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심 - 상 - 파리의 조선 궁녀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 작년부터 불고 있는 역사바람과 팩션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있다.출판계나 영화계, 드라마까지... 요즘 잘 나가는 상위권 드라마를 보면 사극이 대세라고 할 정도로... 리심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있다. 4쪽의 기록을 토대로 김탁환 작가가 리심이 살아온 길을 되짚어 가면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이야기 한다. 성장소설이면서 역사소설이고, 또 로맨스 소설이면서 팩션소설이다. 다양한 장르를 혼합한 종합선물세트?!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리심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리심이 어떻게 궁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와 등장하게될 인물들과 얽히게 되고 알게되는 사건에서, 임오군란(1882)에서 중전 민씨를 구해서 총애를 받게되다가 갑신정변(1884)으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프랑스 대사 축하연(프랑스 수교1886)에 리심이 선모로 춤을 추게 된다. 한눈에 반한 빅토를 콜랭과 고종...고종의 성은을 입게 되고, 중전의 질투와 콜랭의 사랑이 묘하게 얽히면서...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그분과의 이별... 그리고 새로운 사랑...

처음에 마음문을 굳게 닫았다가 콜랭의 계속되는 열정과 희생으로 인해 결국은 그를 사랑하게 된다.프랑스 공사 콜랭의 아내가 되어 사랑 하나만으로 새로운 땅, 새로운 문명의 나라 프랑스에 가게된다. 그녀는 여정은 일본을 거쳐 프랑스로 이어지고 또 모로코 탕헤르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조선인이지만 파리지엔느를 꿈꾸던 리심은 몇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어쩔수 없는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다시 조선(1896)... 중전시해사건(을미사변1895)과 고종의 아관파천(1896~7)으로 인해 5년전보다 더욱더 혼란한 조선의 국정(친러파 김홍륙, 친미파 서재필, 왕당파 홍종우, 그밖에 영국,일본, 독일 등 각 열강들의 이해타산에 얽혀 혼란한 상황)을 보면서 열강들의 잇권 다툼 속에서 자신이 꿈꿔왔던 것들...  즉 왕의 여자로서도, 한 남자의 아내로서도, 당찬 신세계 여성으로서의 조선을 위한 어떤 것들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게된다.

    정말 기대했던 거와는 달라서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리심(총3권)을 읽으려고 다른 많은 책들을 제쳐두고 삼일동안(예전 같으면 하루에 다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읽었서인지 더 아쉬웠다.작가가 너무 많은 말을 담을려고 하다보니깐... 이도저도 아닌 "장르불명"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작가가 책에서도 말했듯이 <리심>을 영화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고, 실제로 영화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리심>을 소설로 보지 않고 시나리오의 전 단계적인 면에서 본다면 괜찮은 작품이다.물론 이 장황한 이야기를 두어시간에 다 집어넣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내가 볼 땐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영화보단 드라마에 더 적격일 것 같은 생각이든다.누가 "리심"역할을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제작 할꺼라면... 원작의 한계를 뛰어넘어 섬세한 감정과 표정연기등을 잘 할 수있는 사람이 맡았으면 한다.

  <리심>에 대해 좀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보면... 

 역사를 바라보는 너무 조심스러운 시선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했겠지만...   작가는 김옥균도 홍종우도 서재필도 그 어느 사람편에 서지도 않고 중간자적 입자에서 아니 방관자적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부분은 고종과 콜랭의 대화에서도 나타나고, 리심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사건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물론 역사는 사실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하지만 자신이 쓰는 글이니깐(역사책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과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지 않았을까?!리심의 사상이라든지 리심의 생각 그런 것들이 다른사람에 의지해서가 아닌 좀 더 주체적으로 나왔었으면 어땠을까?!  파리에서의 그녀의 행적이나 기타 행적들도...  리심을 두고 고종과 콜랭의 갈등에서...콜랭은 조국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갈등한다. "사랑밖에 난몰라"였던 콜랭이 갈등하는 것이 좀 웃겼다. 콜랭이 결정이 사실이라지만 인물의 일관성이 떨어지지 않는가?!  어차피 팩션소설을 표방했다면... 차라리 콜랭이 사랑을 위해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과감히 버렸더라면 좀 더 다른 느낌의 소설이 되었을까?!(물론 아니겠지-_-;;;)

