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 Like You Know It 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Ⅰ.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새벽 0시, 내가 뭘 안다고 홍상수라는 유명짜한 감독의 영화를 본답시고 토요일 새벽잠을 줄여가며 아내랑 부산 서면까지 나갔던 것일까. 김태우가 연기하는 구경남 감독이 내뱉는 말들이 아무리 우리네 삶의 모습이라 하여도 고현정이 연기한 고순이라는 여인의 당차고 솔직함이 처음 등장한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밤잠을 줄여가며 거기까지 가서 뻔하디뻔한 우리네 이야기를 새삼스레 만나야할 까닭이 있었던지…때론 웃다가 때론 허탈해하다가 돌아서 나온 영화관, 정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모든 걸 아는 척 모르는 척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일까?
 
Ⅱ.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아침 9시 30분, 공식적으로, 전직 대통령, 우리들의 대통령, 나의, 사랑하고 존경하는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단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죄악들중에 하나가 더해진 것이리라. 알아도 모른 척, 내 일이 아닌 척 하는 사이에 점점 커져만가던 불안감을 한 몸으로 끄러안고 떠나신 것이리라. 우리가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는 이렇게 또 쌓여만 가는데 우리는 어디쯤에서, 언제쯤엔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1987년의 그 날에서 스무 해가 지났는데, 아직도 바람은 지멋대로 불고 우리는 거리를 헤매이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혹은 잘 알지도 못한다는 핑계를 대며....
 
Ⅲ.
결코,
영원히,
살아 생전, 
아니 죽어서도,  
잊지 못할, 잊을 수 없는
2009년 5월 23일, 이 빌어먹을 아침
 
비 한 방울, 
내릴 듯 말 듯
우리들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이제는 길고도 깊은 
시간의 침묵.
 

(2009.5.23)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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