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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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했다.
소나기 같은 사랑을 하고싶다고..
그 시원한 열정을 동경한다고..


나는 말한다.
그래서 雨期를 기다려 왔다고..
그 음습한 열기를 갈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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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를 때려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것은 직관적인 진리였죠.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나는 이미 상대방을 때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는 아오키를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아오키는 오후 수업에 빠졌습니다.
아마 그 길로 집에 돌아갔나보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찜찜한 기분이 내 안에서 영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들어도 책을 읽어도 조금도 즐겁지 않았습니다.
위 속에 묵직한 것이 똬리를 틀고 있어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벌레를 삼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주먹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 참으로 고독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나를 이렇게 암담한 기분에 빠지게 한 아오키라는 남자를 한층 더 격렬하게
증오하였습니다.

아오키는 이튿날부터 나를 무시하려 애썼습니다.
마치 나 같은 인간은 존재하지조차 않는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보면 변함없이 일등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 이후 시험 공부에 두번 다시 정열을 쏟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험 점수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래서 낙제를 하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히 공부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고 싶은 일을 하였습니다.

숙부의 체육관에도 죽 다녔습니다. 열심히 훈련에 정진했습니다.
덕분에 내 복싱 솜씨는 중학생치고는 꽤 상당한 수준에 올랐습니다.

몸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깨가 넓어지고 팔이 탄탄해지고 얼굴 살에도 탄력이 생겼습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어른이 돼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아주 멋진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매일 밤 알몸으로 목욕탕 커다란 거울 앞에 섰습니다.
그 무렵에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입니다.

신학기가 되자 아오키와 나는 다른 반으로 갈라졌습니다. 나는 안도하였죠.
매일 교실에서 그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된다는 것만으로 나는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아오키 역시 마찬가지 였을겁니다.

그리고 이대로 저 찜찜한 기억도 영원히 멀어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사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죠.
아오키는 내게 복수의 칼을 갈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존심 센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아오키는 복수심이 강한 남자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받은 모욕을 그렇게 쉽사리 잊어버리는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는 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줄곧 노리고 있었던 겁니다.

나와 아오키는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우리들이 다니던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는 사립학교였습니다.
해마다 반이 바뀌었는데 다행히 아오키와는 내내 다른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끝내 마지막 3학년때 그와 같은 반이 되고 말았습니다.
교실에서 그와 얼굴이 마주쳤을 때 아주 느낌이 불쾌했습니다.
또 그의 눈초리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저 위 속에 무겁게 똬리를 틀고 있던 묵직한 느낌이 되살아났습니다.
불길한 예감 말이죠.


오사와 씨는 거기서 입을 다물고 눈앞에 있는 커피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다 얼굴을 들고 희미한 미소를 띠고는 내 얼굴을 보았다.


창 밖으로 제트기의 굉음이 들렸다.
보잉 737기 쐐기처럼 구름 속을 일직선으로 파고 들어갔다가, 그대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사와 씨가 말을 이었다.


"1학기는 별탈없이 평온무사하게 지나갔습니다.
아오키 쪽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거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종류의 인간은 성장도 퇴보도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똑같은 일을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따름이죠.
아오키의 성적은 여전히 톱 클래스였습니다. 인기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그 남자는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 같은 것을 이미 10대에 터득했죠.
아마 지금도 똑같은 식으로 살고 있을 겁니다.
아무튼 우리는 가능한 한 눈길이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 했습니다.
한 교실안에 관계가 어색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죠. 나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으니.

드디어 여름 방학이 왔습니다. 고교 시절의 마지막 여름 방학이었습니다.
나는 그런대로 성적도 괜찮았고 이리저리 고르지만 않는다면 어디든 적당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시 공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수업을 매일 혼자서 예습 복습하는 정도였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죠. 부모님도 잔소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체육관에 가서 연습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레코드를 듣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입시에 매달렸습니다.
내가 다닌 학교는 중고 일관 교육을 하는 소위 명문교였습니다.

어느 대학에 몇명이 들어갔다느니, 어느 대학의 입학자 수가 몇 위였다느니 하는 것들에
선생들이 울고 웃는 그런 학교 말입니다.
학생들도 3학년이 되면 온통 입시밖에 염두에 없어, 교실 분위기도 팽팽하게 긴장되었습니다.
나는 그 학교의 그런 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들어갈 때부터 좋아하지 않았고 6년을 다녔는데도 끝내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학교 친구는 끝내 한 명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그나마 사귀었다고 하는 상대는 체육관에서 만나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고 또 이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과는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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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뭐 그런대로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고
선생님들은 곧잘 내 이름을 잊었습니다. 그런 타입이었던 거죠.
그래서 나 역시 자기자신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애를 썼습니다.
체육관에 다닌다는 이야기는 물론이고 읽은 책이나 음악 이야기도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죠.

