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존재를 믿어 본 적이 있는가?
산타클로우즈는?
그렇다면 귀신의 존재는?
외계인은 또 어떤가?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플롯 (캐빈 스페이시)에 얽힌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케이펙스'는 그의 고향이라 주장하는 별의 이름이다.
어렸을때부터 현실적이었던 나에게는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일찌감치 자리 잡혀 있었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더 과학적이 되어 가야할 사고가 역으로 움직인다.
그럴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문을 닫아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케이펙스는 대단한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는 아니다.
볼거리가 넘실대지도 않고, 스토리 자체도 감동적이지 않다.
그럭저럭이었다..고 표현하면 적합하리라.
그러나, 우리가 의심하고 있는 존재성에 대해서 한번은 짚어줄 수 있는 영화라 여겨진다.
케빈 스페이시가 좋아진다.
L.A 콘피덴셜, 아메리칸 뷰티, 데이비드 게일, 그리고 케이펙스.
변화와 공통점이 묶여 있는 그의 연기가 맘에 든다.
이 영화를 본 후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는 정말로 케이펙스에서 왔을까?
나는 이미 확실히 그 답을 선택했다. ^^
별점 : ★★☆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이후 ‘L.A. 콘피덴셜’ ‘아메리칸 뷰티’등에서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면서도 위악적으로 표현한 케빈 스페이시,
그리고 ‘사랑의 행로’ 등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관록의 연기자 제프브리지스,
비틀즈 태동기를 다룬 ‘백 비트’로 주목을 받은 이후 ‘도브’ 등의 수작을 연출한
이안 소프트리 감독.
이만하면 ‘케이_펙스’(K-PAX)는 꽤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첨단 장비와 액션, 세트 따위를 눈 씻고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만.
소매치기 사건에 출동된 경찰의 불심 검문에 ‘케이_펙스 행성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가
정신병원으로 잡혀가는 플롯(케빈 스페이시).
‘지구에서1,000광년 떨어진 리라좌의 케이_펙스에서 왔으며 나이는 337세’,
그리고‘지구가 너무 밝아서’ 선글라스를 꼭 껴야 한다.
케이_펙스에는 가족제도가 없고, 섹스는 인기가 없다는 그의 말은 귀를솔깃하게 한다.
정신과 의사 마크(제프 브리지스)는 과대망상이라고 단정하고 치료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다. 정신병자들과 플롯이 주고받는 에피소드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력적이다.
낯선 시각으로 지구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신선하지만 후반부가 맥이풀린다.
예상을 뒤엎는 열린 결말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한국일보 [속보, 생활/문화, 연예] 2003.09.15 (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