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하고, 괜찮다고 말하고, 용서한다고 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 되었다. 작디작은 선언이 차곡차곡 쌓여 발아래에 단단한 토대를 이루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누가 알까?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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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슬프지만 희망적인 이야기. 13살, 아마도 우리 나이로 보자면 15살쯤, 중 1~2 학년쯤 될까? 어린 여학생에게 닥친 어마어마한 일들, 결국엔 이겨내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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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의 나이에 17살짜리 오빠 친구와 주차장에서 성관계를 갖다가 친아빠에게 들키고, 철없는 남자친구는 그 일을 자랑스레 떠벌이고, 아빠는 자신을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어 버리고, 좁은 마을에서는 성을 밝히는 소녀, 헤픈 아이가 되어버린 이 아이, 디에나 램버트. 디에나는 그 이후의 시간들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주의깊게 바라보아야할 것은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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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토미를 만나지 않았다면, 토미에게 나를 내버려 두라고 말할 정도로 내가 똑똑했다면, 아빠가 나를 따라 그날 밤 몬타라에 오지 않았다면. 또는 만약 그날 아빠가 따라왔다 해도, 그저 나를 안아 주고 내 머리를 뒤로 쓸어 주며 "괜찮니?"하고 말해 주는 그런 아빠였다면. (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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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고 나자마자 아내에게 물어본다. 이러한 내용인데 13살, 우리 랑딸과 공유할 만한 내용인지, 아내는 답한다. 우리 현실에는 아직 좀 더 먼 뒤의 이야기 같다고. 성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환경은 아직까지는 보수적이고 덜 개방적이기에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만큼?의 행동은 멀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는 앞으로의 시간들은 얼마만큼 성과 관련된 생각이나 행동들이 변해나갈지 예측하기는 쉽지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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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이 책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보아야할 것은 아이에 대한 믿음이다. 일시적인 실수는 언제든지 아이가 할 수는 있는 법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이는 반복적인 실수를 하지 않고 가족들은 그 아이를 믿고 보듬어 주는 것이다. 디에나의 아빠처럼 평소 자기가 생각하듯이 아이를 몰아간다면 당연히 모든 일은 꼬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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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내가 온갖 말썽을 다 부려 오기라도 한 것 같은 말투다. 그렇지 않은데. 그건 잠시였을 뿐인데.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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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잘못을 감싸안고 보호하고 다독거리지 않는한 문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다들 안다. 하지만 일상속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저 믿어주는 것인데, 그 일이 왜 그리 힘든 것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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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믿는다면 말은 필요 없지 않을까.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말을 계속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건 그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는 뜻이다.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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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 속에서 펼쳐지는 디에나의 가족과 친구 관계에는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일찌감치 아이를 낳아 아버지가 되어버린 오빠네 부부,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거의 유일한 친구이지만 이성으로 다가오는 제이슨과의 관계, 그리고 제이슨의 여자친구이자 디에나의 친구인 리, 그리고 첫 실수의 상대방인 토미까지 다시 만나는 아르바이트 직장까지…. 디에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들은 재미잇게 읽히기도 하지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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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의 실수가 있더라도 난 달라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 우리는 함께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어설픈 삼각관계에 빠질 뻔하였던 디에나와 제이슨, 그리고 리는 끝내 다시 어우러질 수 있는 것이다. 이윽고 그네들은 더 밝고 건강한 2학년이 될 준비를 마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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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봐, 이게 내가 바로 필요했던 거야. 격려의 말도, 낮은 내 자존감에 대한 장황한 연설도, 토미 사건의 기억을 두 시간 동안 돌이켜 보는 일도 아닌, 그냥 케이크를 먹는 일. 발밑으로 친숙한 카펫을 밟으며, 제이슨의 방냄새를 맡으며, 제이슨의 얼굴을 보며, 고개만 돌려도 찾아 볼 수 있는, 우리 두 사람이 지나온 우정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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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초등학교 6학년인 랑딸이 언제쯤 '머스마'를 만나고 첫사랑을 하게될지, 딸아이를 둔 아빠의 마음은 어떠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 속에 디에고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뭐, 다른 방법은 없다. 그저 믿고 또 믿으며 아이랑 함께 시간속을 걸어가리라.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리라.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이 전부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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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팝콘과 레터맨쇼가 끝나도록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눈을 감고, 내 머리로 전달되는 엄마의 따뜻한 손가락과 볼 아래로 느껴지는 엄마의 낡은 가운에 집중했다. 눈물이 고였다. 나는 훌쩍거리며,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계속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길 바랬다. 엄마는 내 소망대로 해 주었다. (2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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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3. 저녁, 아이는 재미있게 놀고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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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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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