하튼 홍산문화에 있었다는 신비 왕국은 한국인에게 매우 놀라운 결론을 끌어내게 한다. 간단하게 말해 단군 조선보다 1000여년 전에 과거부터 한국인의 고향으로 알려진 장소에서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면 그보다 1000여년이나 후대로 추정되는 고조선이 존재했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대한 실천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다는 점이다. (55)
 
 우습고 기가 막힌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중국인들이 즐겨사용한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여기서 떠올린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그들의 전략이 이제는 우리손에 들어온 셈이다. 무슨 말이냐하면 홍산문화의 역사와 문명에 대하여는 중국이 연구하여 얻는 결과물들을 우리가 적극 활용하고 우리는 결정적인 대목, 즉, 홍산문화의 주역이 우리 단군의 윗대인 동이족의 원류이고 - 중국도 인정하고 있는 바지만 - 그 원류는 중국 화하문명을 깨우친 한 수 위의 우리 문화임을, 우리와 그네는 완전히 구분됨을 세계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조상의 뿌리라는 동이족의 원대한 역사와 문화가 세계 고대 문명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은 중국의 연구나 노력에 비하여 우리쪽의 그 노력이 많이 모자라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아직 고조선의 실재여부를 부인하는 사학자들이 있다하니 정말 답답한 현실이다.
 
 역사는 과학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소설처럼 상상만하면 되는 그런 것인 줄 아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학이 역사를 이끌어간다. 이 책에는 그러한 과학적인 성과들을 반영하여 유물들의 제작 연대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고 그러한 성과들이 중국의 바람과는 반대로 역사의 진실을 밝혀줄 것임을 예감케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따라서 역사가 과학과 어깨동무를 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연구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발국 결과는 중국 학자들을 놀라게 했고, 결국 중국 대륙의 앙소-용산 문화와 전혀 다른, 요령 지역의 홍산문화 전승자는 만주 대륙 - 한반도 - 일본 열도 전체를 포괄하는 '빗살무늬· 민무늬 토기, 비파형 동검' 등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77)

 



 
 개인적으로 만나오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함께 어우러져 강력한 설득력으로 내게 다가 와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책들을 소개하자면 '만주-한반도-일본'의 몽고인들을 하나로 잇는 "쥬신"족 이야기는 [대쥬신을 찾아서]에서, 이 책에 잘 정리되어 나타나는 홍산문하에 대하여는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 이 책의 2부에 해당하는 "고조선의 강역과 도읍지"는 [왜곡된 역사]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에서 더 상세히 만나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고조선,홍산문화,동북공정 관련하여 알고자하는 모든 분들이 시작하여야 할 입문서로 강력히 추천한다. 다루는 주제의 범위나 소개되는 내용의 깊이, 그리고 각 쪽마다 인용되는 원전의 소개까지, 이 책 한 권이면 앞서 이야기한 대부분의 책들의 핵심 내용을 만날 수 있으니 처음, 우리 옛역사에 발딛는 분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씩 더, 함께 다가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 것, 우리 역사의 뿌리를 찾아서,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 중국의 '동북공정'의 목적을 제거하고 우리 문화의 뿌리를 인정받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다같이 한 걸음 더! 
 
 
2009. 3. 13. "쥬신"의 찬란했던 문화를 찾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습니다.
 
들풀처럼
*2009-077-03-15
 
 *책에서 옮겨놓다, *보조 자료 : 앞으로 찾아보아야 할 ~
 113) <고조선, 심장부를 가다>,이정훈, [신동아] 2008년 4월
 116) 이형구, <발해 문명 창조 주인공은 우리 민족>,[뉴스 메이커] 745호,2007.10.16
 117) <코리안 루트를 찾아서>(17),동북아 청동기 기원 'BC 3000년 발해', 이기환, 경향신문, 2008.1.26
 134) <홍산문명 vs 황하문명 4000년 전쟁>, 이정훈, 신동아, 2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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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전지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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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지금'을 희생하세요. 만족감을 뒤로 미루세요. 훗날 승자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열심히 공부하세요.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부모님이 여러분을 위해 희생했던 노고에 보답해드리세요. ( "한국의 청소년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 (7)
 
 원작자의 간단명료한 가르침이 등장하고 이어지는 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성공'으로 가는 법칙들과 그 '실천'에 이르는 길. 자, 그럼 이제 따라나서기만 하면 다 이룰 수 있는건가? 과연 그런건가?
 
