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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노란 표지에 3층집이 그려져 있다. 다른 여타 책보다 유난히 세로가 긴 제목도 범상치 않은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그 내용이나 구성면어서도 범상치 않음을 첫 장부터 선사한다.
처음에 표지를 제대로 보지 않았는데 다 읽고나서 보니 표지의 그림을 보면 이 책의 흐름을 조금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림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J.M. 쿳시의 작품인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책의 표지에 그림의 3층건물처럼 이 책의 내용도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흔히들 서로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서술하는 기법의 소설들은 종종 접해봤지만, 이 책처럼 한 페이지에 저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책은 처음 접해본다.
3가지로 분류가 되는데 맨 윗부분은 55개의 주제에 대해 주인공 세뇨르의 에세이를 담아났다.
중간부분은 늙은 작가 세뇨르의 독백으로 채워져 있고, 맨 아래에는 세뇨르의 타이피스트로 고용된 젊고 매력적인 동양인 안야가 노작가 세뇨르에 대한 느낌과 그의 에세이에 대한 생각과 감정들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뇨르의 에세이는 작가인 J.M. 쿳시가 말하고자하는 생각이자 국가관이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세뇨르의 에세이를 통해 풀어 놓는다.
일흔이 넘은 작가 세뇨르는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 "강력한 의견들"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집필할 것을 제안 받은 세뇨르는 아파트 세탁실에서 우연히 만난 젊고 매력적인 동양인 여성 안야를 타이피스트로 고용하게 된다. 정치적인 문제나 글에 전혀 관심이 없고 타이피스트로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안냐를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처음엔 별로 였으나 세뇨르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면서 연민 이상의 감정을 갖게 된 안냐와 그녀의 애인.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세뇨르의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삼각관계...
피아노 3중주처럼 같은 내용이면서도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을 조화롭게 연결시킨 작가의 실험정신을 높이 산다. 왠지 이런 기법이 조만간 자주 인용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기존의 소설들처럼 순서대로 읽어가는게 좋은지아니면 3가지 이야기를 개별로 보고 한작품씩 순차적으로 읽어야하나하는 고민을 안겨준다. 또 거기에다 3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어야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숙제를 낸다.
처음에는기존의 소설을 읽는 방식처럼 3단락의 이야기를 한페이지씩 전부 다 읽어 내려갔지만 이내 포기하고
세뇨르의 이야기를 읽고나서 안야의 이이기를 읽고 마지막으로 에세이를 읽었다.
사람마다 각자 읽고 싶은 순서대로 읽을터라서 읽는 순서의 경우의 수가 많아질 듯...
이렇듯 어찌보면 삼류소설이 될 수도 있을법한 평범한 소재를 J.M. 쿳시만의 독특한 기법을 활용해 평범하지 않은 소설이 탄생된 것 같다.
간만에 접해본 제3국 작가의 소설인데다 독특한 전개기법이 읽는 동안즐겁게 만들었다.
이 책의 스타일을 처음 접해본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순서로 읽어야할지 고민할 것 같다.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 한마디 해 주자면 그냥 방식이나 순서 없이 본인이 읽고 싶은 순서대로 읽으라는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