  이렇듯 중간자적 입장을 일관해오던 작가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직지심경 이야기에서는 객관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콜랭은 동양의 문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부지런히 서책과 기타의 것들을 모은다."라는 복선(?)을 깔아놓긴 했지만.... 직지심경이 어떠한 경로로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유물을 모으던 공사가 직지(책에선 분명 직지가 중요한 자료임을 공사는 알고 있었다.)까지 함께 모으게 됐다고 하는데, 책에서는 콜랭을 너무 미화하지 않았나 한다. 어쨌든 직지심경이나 그 밖의 많은 문화재들을 강탈 당했지만 아직도 프랑스에 있고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민감한 부분을 너무 소홀히 다루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섬세한 심리묘사 감정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듯하다.   저자가 남성적인 선 굵은 스타일을 많이 써서 그런지 아무래도 여성의 섬세한 감정이라든지 심리변화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듯하다. 주인공 리심의 감정변화라든지 그녀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주체가 아닌 남들에 이끌려다닌듯한 인상이 들어서 주인공다운 흡인력이 약했다. 가령 고종이나 홍종우와 대립하는 장면을 보면... 그녀가 생각하는 프랑스식 공화정을 지지하는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왜?! "왜"라는 물음이 빠진것이다.  또 리심의 죽마고우인 친구 지월과 영은에 대한 묘사는 너무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서 여성비하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들이 변하게 된 원인에 대해 약간의 설명이 더해졌다면 좋지 않았을까?!(물론 책을 읽는 독자들의 상상력이나 지적 수준을 너무 높이 봐서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일수도 있다-_-++)                                                                             같은 리심(리진)을 다룬 "신경숙"<푸른눈물>이 조선일보에서 연재 중인데... 여성이 쓴 리진과 남성이 쓴 리심을 비교하면서 읽어도 재미있을 듯하다

  얼마 전에 읽은 책의 주인공이라 반가웠고 이야기의 한축을 형성했던 홍종우  실존 인물이었던 홍종우와 김옥균이 나온다.(그밖에도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죽인자와 죽임을 당한자... 중국 상하이에서 죽은 김옥균은 그 죽음으로 인해 청일전쟁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옥균이 일본의 도움을 얻어 조선을 개혁하려고 했다면... 홍종우는 주체적으로 조선의 개혁을 추구한 왕당파인물이다. 그런 홍종우를 외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끌여들였을까? "홍종우라는 인물을 재조명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잠시 생각해봤으나... 프랑스어에 능통했고 심청전이나 춘향전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등 조선 알리기도 열심히 했던 홍종우를 프랑스 공사의 아내 리심이야기를 하자면 빼놓을 수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비중을 크게 다루지 않았나 한다.이 부분에서는 홍종우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만든 "조재곤"<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 듯하다.

  저자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20년 동안 내가 배우고 익힌 모든 공력을 쏟아 부었다."라고 했다. <리심>은 리심이 지나온 여정을 여행하면서 기록들을 찾아보고 작가의 공력과 정성을 들인 작품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정성과 노력에 나 역시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너무 많은 공력을 쏟아부었기 때문인가?!리심이 살은 생애 자체가 조선의 혼란기 상황이어서 역사적 사실들을 이야기에 끌어들일 수 밖에 없었음은 분명하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을미사변과 아관파천 등 굵직한 역사적 팩트들이 곳곳에 여러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된다. 뜸금없이 등장했다 사라지는 실존했던 인물들의 개연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산만해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대체 그러니깐 이사람하고 리심이 어쨌다는 건데?!"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벌여 놓기는 했는데... 뒷수습은 안해서 왠지 개운치 못하다.

    리심... 격동의 조선말기를 파리지엔느도, 조선인으로도, 한 남자의 여인으로도 아닌...리심이라는 존재로 살고 싶었지만 그 어느 삶도 제대로 살지 못하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그녀... 시대를 잘못 타고난 그녀의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참 안타깝고 애닮픈 삶이었다.

  <리심>을 읽으면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는데... 왠 뜸금없는 소리냐고?! 조선말의 안팎으로 혼란한 국정 상황(열강들의 잇권다툼)이 왠지 지금 "북한 핵문제"로 인해 시끌시끌한 현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다투는 여야정치인들, 북한문제로 인해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일본, 중국, 미국 등 여러나라들...불안한 국면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해진다.

   역시나 이런 팩션물들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지만...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기술하는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것이다.팩션을 읽을 때 어떤 것이 팩트이고 어떤 것이 픽션인지 구분이 어렵다. 그래서 잘못하면 픽션을 팩트로 생각하는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팩션을 쓰는 저자도 역사나 각종 자료들을 열심히 공부하면서 쓰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지만...그 팩션물을 읽는 독자들도 옥석을 가리고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될듯싶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리심>은 나름대로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다룬 괜찮은 소설이었지만... 괜찮은 팩션소설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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