 1980년대의 스무살 청춘이었다면 '무슨 소리인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같은 이야기'라고 쉽게 폄하하였을 것이고 1990년대의 30대 직장인이었다면 '그래, 그렇지, 이런 것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으니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겠어'라고 자학하였을게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2009년도에 이미 와있는 불혹(不惑)을 훌쩍 넘은 학부모다. 아이에게 이 책이 어떻게 다가설까를 고민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맞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딘가 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중이다.
 
 어느 순간에 자기에게 다가오는 유혹을 견디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그 어떤 유혹도 견디기가 훨씬 쉬워지는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그 아이는 어떤 면으로든 더 큰 것을 얻어내게 되는 거지. (36)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메시지이다. 그렇지, 이 순간의 유혹을 참고 견디면 좀 더 나은 순간이 오고, 또 참고 견디면 더 나은 날들이 오리라는 희망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던가. 그리고 그 명제를 순진하게 100% 믿었던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이 되어 바라보는, 아니, 지금까지 살아오며 겪어온 세상은 참기만 한다고, 미루기만 한다고 바라던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은 분명 아니얻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쓸쓸하게도.
 
 하지만 분명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눈 앞의 유혹을 이겨내라', '나를 발전시키는 기쁨을 누려라',  '1달러의 소중함을 기억하라', '말 한마디의 배려가 상대방을 내 편으로 만든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성공은 작은 노력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미래의 성공한 나를 상상하며 행동하라',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 는 메시지들은 아직도 유효하고 옳은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이 모든 이야기 속에 '행복'이라는 말이 빠져있음을 느낀다. '참고 또 참아'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서 한 개만 먹고 만족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나는 마시멜로 한 개면 행복한데, 2개를 먹을 필요를 못느끼는데, 굳이 참고 기다려서 한 개 더 먹을 필요가 있을까?
 
 말장난 같지만 현실은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고 또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다. 어제 아침에도, 출근전에 "EBS 테마기행"에서 '자메이카'를 찾아간 음악인 '김반장'의 여행기를 보았다. 자메이카의 음악하는 그네들은, 가족들까지, 밥벌이가 불안정하고, 단칸방 생활을 하더라도 밤이 되면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는 그 생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보였다. 낯선 나라에서 온 친구를 가진 것 별로 없는 집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초청하고 커피 한 잔 대접하고 함께 장단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잘 곳이 없어 좁은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자는 '나그네'도, 그를 재우고 방으로 들어가는 자메이카 친구들도 마치 오랬동안 함께 자라온 고향의 친구녀석들을 만나는 듯하였다. 꾸미지 않고 감추지 않고도 그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그런 그들에게 '마시멜로'이야기를 하며 내일의 나은 경제적인 삶을 위하여 오늘밤의 노래와 여흥을 즐기지 말고 '봉투에 풀이라도 하나 더 붙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래서 우리에겐 돌아보고 돌이켜보고 되새김질하는 과정들이 필요한 것이리라. 내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목표를 정하고 걸어나가는 길에서는 '마시멜로 이야기의 교훈'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가혹한 자기절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여 나는 이 책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권하더라도 순간순간 누리고 찾아야하는 행복의 중요성에 대하여도 함께 짚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잡힌 삶'이니까. 가족도 일도, 행복도 성공도 함께 할 수 없다면, 무엇하러 성공하고, 일을 하려는지를 깨닫도록 해야한다. 보람되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던지며 가야할 테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나의 아이는 어디쯤에서 행복해하고 즐거워하고 마음 아파하는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삶이란 또 무엇이랴....
 
 

2009. 3. 12. 저녁, 오늘도 아이랑 치과에 다녀오며 고작,

                   저는 '비용'에 대하여만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픔과 눈물은 뒤로한 채…. 
 
