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까지 100마일
아사다 지로 지음, 권남희 옮김 / 산성미디어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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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쓰기는 기교의 일환이다. 멋진 표현을 써 낸다는 것도 맥락이 같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미를 심는다든지.. 독자와 호흡을 함께 하여 그들을 녹아들게 하는 힘은 보통 사람이 범접하기는 힘든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놀랍게도 아사다 지로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흡인력과 동화력. 사람을 끌어 당겨 자기편에 서게 하는 그런 놀라운 힘이..

<천국까지 100마일>의 줄거리는 통속적이다. 혼자 몸으로 자식 넷을 훌륭하게 키워 자수성가시킨 고령의 어머니가 병에 걸리게 되어 잘나가는 자식들에게는 귀찮은 짐 취급을 받지만, 제일 고생하고 있는 막내 히데오는 그 어머니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리려고 노력한다는 늦게 철든 효자 이야기.

아들은 새 생명을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열악한 차량에 병든 어머니를 태우고 100마일을 달린다.

40년 동안 느끼지 못한 사랑과 배우지 못한 겸허함이 어머니와 천국으로 가는 100마일의 시간동안 히데오를 가르친다.. 뼈속 깊이..

가족애와 흡인력을 느끼고 싶은 분께 강력 추천하는 아사다 지로의 소설. 모든 것을 초월한 신과 같은 캐릭터를 만나고 싶으신 분께도 아울러 추천하는 소설.

'깊이'있는 이야기꾼 아사다 지로는 그 이름만으로 이미 나에게는 보증수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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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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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다 읽고 골라 든 책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티티새였다. 이제 막 글씨를 익히기 시작한 4살짜리 조카가 내 방에 와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는 요.시.모.토.바.나.나...... 티.티.새 그다지 명확하지도 않은 발음을 하고 한글짜를 읽어 나가던.. 어제 밤에 읽기 시작한 책은 오늘 오후가 되어서야 책 표지를 덮을 수 있었다. 한편의 순정 만화를 본 듯한 느낌 이랄까?

세상에 대한 불평과 원망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오던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는 간결체가 돋보이는 다소 여성적인 소설이었다. 그리 긴 장편은 아니었어도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만든 책이었다. 아직 정리 되지 않은 머릿속 이야기를 하나씩 그냥 주절주절 얘기해 보련다..

1. 첫인상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런 여자 애였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을 대면할 때의 첫인상처럼 글을 읽을 때 그 첫문장이 강렬하면 왠지 그 소설에 대한 느낌이 좋다.. 이 첫 문장을 살펴 보면, '츠구미는 밉살스런 여자 애였다'라고 했다. 여자 애이다..라고 하지 않고.. 이미 츠구미는 밉살스럽지 않은 존재인지,, 밉살스러운지 아닌지도 구별할 수 없는 현실세계에는 없는 존재인지.. 그 첫 문장에서 바나나는 이미 소설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2. 티티새

티티새는 일본어로는 츠구미, 한국말로는 개똥지빠귀이다. 이 새는 겨울철새로 참새과에 해당하는 새이다. 그러나 소설의 배경은 '한여름'이다. 주인공 츠구미는 왜 겨울 철새의 이름을 가졌을까? 겨울, 그것도 철새 처럼 츠구미의 생명력에는 한계를 가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냉정하고 차가운 그녀의 성격이 남이 갖지 못한 인생의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유일한 방편이었을지도..

3. 인물들의 성격

소설은 내 (마리아)가 바라본 츠구미와 그녀에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씀씀이가 넓고 생활에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사람들로 비춰진다. 나 (마리아)는 츠구미의 사촌으로써 첩의 딸로 태어나 20여년간 제대로 된 가정생활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대해 너그러운 시각을 가졌으며 원만하고 배려 깊은 성격이며, 츠구미의 남자친구 쿄이치는 미남에 서글 서글한 성격에 배려와 사려심이 깊은 청년이다. 그리고, 츠구미의 언니인 요코언니는 성인과 같은 마음 씀씀이와 온화하고 상냥한 성격이 누구에게나 호감 사고 남을만한 존재이다.

그러나 츠구미만은 이런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성격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개성적인 존재로 비추어진다. 그녀는 어렸을때부터 몸이 허약해 부모의 과잉 보호로 자라 심술궂고 거칠고 입이 험악하고 제멋대로고 응석 받이고 영악하다. 평화롭고 온화한 사람 속에서 츠구미의 성격은 더욱 더 빛을 발한다. 어둠 속에서 유독 잘 보이는 한줄기 빛과 같은..

