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며 피는 꽃 - 2005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문경보 지음, 윤루시아 그림 / 샨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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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책을 만났다. 흔들리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따스하고 애정어린 시선에 난 새로운 희망을 읽는다.

열등생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아이들에게 연극공연을 통해 '너희들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가정 폭력으로 정서불안을 겪고 있는 주영이의 모습,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보여 준 현수네 반 친구들과 래준이네 반 친구들,뇌성마비 장애를 겪고 있는 준용이의 아름다운 모습,선생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제자들,공고에 다니고 싶어 가출한 아이들......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지만 한 편,한 편의 진솔한 선생님의 이야기가 잔잔한 파문으로 내 가슴을 적셔왔다.

특히,실성한 어머니에게서 도망가려는 재호와 함께 선생님이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모습은 지금도 눈 앞에 선하다. 목욕탕 안에서 선생님의 등을 밀던 재호가 갑자기 소리내어 펑펑 울기 시작한 후,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의 그 짠~한 느낌은 아마 오랫동안 내 가슴을 훈훈하게 덥힐 것이다. 제자 앞에서 발가벗고 함께 목욕할 수 있고,또 제자들 앞에서 당당히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선생님. 어쩌면 내가 여태껏 바라고 원해왔던 진정한 선생님의 모습인 지도 모른다.

이 책을 본 후,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제목이 이 책과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이보다 더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표현한 말은 없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삶을 살고 있는 제자들이지만 선생님 눈에는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닌 소중한 한송이의 '꽃'인 것이다. 지금은 많이 아프고 힘겨워 수없이 방황하고 흔들리지만,언젠가는 꼭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피어날 제자들인 것이다. 그 아이들 옆에 문경보 선생님과 같은 분이 함께할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희망이 퐁퐁 샘솟는다.

마음 같아선 별 다섯개 만점을 주고 싶지만,지금도 계속해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써 나가고 있을, 선생님의 또다른 이야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별 하나를 살짝 숨긴다. 그 별 하나의 부족함이 선생님에겐 예쁜 희망이 되길 바라면서. 끝으로,이 <흔들리며 피는 꽃>을 나보다 몇 년 먼저 교단에 서게 될 대학동기들에게 곱게 포장해 선물하고 싶다. '모탕'선생님의 희망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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