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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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상(134회) 수상작이라는 말과 일본의 추리소설계에서 알아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라고 해서 보게된 <용의자 X헌신>...
기존의 추리소설을 생각했던 나에게 시작부터 여지없이 무너지게 만든다.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리뷰를 읽으면서 스포일러 걱정은 안해도 된다. 어차피 지금 쓰는 줄거리의 끝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이니깐...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은 이 책에 대한 정보는 보지 말고 책을 읽으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스릴러나 추리소설의 특성상 반전을 절대 이야기하면 안되는데 친절(?ㅉㅉ)하게도 책 정보에 이 책의 핵심인 반전이 고스란히 나왔다. )
하루하루를 별다는 일 없이 거의 똑같이 살아가는 고등학교 수학선생 이시가미 데츠야...
깡통을 줍는 깡통남자, 거리의 노숙자들, 개를 데리고 산책나온 노부인... 시계가 없어도 몇 시지 알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일상들... 이시가미가 항상 들리는 "벤덴데이"라는 도시락가게...
출근길의 풍경은 이렇듯 언제나 비슷하다.
그의 옆집에는 "벤덴데이"에서 일을 하는 하나오카 야스코와 그의 딸 미사토... 이렇게 두 모녀가 산다. 날마다 찾아오는 이시가미에 대해 벤덴데이 사람들은 야스코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고 야스코도 어렴풋이 그런 것 같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야스코의 전남편 도미가시 신지가 찾아오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집으로 찾아온 도미가시를 우발적으로 죽이게 된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녀에게 이시가미가 찾아와 사건은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절대 걱정하지말고 자신이 하라는데로 하기만 하면된다고 안심 시킨다.
그 후 시노자키역 근처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가 발견된다. 도난당한 자전거와 함께 옷가지도... 경찰은 그 사체가 도미가시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제 1용의자로 전부인이었던 야스코를 지명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형사 구사나기와 기시야가 야스코를 심문하지만 정확한 알리바이로 인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들어가고 옆집 이시가미와 이야기를 하다 우연히 그가 데이도 대학출신이란 걸 알고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에게 조언을 얻고자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우연히도 유가와는 조언뿐 아니라 그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자신도 따로 조사를 한다.
가미는 데이도 대학시절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고 교수들 칭찬이 자자했던 인물... 어딘가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그가 고등학교 수학선생이라는 것에 다소 의아해하면 회상에 잠기고... 이시가미를 찾아간다.

이렇듯 이들의 만남으로 인해 어쩌면 묻혀져 버릴 겉으로는 완벽한(?) 진실이 파헤쳐진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수학과 물리학자 두 천재의 대결이 정말 기대 이상이다.
너무나도 완벽한 알리바이가 오히려 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정말 독자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트릭이 숨어있다.
어쩌면 똑똑한 독자라면 중간중간 등장하는 복선을 통해서 뭔가를 발견할지도 모르지만...
나도 읽으면서 내심 뭔가 걸리는 게 있긴했지만 반전은 여지없이 예상을 뒤엎었다.

이 책이 다른 추리소설과 다른점은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범인을 추리하며 잡아가는 과정에 스릴을 느끼고 흥미를 느끼며 따라가지만, 이 책에서는 초반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을 등장시킨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책이 어떻게 추리소설이 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의아해 할 수도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므로...
공식을 세우듯 알리바이나 기타 사건을 조작(?)하는 이시가미도 사건을 풀어가는 유가와도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내용은 긴박하지도 스릴있지도 않으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관찰자 시점의 저자가 이시가미나 유가와 어떤 한 인물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사건을 전개해 나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약간 뚱뚱하고 둥근 얼굴에 머리가 좀 빠진... 나이보다 훨씬 들어보이는 이시가미가 주인공이라는 것이 처음엔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스마트하고 다소 시니컬한 유가와가 더 끌렸다고 해야되나?! 하지만 역시 이시가미... 수학에 대한 존재이유를 설명하고 학문에 대한 열정밖에 없는 외톨이 천재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공포스럽다거나 끔찍하고, 섬뜩한 느낌이 든다기 보다는 좀 안타깝고 애절한 느낌이다.

