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름대로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은 보아야할 책들이라고 했다. 이 책, 마이클 더다의 [오픈 북],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다 알게된 지금, 뒤따라오는 '책읽는 매니아' 혹은 '책 중독자'들에게 경고해둔다. 절대 이 책을 읽지말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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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평생 책을 사랑하고 자신의 자서전인 이 책조차 책의 언저리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과 열정으로 "유년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의 삶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서평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읽기와 서평에 관한한 탁월한 지은이의 이 삶, 배울 것이 없다, 아니, 표현이 잘못되었다. 배울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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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두어달,아니 엊그제 읽은 내용들도 돌아서면 가물거리는 나이에, 세상에, 네 살때부터의 책읽기에 관한 추억이라니….너무 월등하고 탁월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책을 펼쳐들고 좋아, 나도 만만치 않은데,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겨뤄보자는 심정으로 따라가본다. 하지만 곧 만나게되는 이런 이야기들에 급!좌절하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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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이것들 너 다 가져. 난 더 이상 필요없어." 그는 내가 그토록 탐내던 만화들을 쑥 내밀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 정신이 멍하고 가슴이 뛰고 눈이 동그랗게 확장되는 기분이다. ~ 바로 그 순간, 사도들 머리 위에 성령이 내린 것처럼, 내 온몸에 은총의 느낌이 퍼져 내렸다. 세상은 정말로 선량한 곳이고 인생은 하나의 축복이었다. 저녁 식사를 한 후 나는 거실 한구석, 램프 옆의 바닥에 내 보물들을 펼쳐놓고, 돈통으로 다이빙하는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만화에 뛰어들었다. ( "제 1부 유년시절"에서 )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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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살 무렵, 고작 책 두어 권에 이처럼 감탄하다니,할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이와 비슷한 느낌들을 가져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이런 경험에는 이만큼의 감흥을 느끼기에 뭐, 이야기의 내용자체는 놀랄만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내게는. 하지만 그 내용을 담아서 들려주는 지은이의 솜씨, 즉 은근하고 솔깃하고 담백한 말투에는 두손두발 다 들 수 밖에 없다. 뭐라 딱 꼬집어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이 책을 읽는내내 나를 짓누르던 시새움과 부러움의 주된 내용은 그가 읽은 수많은 책들이 아니라 그 책들을 슬쩍 흘리듯이 짚어가며 보여주는 지은이의 놀랄만한 글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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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지은이는 자서전이랍시고 자신의 삶을 공개하기는 하지만 그 삶의 곳곳에는 책 또는 책과 함께한 흔적들이 묻어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세심하고 놀라운 그의 기억력도 부럽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의 탄탄한 실력이 진정으로 부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하여 꾸준하게 들려주듯이 그 실력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냥 부러워해야한다는 것이 나는 싫어질 정도록 미운 것이다. 이것이 그의 글을 다음 사람들에게 권하지 않고 말리는 까닭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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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흐려지는 저녁 무렵에 부모님이 '계집애들'을 데리고 외출하자 나는 침대에서 담요를 끌어 내 안락의자 위에 폈다. 그리고 거실 램프와 간식거리를 조심스럽게 배치했다. 이어 집안의 다른 불은 모두 끄고 비상들만 켠 채 <바스커빌 가의 개>를 손에 들고 안락의자에 느긋이 앉았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쿵쾅거렸고 빗방울이 커튼친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 "제 1부 유년시절"에서 )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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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상적인 독서 환경 속에서' 책을 읽는 맛을 경험해 본 분들은 알리라. 나 역시 지은이만한 이 때쯤 <바스커빌 가의 개>를 읽었다. 그러나 내게 남아 있는 기억은 계림문고의 셜록 홈즈 시리즈의 한 권으로서 그 책을 읽었다는 것 뿐, 분명 설레고 두근거렸을 그 때의 기분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처럼 묵은 기억까지 완벽히 표현해내는 지은이가 더 부러운 것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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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가 결코 잊지 못하는 크리스마스의 밤, '따뜻하고 편안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매혹적인 책을 읽은' 날이 우리에게도 적어도 한 번쯤은 있었으리라. 그러나 신나게 마시고 놀다 깨어보니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허망한 숙취의 아침처럼 그렇게 어릴 적 책읽기의 추억은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지은이는 지속적인 책읽기를 통하여 스스로의 삶을 바꿔나가는데 "중학시절","고교시절","대학시절"로 이어지는 그의 젊은날에 책을 빼고는 이야기할 것이 없는 듯하지만 책 없이도 말이 되는 이야기들조차 책과 어우러져 그만의 향취를 뿜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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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말로 너무 완벽한, '엄친아'인 것이다. 그는 중간중간 책에 대한 애정을 솔직히, 원색적으로 고백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글들이 나랑 비슷한한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더 맘에 든다. 예를 들면 이런 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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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점점 더 책이 좋아졌다. 내 몸에서는 읽을거리를 잡아당기는 광선이 발사되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내가 늘 책에다 코를 박고 있는 아이라는 사실을 마지못해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 "제 2부 중학시절"에서 ) (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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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 구절처럼 지은이가 살아온 과정중의 어느 부분이 자칭 책매니아임을 자부하는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힘을 내어 그의 자취를 따라간다. 그처럼 되고자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처럼 책과 더불어 살다보면 나만의 글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잠시나마 해보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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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의 미덕은 책 자체에 매몰되 현실을 잊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이 자서전에는 책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는 하여도 그가 발딛고 서있는 삶의 모습을 떠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그의 글이 더 믿음을 주는 것이다. 