들풀처럼
*2009-07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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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북 - 젊은 독서가의 초상
마이클 더다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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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름대로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은 보아야할 책들이라고 했다. 이 책, 마이클 더다의 [오픈 북],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다 알게된 지금, 뒤따라오는 '책읽는 매니아' 혹은 '책 중독자'들에게 경고해둔다. 절대 이 책을 읽지말 것을….
 
 한 평생 책을 사랑하고 자신의 자서전인 이 책조차 책의 언저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열정으로 "유년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의 삶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서평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읽기와 서평에 관한한 탁월한 지은이의 이 삶, 배울 것이 없다, 아니, 표현이 잘못되었다. 배울 수가 없다.
 
 한 두어달,아니 엊그제 읽은 내용들도 돌아서면 가물거리는 나이에, 세상에, 네 살때부터의 책읽기에 관한 추억이라니….너무 월등하고 탁월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책을 펼쳐들고 좋아, 나도 만만치 않은데,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겨뤄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가본다. 하지만 곧 만나게되는 이런 이야기들에 급!좌절하고 만다.
 
 "야, 이것들 너 다 가져. 난 더 이상 필요없어." 그는 내가 그토록 탐내던 만화들을 쑥 내밀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정신이 멍하고 가슴이 뛰고 눈이 동그랗게 확장되는 기분이다. ~ 바로 그 순간, 사도들 머리 위에 성령이 내린 것처럼, 내 온몸에 은총의 느낌이 퍼져 내렸다. 세상은 정말로 선량한 곳이고 인생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나는 거실 한구석, 램프 옆의 바닥에 내 보물들을 펼쳐놓고, 돈통으로 다이빙하는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만화에 뛰어들었다. ( "제 1부 유년시절"에서 ) (61)
 
 열살 무렵, 고작 책 두어 권에 이처럼 감탄하다니,할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이와 비슷한 느낌들을 가져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이런 경험에는 이만큼의 감흥을 느끼기에 뭐, 이야기의 내용자체는 놀랄만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내게는. 하지만 그 내용을 담아서 들려주는 지은이의 솜씨, 즉 은근하고 솔깃하고 담백한 말투에는 두손두발 다 들 수 밖에 없다. 뭐라 딱 꼬집어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나를 짓누르던 시새움과 부러움의 주된 내용은 그가 읽은 수많은 책들이 아니라 그 책들을 슬쩍 흘리듯이 짚어가며 보여주는 지은이의 놀랄만한 글에 있다.
 
 그러니까 지은이는 자서전이랍시고 자신의 삶을 공개하기는 하지만 그 삶의 곳곳에는 책 또는 책과 함께한 흔적들이 묻어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세심하고 놀라운 그의 기억력도 부럽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탄탄한 실력이 진정으로 부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하여 꾸준하게 들려주듯이 그 실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부러워해야한다는 것이 나는 싫어질 정도록 미운 것이다. 이것이 그의 글을 다음 사람들에게 권하지 않고 말리는 까닭인 것이다.
 
 날이 흐려지는 저녁 무렵에 부모님이 '계집애들'을 데리고 외출하자 나는 침대에서 담요를 끌어 내 안락의자 위에 폈다. 그리고 거실 램프와 간식거리를 조심스럽게 배치했다. 이어 집안의 다른 불은 모두 끄고 비상들만 켠 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손에 들고 안락의자에 느긋이 앉았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쿵쾅거렸고 빗방울이 커튼친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 "제 1부 유년시절"에서 ) (74)
 
 '이런 이상적인 독서 환경 속에서' 책을 읽는 맛을 경험해 본 분들은 알리라. 나 역시 지은이만한 이 때쯤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었다. 그러나 내게 남아 있는 기억은 계림문고의 셜록 홈즈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그 책을 읽었다는 것 뿐, 분명 설레고 두근거렸을 그 때의 기분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처럼 묵은 기억까지 완벽히 표현해내는 지은이가 더 부러운 것이리라.
 