이시가미처럼 한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까지 희생하는 그런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라는 생각과 그런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이 정말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순백의 순수한 사랑이라면... 그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더라도 존중은 받아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은 이 세상에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유가와 마나부의 말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이 책을 기존의 추리소설류의 책으로 생각하고 읽기시작한다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분명 추리소설의 장르를 취하면서 거기에 사랑을 가미시켜서 기존의 서스펜스하고 스릴넘치는면보다는 존재이유와 사랑 그 밖의 것들을 생각하면서 읽게 만든다. 이야기되는 여러가지 것들이 알고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그런 발상자체가 신기하고 기발하단 생각이 든다.
가미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감성과 이성의 갈등과 더불어 유가와와 구사나기 등 여러명의 입을 통해서 사회의 무관심이나 법의 한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꼬집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사람관계는 둘째치고 사랑마져 주고받기(give & take)식으로 취급되는 요즘 세상에...
이시가미처럼 순수한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랑이든 연민이든 그 무엇이든지 간에... 살인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사랑...
이렇게도 맹목적이고 이타적인 사랑이 현실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부분은 정말 눈물나게 만든다.
이시가미의 예를 봐도 그렇지만 정말 사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 같다.
사랑을 하게 된 사람도...
사랑을 받게 되는 상대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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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한승원 외 지음 / 예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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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와온 바다에서 차를 마시다.
사실 이 제목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와온"을 "와 본"으로 봤다.
그래서 예전에 왔던 바다에서 차를 마시면 어떤느낌일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와온은 순천 해룡면의 바다이름으로 갯벌도 풍경도 멋있다고 한다. 물론 난 처음들어봤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남해를 여행하는데 빠질 수 없는 코스중 하나라서 꾀나 유명하다고...
와온... 와온바다... 순천의 바다이름. 꼭 가보고 싶은 바다다. 갯벌도 풍경도 멋있다고 한다.

이 책은 조병준, 한승원, 시인 곽재구, 영화평론가 김영진 등 열한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차 예찬론이 펼쳐진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차로 맺은 인연, 재미있는 에피소드, 삶의 철학을 풀어놓는 에세이집이다.
1장과 2장으로 나뉘어 있고 부록으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될만한 차에 대한 이야기르 함께 실어서 잘 알지 못했던 차에대한 것도 알게 해준다.
여백의 미와 함께 눈이 즐거워지는 수묵화 역시 책을 읽는 즐거움과 차의 향을 더욱 그윽하게 해준다.
조병준씨의 짜이한잔할까요에서는 짜이의 맛을 제대로 맛보고 싶어 마음은 어느새 인도로 달려간다.
한승원씨의 다신을 찾아서에서는 차를 10번 우려 먹는데 그 우려먹을 때마다 느낌과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여유가 있을 때 그 맛을 한잔한잔 음미하면서 마셔보고 싶다.
차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그런 자연을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글쓴이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온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들어있는 차...
봄의 밝고 경쾌함과 화려한 꽃비와 함께하는 꽃잎떨군 차,
녹음이 푸르르고 무성한 여름에 마시는 향긋한 녹차,
가을의 풍요로움과 쓸쓸함에 책과 함께하는 차,
겨울의 눈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뜨거운 잔을 손으로 감싸며 마시는 차...
이렇게 사계절이 들어있다.
또 무엇보다도 직접 만든 차는 그 만든 사람의 정성과 손길이 들어있어 다른 여느 차와는 그 맛과 향이 다르다.

