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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 2009 제9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박민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문학상 작품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하는 나와는 동갑내기인 <이상문학상>이다.
이상문학상을 처음 접해본 건 중학교 때 오빠를 통해서 였다.
<현대문학상>과 <동인문학상>에 이어 2001년에 시작해 열심히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황순원 문학상>이 그 뒤를 잇는다.
사실 신인들이나 작가들에게는 이러한 권위있는 상이 많아지면 질수록 문단에 등단할 기회가 많아진다.
물론 너도나도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그런 인지도 없는 상보다는 권위있는 수상집에서 등단이...
이번 2009년 황순원문학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가에서부터 무명의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가의 10개의작품들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한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등단해 범상치 않은 필담을 과시하고 있는 박민규 작가의 <근처>가 대상을 받게 됐다. 그의 기행(?)은 그의 사진프로필만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진다. 그런 박민규 작가가 기존의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의 소설을 들고 왔기에 심사위원들의 표를 더 얻지는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민규의 <근처>는 기존의 작가의 소설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40대 독신남인 호연은 말기 암 판정을 받고 주위를 정리하러 고향으로 향한다. 고향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고 추억을 더듬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그의 회상을 도와주는 것이 타임캡슐이다.
친구와 함께 파낸 타임캡슐은 하나가 아닌 두개다. 타임캡슐은 단순하게지난날의 추억들만을 떠올리게하지는 않는다. 내가 만약 타임캡슐을 묻었더라면 나는 무엇을 타임캡슐에 보관했을까?!
조금은 난해했던 강영숙 의 <그린란드>를 비롯하여, 성폭행 당한 소녀를 위하 복수하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다룬 김경욱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김사과의 <정오의 산책>, 박민규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말기 암환자를 다룬 김 숨의 <간과 쓸개>, 제목만 보면 무슨내용인지 전혀 짐작하기 어려운 스케이트와 낙서이야기의 김중혁의 <C1+y=:[8]:>, 80년생의 젊은 작가이면서 범상치 않은 포스가 느껴지는 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를 비롯해 배수아의 <올빼미 없음>, 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와 전성태의 <이미테이션>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숨의 <간과 쓸개>는 40대의 독신남이 등장하는 박민규의 <근처>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고령화 시대에 도래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이나 건강적인 부분이나 여러가지 걱정이 슬슬 앞서기 시작하는 요즘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면서 투병하는 모습이 왠지 우울하게 만든다.
이 소설집을 읽다보니 장편소설을 읽는 재미와 단편집을 읽는 재미는 역시 틀리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단편집 중에서도 여러작가들의 작품이 들어 있는 수상집은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서 더 즐겁다.
앞에서 순서대로 읽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작가나 제목이 맘에 드는 작가를 먼저 읽기도 하고, 또 이 작품에서 괜찮았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게 되므로 또하나의 작가발굴이라든지 다른 책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어서 이 또한 즐겁다.
어떤 사람은 장편소설 쓰기가 어렵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단편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제각기 특징이 있듯이 장편을 잘 쓰는 사람도 있고 단편을 잘 쓰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긴 장편이 아니고서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짧은 글에 담아내야하는 단편을 쓰기가 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장편, 단편 모두 잘 쓰는 작가들도 더러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