그런 나에 비하면 아오키라는 남자는 무슨 일을 하는 뻘구덩이 속의 백조처럼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튼 머리가 좋았어요. 그 점은 나도 인정합니 다. 회전이 빨라요.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런것을 마치 자기
손바닥을 들여다 보듯 아무 어려움없이 순식간에 알아차려요.

그리고는 그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바꿉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오키 한테 감탄하고 말죠.
저 놈은 머리도 좋고 굉장한 놈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어요.
내가 보기에 아오키라는 인간은 너무 천박했습니다.

저런 녀석의 머리를 좋다고 한다면 나는 머리 따위 좋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어쨌든 그 남자의 머리는 칼처럼 정확하고 날카롭게 돌아가죠.
그러나 그 남자에게는 자기 자신이란 것이 없었어요.

타인에게 이것만큼은 주장하고 싶다.
뭐 그런 게 없었다는 말 입니다.
모두가 자기를 인정해 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족이었죠.

그런 자신의 재능에 도취되어 있었어요.
바람 부는대로 그저 빙글빙글 돌기만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그의 그런 이면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었습니다.

아오키 쪽도 그런 나의 심리를 암암리에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눈치가 빠른 남자였으니까요.

아니 그는 나를 불길한 존재로 느끼지 않았나 싶은 기분마저 듭니다.
나도 바보는 아닙니다.
별 대수로운 인간은 아니지만, 나는 그때부터 내 자신의 세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반에서 나만큼 책을 많이 읽은 인간은 없었을 겁니다.

나자신은 표시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직 철이 덜 든 때였기도 하니 어쩌면 그런것을
은연중에 내세우며 타인을 깔보는 구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런 무언의 자부심 같은 것이 아오키를 자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느 날 나는 학기말 영어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습니다.
시험에서 일등을 하다니 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그런 점수를 받은 것은 아니었죠.

그때 아주 갖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
만약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일등을 하면 사주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영어에서 일등을 하자 마음먹고 철저하게 공부를 했던 것입니다.
시험 범위를 샅샅이 훑었습니다.
틈만 나면 동사 활용을 외웠습니다.
교과서 한권을 통째로 암기할 만큼 수도 없이 읽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로서는 백 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일등이 됐다 해서 신기할 것도 이상할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선생도 놀란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아오키 역시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아오키는 영어 시험에서는 줄곧 일등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죠.
선생님은 답안지를 돌려주면서 농담 비슷하게 아오키를 놀렸습니다.
아오키의 얼굴이 뻘게졌죠.

자기가 웃음거리가 된 기분이었겠죠.
선생님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며칠 후 누군가 나에게 아오키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내가 커닝을 했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고는 내가 일등을 할 턱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그 비슷한 이야기를 몇몇 친구들한테도 들었습니다.

나는 그 소문을 듣고 상당히 화가 났습니다.
그런 소문 따위 웃음으로 묵살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그러나 겨우 중학생입니다.
그렇게까지 냉정해지기는 어려 웠죠.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점심 시간에 아오키를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어,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추궁했습니다.
아오키는 시치미를 떼더군요.

야 너, 생트집 잡지 마. 라고 하더군요.
너한테 이러니 저러니 말 들을 이유 없다구, 어쩌다 일등 한 번 했다고 까불기는.
그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나를 가볍게 툭 치듯 물리치고는 저쪽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필경 나보다 자기가 키도 크고 체력도 좋고 힘도 셀 것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죠.
내가 반사적으로 아오키를 때린 것은 바로 그 때였습니다.
정신이 들었을때. 나는 아오키의 왼쪽 뺨에 힘껏 스트레이트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아오키가 옆으로 픽 쓰러지고, 쓰러지는 바람에 벽에 머리가 부딪쳤습니다.
쿵 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습니다.
코피가 터져 하얀 셔츠 앞으로 끈적끈적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은 채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내 주먹이 그의 턱뼈를 스치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런 짓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 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지만 자신이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오키에게 사과할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아오키만 아니었어도 나는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사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아오키라는 녀석한테만은 도무지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오키를 때린 일은 후회하고 있었지만, 아오키에게 나쁜 짓을 했다고는
털끝만큼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이런 녀석은 얻 어맞아도 싸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놈은 해충같은 인간이다.
이런 놈은 누군가 발로 짓뭉개버려도 아무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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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와 씨는 복싱을 배운다는 것은 별로 마음에 내키 지 않았지만 숙부는 인간적으로
좋아했고, 뭐 좀 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정 싫으면 그때 가서 그만 두어도 될 테고 싶은
가벼운 기분으로 시작하였다.