"차 한잔 하실래요?"
커피한잔과 차한잔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커피는 아무나와 다 마실 수 있는 느낌이지만... 차한잔은 왠지 조금은 우리나 너와 나 등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가끔 차를 마시는데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낸다. 특히나 전통차라고 하면 복잡한 다도를 떠올리기 때문일까?!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것을 즐겼다고...
그래서 일본의 복잡한 다도가 아닌 사람내음이 나는 우리나라 차가 좋다.
이쁘고 멋진 그릇이 아니더라도 어떤가?! 좋은사람과 함께 하는 차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것을...

차를 마시는데 구지 장소나 형식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마신다면 그게 아주 멋진 곳이든 아니면 자연이든 그게 구지 중요하겠는가?!
차 한잔 마시면서 일상도 소소한 삶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친해지지 않는가 한다.
차를 많이마신다고 해서 술자리처럼 거나하게 취해서 주정부리는 사람도 없고, 마시수록 깊이도 우러나고 쉽게 친해질 수 있고,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
물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마시는 차맛은 같은 차라면 더 좋겠지?!
확트인 바다 앞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누는 담소는...
오늘은 티백으로 즐겨먹던 녹차를 자제하고
책과 함께 지인이 여행갔다가 사온 국화차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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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토끼
앤디 라일리 지음 / 거름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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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블로그에선가 우연히 알게된 자살토끼...
서점에 갔는데 자살토끼가 생각이 나서 찾아봤다.
앤디 라일리라는 영국의 만화작가가 그린 책으로 주황표지의 <자살토끼>와 녹색표지의 <돌아온 자살토끼>...

책에는 표정없는 새하얀 토끼가 나온다.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자살에 성공한 모습들을 그린 카툰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데 한마리가 나오기도하고 때때로 여러마리가 나오기도 한다.
외계인이 지구에 도착해 토끼에게 인사를 하는데 토끼가 급소를 차버려 열받은 외계인이 레이져총으로 토끼를..., 또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여서 쓰러지고...
이렇듯 영화나 만화(패러디), 스포츠, 자연현상, 전쟁, 일상생활 등을 이용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재미있는 이유는 죽음을 마주했을 때 마땅히 느끼게 되는 고통이나 공포의 감정이나 표정이 토끼에게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당히 섬뜩한 상황이 묘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책에는 피가 나오고 뭉게지는 섬뜩한 장면에서 피가 나오거나 그러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삼색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 상황을 보며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난감해지는 좀 그로테스키한 책이다.

자살토끼의 활약(?ㅋ)에 따라 처음에는 "뭐~이런 황당한 책이 있냐?!"라는 생각부터 좀 이해하기 난해한 장면도 있고, "죽는 것도 쉬운게 아니네!"라든지 "과연 저렇게 하면 정말 죽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들게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러면서 "왜 토끼가 자살을 하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시련? 아픔? 쓸쓸? 빚? 돈? 그냥? 허무?...
정말 저런방법으로 죽을 수 있을까?
작가가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
만약 토끼가 아니고 사람이였더라면?!

아니 하고 많은 방법중에 저런 방법을...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시도를 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괴기스럽기도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정말 저렇게까지 하면서 죽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저렇게 열심히 자살방법을 연구하고 힘들게 자살할 봐에야 차라리 그 노력으로 열심히 사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될지도...

죽고 싶은 사람이 읽는다면 살고 싶게 만드는 뒷통수 때리는 책-_-;;;
보면서 이렇게까지 죽을려고 노력해야 되는지 생각하게 되는 책...
나같은 희귀종은 토끼가 써먹은 방법을 실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책...
한번 보는 걸론 이해하기 힘들어 최소한 두세번은 봐야하는 책...
삶에 대하여 한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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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
쉬이밍 지음, 장연 옮김 / 고려원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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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라는 제목부터 끌어당기는 듯하면서 철학적인 내음이 난다.
표지의 촉감이 참 독특하다. 겉으로 보기엔 꼭 풀먹인 모시 같기도 하고 두껴운 벽지 같기도 하고...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표지에 커다란 붉은색의 "춤"자가 마치 춤을 추는 듯하면서도 동양적인 여백의 미를 잘 살린듯하다.