 지은이가 결코 잊지 못하는 크리스마스의 밤,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매혹적인 책을 읽은' 날이 우리에게도 적어도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그러나 신나게 마시고 놀다 깨어보니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허망한 숙취의 아침처럼 그렇게 어릴 적 책읽기의 추억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지은이는 지속적인 책읽기를 통하여 스스로의 삶을 바꿔나가는데 "중학시절","고교시절","대학시절"로 이어지는 그의 젊은날에 책을 빼고는 이야기할 것이 없는 듯하지만 책 없이도 말이 되는 이야기들조차 책과 어우러져 그만의 향취를 뿜어내고 있다.
 
 요즘말로 너무 완벽한, '엄친아'인 것이다. 그는 중간중간 책에 대한 애정을 솔직히, 원색적으로 고백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글들이 나랑 비슷한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더 맘에 든다. 예를 들면 이런 글 말이다.
 
 나는 점점 더 책이 좋아졌다. 내 몸에서는 읽을거리를 잡아당기는 광선이 발사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내가 늘 책에다 코를 박고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 "제 2부 중학시절"에서 ) (138)
 
 어쩌면 이 구절처럼 지은이가 살아온 과정중의 어느 부분이 자칭 책매니아임을 자부하는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힘을 내어 그의 자취를 따라간다. 그처럼 되고자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처럼 책과 더불어 살다보면 나만의 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잠시나마 해보면서….
 
 그리고 그의 미덕은 책 자체에 매몰되 현실을 잊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이 자서전에는 책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는 하여도 그가 발딛고 서있는 삶의 모습을 떠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그의 글이 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고교시절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의 모습을 보고 온 뒤에 그가 쓴 아래 글을 보라.
 
 나는 과장하지 않는다. 그 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포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삶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들은 "사탄 같이 검은 공장"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데, 나는 그게 단지 시적인 표현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 "제 3부 고교시절"에서 ) (218)
 
 고교시절 그의 첫키스에 얽힌 풋풋한 추억도 재미있지만 그가 직접 작성하였다는 첫키스의 계획 '플랜A'(251)는 청춘이라면 보관해두고 따라할 만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드름난 청춘이 잇다면 흉내내보아도 될 정도이다. 특히 지은이처럼 '아는 것이라고는 책 읽 방법 밖에 없'(253)는 청춘이라면 더 더욱더….
 
 '읽기란 본질적으로 정신적 모험이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책을 좋아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지은이는 이제는 '멋진 문장이 더 세련된 전율을 안겨' 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만큼 읽고 느껴보지 못하였기에 아직도 '흥분을 찾아다''다'. (265) -그는 '다다'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고교시절 그를 이끌어준 멘토, '자상하고 인정맣은' 스승을 한 명 만나는데 요절하고 만다. 그는 그 스승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했음을 고백한다.
 
 100퍼센트 이성애자인 남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빌을 사랑한 게 틀림없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그가 몹시도 그립다. ( "제 3부 고교시절"에서 ) (283)
 
 나는 그런 지은이의 심정을 100퍼센트 이해한다. 비록 스승은 아니었지만 내게도 그런 멘토같은 벗이 한 사람 있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세상을 너무 일찍 떠났고 나는 지금도 그를 그리워한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데 다른 무엇이 제약조건이 될 수 있으랴. 책을 읽으며 여러모로 지은이와 닮은 점을 억지로 찾아나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OPEN BOOK]이니까.
 
 화가 나면 스칼릿 오하라처럼 맹렬했고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에 나오는 미망인처럼 차갑게 경멸할 줄도 알았다. ( "제 4부 대학시절"에서 ) (293)
 
 드디어 '어른', 대학생이 된 지은이의 이야기이다. 위의 글은 그가 표현한 그의 사랑하는 애인에 대한 묘사이다.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는 표현이다. 머리 속에 그 애인의 성격이 확 다가온다. 물론 스칼릿 오하라와 그 미망인을 알아야겠지만…. 그리고 그에게는 '아무리 불리한 결과가 오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건하게 주장하던' 그의 '존경하던', '학우들'도 있었다. 내게도 그런 벗이 있다. 그들중 몇은 지은이처럼 아직도 만나고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이다. 물론 역시 1년에 한 두어번이지만...
 