고교시절 아버지가 일하는 공장의 모습을 보고 온 뒤에 그가 쓴 아래 글을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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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과장하지 않는다. 그 해 여름 나는 내 아버지의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독재적으로 포악하게 행동해도 참고 견디기로 마음 먹었다. 따지고 보면 아버지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그 노동 덕분에 나는 글을 읽을 시간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나의 삶이 아버지의 삶보다 더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들은 "사탄 같이 검은 공장"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데, 나는 그게 단지 시적인 표현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 "제 3부 고교시절"에서 )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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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시절 그의 첫키스에 얽힌 풋풋한 추억도 재미있지만 그가 직접 작성하였다는 첫키스의 계획 '플랜A'(251)는 청춘이라면 보관해두고 따라할 만하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여드름난 청춘이 잇다면 흉내내보아도 될 정도이다. 특히 지은이처럼 '아는 것이라고는 책 읽 방법 밖에 없'(253)는 청춘이라면 더 더욱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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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란 본질적으로 정신적 모험이기 때문에 나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책을 좋아한다'고 그는 말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지은이는 이제는 '멋진 문장이 더 세련된 전율을 안겨' 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만큼 읽고 느껴보지 못하였기에 아직도 '흥분을 찾아다'닌'다'. (265) -그는 '다녔다'라고 적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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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은이는 고교시절 그를 이끌어준 멘토, '자상하고 인정맣은' 스승을 한 명 만나는데 요절하고 만다. 그는 그 스승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했음을 고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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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퍼센트 이성애자인 남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빌을 사랑한 게 틀림없다. 나는 오늘날까지도 그가 몹시도 그립다. ( "제 3부 고교시절"에서 ) (2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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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런 지은이의 심정을 100퍼센트 이해한다. 비록 스승은 아니었지만 내게도 그런 멘토같은 벗이 한 사람 있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세상을 너무 일찍 떠났고 나는 지금도 그를 그리워한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데 다른 무엇이 제약조건이 될 수 있으랴. 책을 읽으며 여러모로 지은이와 닮은 점을 억지로 찾아나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OPEN BOOK]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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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나면 스칼릿 오하라처럼 맹렬했고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에 나오는 미망인처럼 차갑게 경멸할 줄도 알았다. ( "제 4부 대학시절"에서 ) (2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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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어른', 대학생이 된 지은이의 이야기이다. 위의 글은 그가 표현한 그의 사랑하는 애인에 대한 묘사이다.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는 표현이다. 머리 속에 그 애인의 성격이 확 다가온다. 물론 스칼릿 오하라와 그 미망인을 알아야겠지만…. 그리고 그에게는 '아무리 불리한 결과가 오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건하게 주장하던' 그의 '존경하던', '학우들'도 있었다. 내게도 그런 벗이 있다. 그들중 몇은 지은이처럼 아직도 만나고 반가워하는 그런 사이이다. 물론 역시 1년에 한 두어번이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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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지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다시 고백한다. '나는 이제 모험가라기 보다 식도락가로서 독서에 나선다'(382) 결국 이 말의 결과물이 먼저 만났던 [고전읽기의 즐거움]이리라. 숟가락만 들고 따라가면 되었던 그 맛난 이야기들…. 이 책에는 전체적으로 '모험가'로서 지은이의 책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어쩜 평범한 미국인의 삶일 수도 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뺀다면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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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 많은 책들로 지금의 그가 있고 그와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되는 것이다, 친절하게 뒤에 첨부되어 있는 "마이클 더다가 읽은 책 목록"을 연필을 들고 동그라미를 쳐보니 1/4 가량은 만나본 기억이라도 있는 것 같다. 뭐, 이만하면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돌아서련다. 얼른 책을 덮고 더 많은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내 삶의 책이야기를 한 줄이라도 메모해두러 가야겠다. 언젠가 혼자서 바라볼지라도 적어도 기억은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나를 짓누른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주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다들 조심하시라, 왠만하면 이 책, 손에 들지마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말씀드리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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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차게 생활하라.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살라.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실수이다." ( "제 4부 대학시절"에서, 헨리 제임스 ) (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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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12. 새벽, '나는 재럴의 책을 읽은 뒤 평론이란 모름지기
생생하고, 활기차고, 열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343)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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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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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75-03-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