붓다나 경전, 불교와 동양 철학과 노자사상과 서양의 심리학을 조화롭게 곁들여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례에서 생소한 사례까지 다양하게 제시한다.
형이상학적이고 신비주의와 철학이 맞물려 자신을 통찰하고 각성하게 만든다.
이 책은 그냥 두어시간만에 쉬이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깊게 생각하면서 읽으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그래서 쉽게 생각하면 정말 쉬운 책이지만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책이다.
기대했던 책이었기때문에 더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지만...

분명 책 소개에서도 자기 계발서라고 했는데... "나는 할 수 있다", "불가능은 없다", "아는 것을 실천하자"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주입과 실천을 강조하고 해답을 곧바로 제시하지만... 막상 실천하기 힘든 여타의 흔히 알고있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깨달음...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각찰(覺察-깨달아 살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두려움과 상처 고독을... 자신을 찾아가게 도와준다. 그래서 깊고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자아성찰... 아니면 명상에세이?! 이것도 기존의 틀을 깨는 자기 계발서?!ㅎㅎ
웬만해선 다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다시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오늘 안전한 영역을 선택해 남의 말에 따라 삶을 엮어 간다면 당신은 무사하다. 하지만 삶은 그지없이 평범하고 무덤덤할 것이다. 의미없는 삶에 만족하는가?"라는 물음부터 시작해서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꼭 내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두자 무슨 할말이 더 있겠어"라든지 "남들은 이렇게 말했어"남들의 말을 빌려서 자신의 말을 정당화 시키려고 했다. 무슨 일에 있어서 겁부터 먹고 두려워서 미리 포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본다. 자기 합리화...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다고 운명론적으로 돌리진 않았었는지...
또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꺼라고 믿고... 해결해야하는 것을 뒤로 미루거나 잊혀지기를 바라기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미 잊혀진 과거라서 이젠 괜찮다고 상처따윈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면 문득 화가나고 슬펐음에도 상처, 두려움, 고독 같은 것들을 애써 외면해 왔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서 같은 사실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르다고 책에서도 그랬는데...
역시나 그 말을 바로 이해 할 수 있었다.
지금 현재 내 마음이 가라앉아 있어서 그런지 읽는 동안 머리속이 복작복작해서 두서없고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한번쯤 더 읽으면 정리가 되려는지....
다음에 기분 좋은 상태에서 보면... 고개도 끄덕끄덕하면서 즐겁게 쉬이 읽힐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울리는 음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는데 뜸금없이("춤"이란 단어가 연상되서 그랬나?!)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던 탱고가 떠올랐다.
잘 나가던 장교가 맹인이 되어 일상을 고통과 두려움, 좌절 속에 살며 자살을 결심한 퇴역장교 프랭크가 찰스를 만나 삶의 의미를 찾게되는 잔잔한 감동과 함께... 앞이 보이지 않음에도 탱고를 열정적으로 췄던 모습이 강렬하게 뇌리속에 남아있어서 그랬나보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눈뜬 장님처럼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나는 모든 것의 근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를 보는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 원인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고통을 거부하고 즐거움만 잡으려고 하고한다면 즐거움도 고통이 된다.
고통이 올 때 고통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유로운 생명이다.
파도가 치면 거부하지말고... 그 파도에 몸을 맡기고 과감히 함께하라