 그리고 지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다시 고백한다. '나는 이제 모험가라기 보다 식도락가로서 독서에 나선다'(382) 결국 이 말의 결과물이 먼저 만났던 [고전읽기의 즐거움]이리라. 숟가락만 들고 따라가면 되었던 그 맛난 이야기들…. 이 책에는 전체적으로 '모험가'로서 지은이의 책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어쩜 평범한 미국인의 삶일 수도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뺀다면말이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로 지금의 그가 있고 그와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친절하게 뒤에 첨부되어 있는 "마이클 더다가 읽은 책 목록"을 연필을 들고 동그라미를 쳐보니 1/4 가량은 만나본 기억이라도 있는 것 같다. 뭐, 이만하면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아서련다. 얼른 책을 덮고 더 많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내 삶의 책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메모해두러 가야겠다. 언젠가 혼자서 바라볼지라도 적어도 기억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나를 짓누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다들 조심하시라, 왠만하면 이 책, 손에 들지마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말씀드리는 바이다.
 
 "힘차게 생활하라.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살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실수이다." ( "제 4부 대학시절"에서, 헨리 제임스 ) (334)
 

2009. 3. 12. 새벽, '나는 재럴의 책을 읽은 뒤 평론이란 모름지기 
             생생하고, 활기차고, 열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343)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들풀처럼
*2009-07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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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의 나비
프란시스코 지메네즈 지음, 하정임 옮김, 노현주 그림 / 다른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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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이사'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쓰라린 추억이 많을게다. 자기집. 혹은 가족  누군가의 이름으로 된 집이 있다면 더 이상 해마다 오르는 월세,전세 걱정과 집을 구하러 거리를 나다니는 설움을 겪지 않아도 될 터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집없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떠한지는 고향집을 떠나 객지에 나와 생활하는 모두가 한 번 이상은 경험해 보았으리라. 그만큼 '이사'라는 말이 우리에게 주는 추억은 신산스럽고 심란하다. 물론 나 역시 그러하다.
 
 아버지는 평생을 당신의 이름으로 집 한채 갖지 못하셨다. 한때 형편이 좋았던 시절에는 조금 더 큰 집을 사리라 미뤄두었고 결국엔 일도 집도 다 멀어져버렸다. 그 아버지의 아들과 가족들 역시 더 말해 무엇하리오. 이런 모습은 70,80년대를 지나온 4,50대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모습이리라. 한 해, 길면 두 해 살다가 다른 집을 찾아 이사를 가고 그 이사가는 집은 전보다 어딘가 부족한 곳이고…. 
 
 그렇게 중학교 1학년부터 시작된 우리 가족의 이사도 어머님이 돌아가시던 대학교 2학년, 단칸방 생활에서 밑바닥의 정점을 찍더니 그러고도 두어 차례 더 '짐쌈''떠남'이 있었고 그리고도 몇 년이 훌쩍 더 지나고 나서야 우리는 '우리집'이라는 곳에 안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10년전 여름, 처음 이사온 목욕탕에서 샤워기에서 흐르는 찬물에 몸을 씻고 -이것도 처음!- 거실 마루에 큰 大자로 누웠을 때, 그 때는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이제는 옮겨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이제는 우리 집에서 - 비록 갚아야할 융자금이 있더라도 - 착실히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 그 기분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부자였다.
 
Ⅱ.
 [프란시스코의 나비] 라는 책을 읽는다. 오래전 니코스 카찬차키스의 [성 프란치스코](지금 확인하여보니 [성자 프란체스코 1,2]로 바뀌었다.)를 감동적으로 만난 기억이 있어 [나비]가 그 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관련이 있는 줄 알고 선뜻 손에 든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 [나비]에는 나비가 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누구못지 않게 팍팍한 아이, 프란시스코=판치토네 가족의 불법 이주민 가족史가 담겨있다. 계절을 따라 옮겨다니며 봄(5~8월)에는 딸기 수확, 여름(8~10월)에는 포도 수확, 겨울(11~1월 말)에는 목화 수확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불법 이주민 가족의 삶에서 행복이란게 가능할까? 기쁨이란 게 무엇인지 알 수나 있을까?
 