4. 20대 초반의 시선

인생의 중반이 되어 버리면 시시껄렁한 이야기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연애 이야기, 죽음의 이야기, 추억 이야기... 소설 <티티새>는 그런 묵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작가의 말에서 가족과 함께 매년 가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모습을 책 속에 담아보고 싶었노라고 했다. 그녀가 그리고 싶은 것은 무게가 있는 고통과 아픔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잔상들이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장 인물들이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해 버린 나이여서는 안됐었겠지.. 마리아도, 츠구미도 쿄이치도 요코언니도 20대 초반의 풋풋하고 감수성 예민한 스무살의 시각으로 사랑, 죽음, 추억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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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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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채집이 취미인 니키 준페이는 학교 선생님이다. 여름방학을 맞은 어느날 곤충 채집을 하러 닿은 마을은 느닷없는 사막 지대였다. 하루 묵을 곳을 찾아보려던 중, 동네 사람의 소개로 어느 집에 다다른다. 그 집은 구멍 아래 있으며, 온통 모레로 덮여진 집이었다. 집주인인 여자에게 하루 융숭하게 접대를 받은 그는 잠을 청하지만, 그 이후에 그 구멍에서 나가지 못하게 된다. 매일 매일 모래를 퍼 내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마을 사람이 노동력을 위해 그를 가둔것이었다.

준페이는 울분에 떨며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는 몸부림을 한다. 마을 사람들을 얼러도 보고, 협박도 해보고, 탈출도 시도하였으나 모두 허사였다. 그들은 마치 벽처럼 어떤 울림도 그에게 주지 않았으며, '가둔다'는 행위 이외에는 어떤 폭력도 행하지 않았다. 준페이는 모래와 함께 거기에 순응하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여자와 더불어 그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7년후, 준페이는 세상에 진정한 실종자로 인식된다.

일본의 카프카라고 불리워지는 야베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2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상에 뿌려졌다. [뉴욕 타임즈]선정 세계의 10대 문제 작가 중 한사람이라도 꼽힌 야베코보의 작품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여러차례 거론되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이 작품을 읽고,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의 삶이라든지.. 망각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인간의 여린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곤충 채집에의 취미를 가진 한 남자가 자기 스스로 채집된 곤충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은 아이러니 같은 형벌이다. 뭉치지 않는 모래,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광물, 정착하지 않고 늘 유동하는 덩어리 이런 모래만의 특성과 주인공들의 모습과 나의 상황들에 삼각형을 그려 놓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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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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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사랑하는 근대 문학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은, 일본문학이 가진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서양 문학이 행동을 위시하여 사상을 이끌어 낸다면, 일본 문학은 자그마한 내부의 갈등을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일본문학에는 아기자기함과 세밀함과 파고듦이 존재한다.

'나'는 우연히 휴양지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뭔가 알수없는 깊이를 가진 존경스러운 선생님에게는 비밀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선생님을 통해 사상의 진보를 경험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또 나로 인해 뭍어 두었던 지난 과거를 고백한다.

안타까움과 섬세함과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지나친 자존심들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주위를 맴돌았다. 그러나 나는 수긍할 수 있었다. 선생님의 마음을.. 우리는 '양심'을 지나치게 저당잡히고 살아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무서운 시선은 '자신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눈'이라는 걸 오늘도 잊지 말기를 슬며시 바래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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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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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리나> <부활> <전쟁과 평화>와 같은 톨스토이의 장편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으니까.. ㅡㅡ 장황하거나 복잡한 플롯 따위는 그의 단편에선 찾아 볼 수도 없다. 도대체 장편을 쓴 '이' 톨스토이가 단편을 지어 낸 '그' 톨스토이인가 의구심마저 든다. 12편의 톨스토이 단편선만을 모아 놓은 이 책은, 종교적인 포근함과 따뜻함이 녹아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꾸며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주로 지하철에서 이동하는 시간에 책을 읽는 나의 오전 어느 시간에 톨스토이의 어떤 단편이 지하철 안에서 눈물이 팽그르르~ 돌게 만들기도 하더이다. 재미 + 감동 + 교훈을 얻고 싶다면, 그리고 선물을 하시고 싶다면, 이 책이 아~주 좋을 거라고 권해 드립니다요~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의 선정 도서이기도 하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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