"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춰라"...
굉장히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이고, 이 책의 내용을 아주 잘 담아냈다.
기쁨과 즐거움 뿐만 아니라... 상처나 두려움, 고독까지도 나의 삶, 나의 인생의 일부 이기에 그런것도 함께 사랑하고 끌어 안으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는 듯...
그래...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내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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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심 - 상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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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작년부터 불고 있는 역사바람과 팩션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있다.출판계나 영화계, 드라마까지... 요즘 잘 나가는 상위권 드라마를 보면 사극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리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있다. 4쪽의 기록을 토대로 김탁환 작가가 리심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 가면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 한다. 성장소설이면서 역사소설이고, 또 로맨스 소설이면서 팩션소설이다.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리심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리심이 어떻게 궁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와 등장하게될 인물들과 얽히게 되고 알게되는 사건에서, 임오군란(1882)에서 중전 민씨를 구해서 총애를 받게되다가 갑신정변(1884)으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프랑스 대사 축하연(프랑스 수교1886)에 리심이 선모로 춤을 추게 된다. 한눈에 반한 빅토를 콜랭과 고종...고종의 성은을 입게 되고, 중전의 질투와 콜랭의 사랑이 묘하게 얽히면서...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그분과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사랑...

처음에 마음문을 굳게 닫았다가 콜랭의 계속되는 열정과 희생으로 인해 결국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프랑스 공사 콜랭의 아내가 되어 사랑 하나만으로 새로운 땅, 새로운 문명의 나라 프랑스에 가게된다. 그녀는 여정은 일본을 거쳐 프랑스로 이어지고 또 모로코 탕헤르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조선인이지만 파리지엔느를 꿈꾸던 리심은 몇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어쩔수 없는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조선(1896)... 중전시해사건(을미사변1895)과 고종의 아관파천(1896~7)으로 인해 5년전보다 더욱더 혼란한 조선의 국정(친러파 김홍륙, 친미파 서재필, 왕당파 홍종우, 그밖에 영국,일본, 독일 등 각 열강들의 이해타산에 얽혀 혼란한 상황)을 보면서 열강들의 잇권 다툼 속에서 자신이 꿈꿔왔던 것들...  즉 왕의 여자로서도, 한 남자의 아내로서도, 당찬 신세계 여성으로서의 조선을 위한 어떤 것들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된다.

    정말 기대했던 거와는 달라서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리심(총3권)을 읽으려고 다른 많은 책들을 제쳐두고 삼일동안(예전 같으면 하루에 다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읽었서인지 더 아쉬웠다.작가가 너무 많은 말을 담을려고 하다보니깐... 이도저도 아닌 "장르불명"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작가가 책에서도 말했듯이 <리심>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고, 실제로 영화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리심>을 소설로 보지 않고 시나리오의 전 단계적인 면에서 본다면 괜찮은 작품이다.물론 이 장황한 이야기를 두어시간에 다 집어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볼 땐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영화보단 드라마에 더 적격일 것 같은 생각이든다.누가 "리심"역할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제작 할꺼라면...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어 섬세한 감정과 표정연기등을 잘 할 수있는 사람이 맡았으면 한다.

  <리심>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면... 

 역사를 바라보는 너무 조심스러운 시선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했겠지만...   작가는 김옥균도 홍종우도 서재필도 그 어느 사람편에 서지도 않고 중간자적 입자에서 아니 방관자적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부분은 고종과 콜랭의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리심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사건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물론 역사는 사실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쓰는 글이니깐(역사책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았을까?!리심의 사상이라든지 리심의 생각 그런 것들이 다른사람에 의지해서가 아닌 좀 더 주체적으로 나왔었으면 어땠을까?!  파리에서의 그녀의 행적이나 기타 행적들도...  리심을 두고 고종과 콜랭의 갈등에서...콜랭은 조국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갈등한다. "사랑밖에 난몰라"였던 콜랭이 갈등하는 것이 좀 웃겼다. 콜랭이 결정이 사실이라지만 인물의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어차피 팩션소설을 표방했다면... 차라리 콜랭이 사랑을 위해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과감히 버렸더라면 좀 더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까?!(물론 아니겠지-_-;;;)