 남북전쟁시절 흑인노예들의 일을 대신하며 막사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3D업종 종사자, 지금 우리네 현실 속의 조선족, 동남아에서 넘어온 외국인 노동자들 같은 역할을 판치토네 가족 같은 불법 이민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꿈과 인권이 이뤄지는 나라 미국에서…. 그리고 그들의 삶은 아니나 다를까 짐작하는 것 그 이상 비참하다. 
 
 약간 상해서 버린 채소나 과일들을 찾아오면 엄마는 썩은 부위를 칼로 잘라내고 정육점에서 얻어 온 뼈와 썪어서 수프를 만들어주셨다. 엄마는 정육점 아저씨에게 개에게 먹이려고 한다고 거짓말을 하셨다. 하지만 정육점 아저씨는 그 뼈를 우리 가족들이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엄마가 정육점에 갈 때마다 아저씨는 뼈에 고기 살점이 점점 더 많이 붙어 있는 것을 주셨다. (93)
 
 악다구니 같은 생활 속에서도 주인공 아이 프란시스코=판치토는 누에가 나비가 되는 꿈을 놓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도 가능하면 못배운 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하여 아이를 학교에 보낸다. 비록 몇 개월 뒤면 다른 곳으로 쫓기듯 옮겨가지만 그래도 그들은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오늘은 그냥 이것으로 저녁을 때워야겠구나. 도저히 저녁식사에 신경 쓸 기운이 없단다." 엄마는 미안해하시며 말씀하셨다. "괜찮아요,엄마." 나는 콩이 든 냄비를 불에 얹으면서 말했다.  (68)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인공의 밝음이다. 지치고 좌절하고 치일만도 한데 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주어진 세상을 담담히 받아들일 뿐 투정하거나 포기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의 곁에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리라. 힘들어도 먹을게 적어 주릴지라도 아빠와 엄마, 형과 동생이 있음으로 프란시스코는 언젠가는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그네들보다 어렵고 힘들어도 사람이 갖추어야할 자존심은 결코 꺽지 않는 그런 이들도 있기에 아이는 더 굳건하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중간에서 자신들을 착취하는 관리자가 또 다른 이들의 착취의 도구로써 이용하려고 하자 함께 일하던 누군가는 쫓겨날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이 어디 있으랴?
 
 "그 자식이 내 돈을 뺏을 수도 있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옳지 않은 일을 강제로 시킬 수는 없어. 인간의 존엄성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야." (153)
 
 그렇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선을 끝끝내 지켜내는 일은 힘이든만큼 값어치가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처음부터 프란시스코의 아버지가 양심을 속이면 안된다고 못을 박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까닭도 그러하리라. 그리고 끝내는 이민국에 적발되어 끌려가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리지만 그들은 쉬 포기할 사람들이 아니기에 다시 일어서 돌아올 것임을 믿게된다. - 그리고 실제 주인공은 돌아와 마침내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에 등장한다.!>
 
 마땅히 박수 칠고 기뻐할 일이다. 그나마 살던 집에 불이나서 모든 걸 잃어버렸을 때에도 엄마는 이야기한다. '너의 마음속에서, 너의 기억 속에서 잊지 않는다면 어떠한 것도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고.' 이 힘이 그들을 버팅기게하는 희망의 뿌리가 되는 믿음이리라.
 
 "그래, 네 수첩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 그건 결코 잃어버린 것이 아니란다." (181)
 
Ⅲ.
 문득 아시시의 성자, 프란치스코가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에게 있어 '가난은 구원의 특별한 방법이며, 겸손의 근원이며, 모든 완전함의 뿌리이며, 결실은 보이지 않으나 풍성한 밭에 감추어진 보물과 같은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 가난으로 인하여 더욱 풍성해지는 삶이 있음을 무조건 믿어야만 하는걸까?
 
 하지만 그는 예수처럼 살다간 성인이고 우리는 평범한 속인일 뿐. 가난 그 자체를 통하여 희망을 발견하고 하루를 견뎌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리하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었든 '나비 프란시스코'의 성공담을 믿으며 지지를 보낼 뿐이다. 우리가 걸어가는 세상에는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거리에 있을 것이고 우리가 항상 <나그네나 순례자>처럼 살 수는 없어도, 그들곁으로 조금이라도 다가서는 그런 삶을 살아야하리라 다짐해본다. 조그마한 목소리로, 손내밀며, 함께 가자고......
 
