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린 꼬마가 있었습니다.

마르슬랭은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 색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혼자 노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된 아이였지요.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떠올리게 하는 예쁜 동화로군요.
아무말 없이도 좋고 편안한 친구.
나에겐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아니 있기나 한건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친구가 누군가에게 되어주고 있는걸까?
머리를 쥐어 짜 봅니다.

편하면서도 아름다운 친구가 되고 싶네요.
그 누군가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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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2-11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뻬 좋아하구요... 이 책은 상뻬 책중에서도 좋아하는 책입니다...
<라울 따뷔렝>도 너무 좋아요... <꼬마 니콜라>도 좋구.. ^^

motoven 2004-02-12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쌍뻬의 글은 마음 따뜻하게 만드는 마술같은 책이죠?
어른들도 수용할 수 있는 예쁜 동화구요~
각박한 요즘같은 때에 이 글로 마음을 데워놓으려구요..^^
 

 

 
 


 


Tree in the Mist 

by Langley 

20 x 16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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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ffolk Dunes

 by Bill Phillip

 24 x 32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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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folk Beach

 by Bill Phillip

 24 x 32 in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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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한 것은 자정이 지나서였고,
도시의 미로를 빠져나오는 데도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였다.
그래서 정작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한때는 밤 한시가 가까웠을 무렵이었다.
심야 버스였던 것이다.

승객은 모두 해야 스무 명이 못 되는 숫자였다.
좌석은 출입구가 있는 오른쪽 창가로 나란히 여섯 개.
그리고 통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 창가로 두 개씩 일곱 줄, 도합 서른 개였다.

자리가 남아돌았으므로 뒤쪽은 거의 비어 있었다.
승객들은 등받이를 적당히 젖혀 상체를 편안하게 누인 자세로 대부분 눈을 지그시 감은 채였다.
종점까지는 고단한 밤이 길게 드러누워 있었다.

비디오는 아예 켜지 않았고, 조명등도 낮추었다.
잠을 청해보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진작부터 코를 고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머리 위에서 희미하게 내비치는 불빛이 승객들의 피곤한 이마를 푸르스름한 색조로
물들이고 있어 차 안이 마치 커다란 수족관 같았다.

고속도로는 어둠 속으로 끝간 데 없이 뻗어나갔다.
낮 동안, 때로는 밤중까지도, 그렇게 자주 몸살을 앓곤 하던 길이 썰렁할 정도로 텅 비어 있었다.
상하행선 모두 오가는 차량이 드물었다.

이따금씩 전방 어둠 속 저 멀리서 한두 점 불빛이 작은 연꽃송이처럼 아련하게 떠올랐다.
그리고는 물결을 타듯 한동안 조용히 흐르다가 점점 속도를 더하며 다가와 어느 순간
강렬한 빛을 확 내뿜으며 금세 아득히 멀어져가곤 할 뿐이었다.

가느다란 빗발이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저 을씨년스럽던 터미널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던 때는 물론,
시멘트 정글 같은 도시를 더듬어 나올 무렵까지만 해도 공기는 건조했었다.

게다가, 바람 많은 환절기였다.
가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비단 천식 환자만은 아니던 것이다.
어쨌거나 가랑비가 시나브로 떨어져내리고 있었고,
그것은 곧 하루살이떼처럼 전조등 불빛 속으로 자우룩이 엉겨들었다.

길바닥이 이내 검게 젖었다.
바퀴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1번 좌석, 그러니까 출입구 곁자리를 차지한 승객은 얼굴이 앳된 아가씨였다.
그녀는 요란한 화장술과 얄궂은 헤어 스타일 등으로 한껏 위장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십대를 채 벗어나지 못한 나이가 분명하였다.

밤차를 탄 탓일까, 조금은 얼뜨고 또 조금은 긴장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느라 그녀는 아직 잡들지 못한 채였다.

지금 그녀의 불안정한 시선은 바로 옆 통로 바닥에 떨여져 나뒹굴고 있는
군모위에서 머뭇거리고 있엇다.

일병 계급장이 붙은 그 모자의 주인은 통로 건너 2번 좌석에서 고개를 잔뜩 꺾고 잠들어 있었다. 무 밑동처럼 허옇고 맨숭맨숭한 머리통에다 동그라헤 테를 씌운 듯 모자 자국이 선명하였다.
술 냄새가 났다. 얼굴을 처박은 가슴팍 언저리가 걸쭉한 침으로 젖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이번에는 앞쪽으로 향하였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차는 지금, 검푸른 어둠이 질펀하게 고인 들판 한가운데를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두 개의 거대한 팔처럼 어둠을 휘젓고 있는 전조등 불빛 아래 기다랗게 드러누운 왕복
사차선 고속도로가 한사코 꿈틀거리며 일어서는 것처럼 보였다.

이마께가 싸늘해지는 느낌이어서 그녀는 새삼스레 벨트를 조였다.
이번에는 운전석으로 눈길을 보냈다.
운전에 열중하고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대각선으로 비스듬히 잡혀 들었다.

운전사는 묵묵히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머리통이 엄청 커보이고, 구레나룻을 시커멓게 길렀고,
뭉툭한 콧잔등에는 적갈색의 보안경이 걸려 있었다.

옆모습만으로는 사내의 표정을 제대로 읽어내기가 어려웠지만,
그러나 어딘가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거부하는 분위기 같은 것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이마께가 써늘해지는 것을 그녀는 느꼈고,
그러자 어떤 막막하고 무거운 감정에 잔뜩 짓눌리고 있는 자신을 새삼 의식하였다.
밤기운 탓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버스는 지금 밤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눈꺼풀이 자꾸만 처지는 것을 느끼며 마침내 그녀도 조금씩 잠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승객들은 이제 모두 잠에 든 것 같았다.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그 아가씨도 이어폰을 낀 채로 막 선잠이 든 모습이었다.

한 뭉텅이의 구릿빛 코일같이 풍성하게 헝클어진 머릿단이 잠든 얼굴을 반이나 가렸다.
그녀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은 군복의 청년은 일병 계급장이 달린 모자를
통로 바닥에다 버려둔 채로 열심히 코를 골아댔다.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가 서로 다른 음색과 가락으로 제법 낭자하게 어우러졌다.
그러고 보면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는 오직 한 사람 - 운전사뿐이었다.
그는 모든 승객들을 등지고 앉은 채 묵묵히 앞만 내다보고 있었다.


================================================== 2편에 계속



다시 책을 읽어 드릴께요~
이동하의 <그는 화가 났던가?>는 96년인가, 97년즈음에 나온 단편으로서,
그 시절 읽고는 그 속도에 반했던 소설입니다.

다시 책장을 정리하다가 눈에 번쩍 뜨여 훌훌 넘겨보고는
또다시 읽고 싶은 생각에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어 소개해 드립니다.

오늘 읽어드린 1편은 그야말로 전개에 불과한데요,
야간 고속버스를 탄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을 수 있는 이 소설은,
비내리는 밤의 고속버스 안에서의 조그만한 격동을 느낄 수 있는
맛있는 소설입니다.

그럼 함께 자알 읽어 나갈까요? ^^
하루에 세페이지씩 읽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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