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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와 나 - 세계 최악의 말썽꾸러기 개와 함께한 삶 그리고 사랑
존 그로건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말리와 나>는 그로건과 그의 아내 제니가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인 말리와 만남에서 또 그의 2세들과 가족으로 생활하고 사랑하게되고 말리와의 헤어지기 까지의 과정을 너무 과장되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그리고 있다.
말리의 요절복통 좌우충돌 스토리와 그로건 가족의 못말리는 말리사랑이 때론 웃기고 유머러스하게 때론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그로건 부부는 식물을 키우기만 하면 죽거나 말라버린다.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준비가 안된 이들은 연습삼아서 개를 한마리 키우기로 한다. 그래서 만나 개가 말썽쟁이 말리...
리트리버 강아지에게 지어줄 이름을 고민하는데 라디오에서 "밥 말리"의 레게풍 음악이 흐르자 말리라고 짓는다. 애견협회에 나가 당당하게 1등을 할꺼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그로건은 말리의 이름을 "그로건스 매저틱스 말리 오브 처칠(처칠거리 그로건 가문의 위대한 말리)"라고 지어준다.
첫아이를 유산하고 힘들어하던 그로건부부에게 패트릭이란 첫째를 낳게되고, 아이와 어떻게 지낼지 내심 걱정했었는데 말리는 아주 훌륭한 유모역할(?ㅋ)을 해낸다. 둘째를 어렵게 낳고 또 다시 셋째 콜린까지 삼남매가 생기면서 말리는 정말 한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강아지 성격은 부모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새끼는 놀랍도록 많은 행동을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p.38)
이 부분에서 그로건은 그 옛날에 말리를 데리러 갔을 때, 마당에서 미친듯이 날뛰던 개가 떠올랐다. 얌전했던 어미와는 달리 말리의 아빠를 쏙 빼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왜 극구 말리의 주인이 아빠개 이야기를 할 때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는지 그제서야 이해를 했다.
똑똑하고 뛰어난 종이라고 생각했던 말리가 얼마 있지 않아서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를 가진 다소 유별난 래브라도 리트리버란걸 알게 된다.
애견협회에서도 두손두발 들 정도로 말썽쟁이 말리지만 그로건가에선 사랑스런 말리다.
말썽쟁이 말리가 제니에게 호되게 당하고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장난치고 웃고 말리맘보를 출때면... 우리 조카들 생각이 난다.
한참 장난치고 놀 때는 혼나도 언제 그랬냐는듯이 또 웃고 떠들고...
또 제니가 말리를 더이상 키울수 없다고 하자, 고민하던 그로건이 말리를 다시 개 훈련학교에 가서 열심히 해서 포기했던 졸업장을 받게된다.
말리가 이젠 나이를 먹어 사람으로 따지면 정말 고령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귀도 안들리게 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게 되고, 대소변 가리는 것도...
결국에는 서서히 죽어가는 말리와 그모습을 지켜보는 그로건 가족, 그리고 그로건에게 말리는 삶에 대해서도 미래에 대해서도 많을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준다
말리와 그로건 부부가 처음 만나는 장면, 말리가 <마지막 홈런>이라는 영화에 출현했던 이야기, 비와 바람이 불고 천둥이 치는 흐린날에는 발광하고 난리치던 모습, 기분좋은 말리의 "말리맘보"의 모습, 개 훈련학교에서도 쫓겨나게 됐을 때, 혼나고도 금방 다시 옆에 붙어서 장난치는 모습, 그로건이 힘들 때 옆에서 가만히 위로하던 모습, 개 훈련학교를 당당히 졸업했던 모습, 눈을 보고 좋아했던 모습 등 말리의 모습들이 실제로 본듯 생생하다.
우리는 멍청한 늙은 개를 사랑했고, 무수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했으며, 아마 결점 때문에 사랑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말리를 보낼 때가 다가왔다.(p.351)
그로건이 얼마나 말리를 사랑한지를 알 수있다. 결점투성이 말리였지만 언제나 즐겁고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던 말리...
말리는 애완견이 아니라 13년 동안이나 기쁠 때, 슬플 때, 힘들 때 모든 일들을 함께해온 가족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이나 여러면에서 말리같은 개를 기르기는 힘들 것이다.
말리의 못말리는 행동들을 볼 때면 정말 그로건 가족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 책은 한편의 따뜻한 홈드라마... 그로건의 일상생활상을 담은 글솜씨가 편안하게 느껴져서 꼭 책을 읽는다기 보다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말리의 못말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고, 그로건 가족들의 생활들도 눈에 보이는 듯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면 성공할 듯한데... 과연 말리를 소화해 낼 수 있는 개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어렸을 때 예삐와 삐삐라는 개 두마리를 키웠었다. 아주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삐가 밖에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나서 삐삐는 아마도 다른사람을 준 것같다. 그 당시를 말안해도 겪어본 사람들은 잘 알것이다. 그 뒤로는 강아지나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았다. 가끔 사람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걸보면 약간 부럽기도 하고 키우기 싶기도 하다.
우는 살면서 수많은 만남과 함께 이별을 하면서 살아간다.
자의든 타의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언제나 이별을 한다는 것은 슬프고 가슴 아프다.
특히나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가을이라 괜시리 우울하고 다운되는 이 계절에 추리소설이나 연애소설, 에세이도 좋겠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주면서도 눈물나게 만드는 <말리와 나>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400여페이지로 다소 긴 장편이지만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나 키워본 사람들에게 <말리와 나>는 좀더 다른 감동으로 마음속에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