2009. 3. 10. 새벽, 아직도 이사는 계속됩니다.
 
들풀처럼
*2009-07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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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傳 2 -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 한국사傳 2
KBS 한국사傳 제작팀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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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기순의 익숙한 역사도 아니고 특정인의 일생을 가르치는 교훈적인 전기도 아니면서 무슨 역사책이 이리도 재미나게 읽힌단 말인가? 당장 달려가서 나머지 네 권을 만나보리라 생각하게 만드는 책. 깔끔한 편집, 적절한 컬러 사진들, 그리고 맛깔나는 이야기투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데 없는 역사이야기라니…고맙다, 재미까지 더해져 더욱 고맙다. - <한국사前 4권 서평 "다행이다">에서
 
 참 색다른 책읽기를 하고 있다. 다섯 권 한 세트로 나온 책이고 출판은 당연히 1권부터인데 내가 만나는 책의 순서는 4권-5권-2권-3권-1권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아마도 기존의 [역사스페셜]이나 [HD역사스페셜]과는 다른 방식의 ''인물'로 만나는 또 하나의 역사'라는 내용때문에 사전 지식이나 마음의 준비가 없이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기때문에 가능한 읽기이리라.
 
 2권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익히 알고 있던 사람들이다. 하여 더욱 수월하고 재미있게 만나진다. 물론 우리가 모르던 이야기들은 여전하고. 그러면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중 가장 낯선 사람인 조완벽을 만나보자.
 
 ( 정유재란 이후 왜군의 포로였던, 조완벽 ) 그 역시 왜인의 종노릇을 해야 했고, 그 생활은 심히 고달팠다. 늘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나날이었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도망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184)
 
 그러나 그는 한문을 잘하는 덕분에 베트남 무역에 뛰어든 교토의 상인에게 팔려가게 되고 드디어 남아있는 기록상으로는, 조선사람으로서 최초로 베트남에 다녀온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 놀라운 일들이 등장하는데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인 지봉 이수광의 시가 당시의 베트남에서는 널리 퍼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만났던 베트남  사신과 조선의 사신이었던 이수광의 인연이 베트남으로까지 이어져 그의 글이 그곳에서 호평을 받고 널리 인정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0년만에 조선정부의 노력으로 B25포로송환의 형식으로 겨우 조선으로 돌아온 조완벽의 이야기가 이수붕에게 전해져 그의 행적이 역사속에 남게 된 것이다. 
 
 조완벽의 삶은 400년 전 전쟁의 비극을 말해주는 한편, 베트남과 조선이 나눈 따뜻한 우정의 역사, 그리고 일본에 끌려간 자국민을 한사람도 남김없이 데려오려 했던 조선 정부의 치열한 노력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197)
 
 역사속에서 살아남았음에도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도대체 얼마나 될 것인가? 만나고 또 만나도 늘어만 가는 새로운 이야기들, 그 이야기속으로 우리는 하루하루 발길을 돌려 더 잊혀지기전에, 다 사라지기전에 그들을 다시 우리시대의 살아있는 이야기로 불러와야할 것이다. 조완벽의 이야기가 그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조선을 꿈꾼 여걸 -소현세자빈 강씨', '조선의 21세기형 복지가 -토정 이지함', '난세의 충신 -백헌 이경석' 등의 이야기에도 미처 모르던 재미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궁금하시다고? 그럼 직접 만나보시기를…. 역사 또는 역사책을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도 이 책, [한국사傳] 다섯 권은 꼭 한 권씩이라도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여태 만난 역사이야기중 가장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임을 보장한다. TV스페셜로 방영되어서 그런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 속에서 잊혀져가는 우리네 역사를 만나보자.
 
 
2009. 3. 8. 깊은 밤, 잠 깊이 들 그런 봄밤입니다.
 
들풀처럼
*2009-07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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