그런데 전철을 타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숙부의 체육관으로 몇 달 다 니는 사이에
그는 그 경기에 뜻밖일 정도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가 복싱에 매력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복싱이 기본적으로 과묵한 스포츠고
또 아주 개인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본 적도 접한 적도 없는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그 세계는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의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 냄새와 가죽 글러브가 서로
스치는 팽팽한 소리와 근육을 효율적이고 민첩하게 사용하기 위 하여 몰두하는 과묵한
모습이 그의 마음을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사로잡 아갔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체육관에 다니는 일이 그에게 많지 않은 즐 거움의 하나가 되었다.

"복싱이 마음에 든 까닭은, 그 운동에 깊이가 있어서였습니다.
그 깊 이가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때리고 맞고 하는 따위는 정말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런 것은 단순한 결과에 지나지 않아요.
사람은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 면 설사 졌다해도 상처 입지 않아요.

사람은 모든 것에 이길 수는 없으니 까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 깊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복싱이란 -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다는 말인데 - 그런 행위였습니다.


글러브를 끼고 링에 서 있다 보면, 때로 자신이 깊은 구멍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주 아주 깊은 구멍이에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아무에게 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깊죠.
그 속에서 나는 어둠을 상대로 싸우는 것입니다. 고독하죠. 그렇지만 슬프지는 않아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고독이라지만 실은 여러 종류의 고독이 있습니다.
신경을 갉는 것처럼 괴롭고 슬픈 고독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고독도 있어요.
그러한 고독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살을 깎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그만한 것이 되돌아옵니다.
그것이 내가 복싱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오사와 씨는 한 20초 정도 침묵하였다.

"나는 정말 이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가능하다면 그런 일은 깨끗하게 잊고 싶습니다.
그러나 물론 잊을 수 는 없지요.
잊고 싶은 것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법입니다." 오사와 씨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는 자기 손목 시계를 보았다.
시간은 아직도 충분히 있었다.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오사와 씨가 때린 남자는 같은 반 학생이었다.
아오키라는 이름 이었다. 오사와 씨는 원래부터 그 남자를 싫어했다.
왜 그렇게 싫어하게 되었는지 그 자신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 남자 가 견딜 수 없이 싫었다.
누군가를 그렇게 명료한 형태로 싫어해 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 일이 있잖습니까?"라고 그가 말했다.

"어떤 사람이든 일생에 한 번은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는 그런 일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무 까닭없이 그냥 싫은 것이죠.
나 자신은 아무 이유없이 타인을 싫어하는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역시 그런 상대가 있더군요.

앞뒤를 따져서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 역시 비슷한 감정을 나에게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오키는 공부도 아주 잘하는 남자였죠. 거의 늘 일등을 차지했습니 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남자들만 다니는 사립고등학교였는데, 그는 인기 도 꽤 좋았습니다.
반에서도 눈에 띄었고 선생님들도 귀여워했어요.

성적 이 좋은데도 절대로 우쭐거리지 않고 성품도 시원스럽고 부담없이 농담도 하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그런 데다 조금은 정의파 같은 구석도 있어서...

하지만 나는 그 배후로 언뜻언뜻 비치는 잔꾀와 본능적인 계산벽이 못 마땅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냐고 물어도 대답하 기가 곤란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 수 없으니까요.
다만 나만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나는 그 남자의 몸에서 발산되는 에고와 자존심의 냄새를 생리적으로 견딜 수 없었습니다.
어떤 사 람의 체취를 생리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아오키는 머리가 좋은 남자라서 그런 냄새를 아주 교묘하게 감추고 있었죠.
그래서 대부분 의 반 친구들은 그를 머리가 상당히 좋은 친구라고만 여기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런 의견을 들을 때마다 - 물론 불필요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
어쩐 지 몹시 불쾌해졌습니다.

아오키와 나는 모든 의미에서 대조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나는 오히려 말이 없고 반에서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인간이었죠.
애당초 눈에 띄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았고, 혼자 있어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물론 친구도 몇 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어요.

나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숙한 인간이었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과 사귀기보 다는 혼자서 책을 읽거나 아버지의 클래식 음반을 듣거나
체육관에 다니면 서 손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 좋았습니다.
나는 보시다시피 용모 도 별로 특별한 구석이 없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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もののけ姬 (歌 : 米良美一)


はりつめた ゆみの ふるえる つるよ
당겨진 활의 떨리는 시위여.

つきの ひかりに ざわめく おまえの こころ
달빛에 수런거리는 너의 마음.

とぎすまされた やいばの うつくしい
잘 손질된 창의 아름다움,

その きっさきに よく にた そなたの よこがお
그 창끝과 매우 닮은 그대의 옆얼굴.

かなしみと いかりに ひそむ まことの こころを しるは
슬픔과 분노에 숨은 본심을 아는건

もりの せい もののけたちだけ もののけたちだけ
숲의 정령, 원령들뿐, 원령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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