  이렇듯 중간자적 입장을 일관해오던 작가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직지심경 이야기에서는 객관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콜랭은 동양의 문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부지런히 서책과 기타의 것들을 모은다."라는 복선(?)을 깔아놓긴 했지만.... 직지심경이 어떠한 경로로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유물을 모으던 공사가 직지(책에선 분명 직지가 중요한 자료임을 공사는 알고 있었다.)까지 함께 모으게 됐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콜랭을 너무 미화하지 않았나 한다. 어쨌든 직지심경이나 그 밖의 많은 문화재들을 강탈 당했지만 아직도 프랑스에 있고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민감한 부분을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섬세한 심리묘사 감정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저자가 남성적인 선 굵은 스타일을 많이 써서 그런지 아무래도 여성의 섬세한 감정이라든지 심리변화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듯하다. 주인공 리심의 감정변화라든지 그녀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체가 아닌 남들에 이끌려다닌듯한 인상이 들어서 주인공다운 흡인력이 약했다. 가령 고종이나 홍종우와 대립하는 장면을 보면... 그녀가 생각하는 프랑스식 공화정을 지지하는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 "왜"라는 물음이 빠진것이다.  또 리심의 죽마고우인 친구 지월과 영은에 대한 묘사는 너무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서 여성비하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이 변하게 된 원인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더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물론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이나 지적 수준을 너무 높이 봐서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일수도 있다-_-++)                                                                             같은 리심(리진)을 다룬 "신경숙"<푸른눈물>이 조선일보에서 연재 중인데... 여성이 쓴 리진과 남성이 쓴 리심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주인공이라 반가웠고 이야기의 한축을 형성했던 홍종우  실존 인물이었던 홍종우와 김옥균이 나온다.(그밖에도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죽인자와 죽임을 당한자... 중국 상하이에서 죽은 김옥균은 그 죽음으로 인해 청일전쟁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옥균이 일본의 도움을 얻어 조선을 개혁하려고 했다면... 홍종우는 주체적으로 조선의 개혁을 추구한 왕당파인물이다. 그런 홍종우를 외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끌여들였을까? "홍종우라는 인물을 재조명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해봤으나...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심청전이나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등 조선 알리기도 열심히 했던 홍종우를 프랑스 공사의 아내 리심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비중을 크게 다루지 않았나 한다.이 부분에서는 홍종우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만든 "조재곤"<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20년 동안 내가 배우고 익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라고 했다. <리심>은 리심이 지나온 여정을 여행하면서 기록들을 찾아보고 작가의 공력과 정성을 들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정성과 노력에 나 역시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너무 많은 공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인가?!리심이 살은 생애 자체가 조선의 혼란기 상황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일 수 밖에 없었음은 분명하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등 굵직한 역사적 팩트들이 곳곳에 여러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된다. 뜸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실존했던 인물들의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산만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대체 그러니깐 이사람하고 리심이 어쨌다는 건데?!"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벌여 놓기는 했는데... 뒷수습은 안해서 왠지 개운치 못하다.

    리심... 격동의 조선말기를 파리지엔느도, 조선인으로도, 한 남자의 여인으로도 아닌...리심이라는 존재로 살고 싶었지만 그 어느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 시대를 잘못 타고난 그녀의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참 안타깝고 애닮픈 삶이었다.

  <리심>을 읽으면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는데... 왠 뜸금없는 소리냐고?! 조선말의 안팎으로 혼란한 국정 상황(열강들의 잇권다툼)이 왠지 지금 "북한 핵문제"로 인해 시끌시끌한 현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다투는 여야정치인들, 북한문제로 인해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일본, 중국, 미국 등 여러나라들...불안한 국면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해진다.

   역시나 이런 팩션물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기술하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팩션을 읽을 때 어떤 것이 팩트이고 어떤 것이 픽션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래서 잘못하면 픽션을 팩트로 생각하는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팩션을 쓰는 저자도 역사나 각종 자료들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쓰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지만...그 팩션물을 읽는 독자들도 옥석을 가리고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될듯싶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리심>은 나름대로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괜찮은 소설이었지만... 괜찮은 팩션소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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