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문학과지성 시인선 283
조용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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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읽은 게 대학 4학년 때인지 사회 초년생 때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든 내가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무진장 힘든 시기에 읽으려고 시도 했었는데, 반쯤 읽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동안 시인에게 도저히 공감하지도 못해서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치워뒀던 시집. 일을 그만두고 석 달 뒤, 다시 읽기 시작한 이 시집은 전혀 읽기 힘든 시집이 아니었다. 내 상황이 느긋해져서인지도.

  시인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으니 성향을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단지 이 시집에서 몇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시인이 오래 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영혼을 자연물이나 사물(꽃, 새, 음악, 죽음과 같은)을 통해 끊임없이 재탄생 시킨다는 것, 그래서 시인의 자화상은 삼베옷을 입을 수 밖에없다는 것. 시인에게 있어 죽음은 고독하지만 곧 일상이다. 이 세상에 외롭지 않은 것이 과연 있을까. 삶과 맞닿아 있는 죽음마저도 온전히 소유할 수 없으니 더욱 쓸쓸하고 외로울 수밖에.

  시인의 담담한 어조와 함께 두 번째 읽었을 때 참 맛깔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하얗게 질린 죽음 뒤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말처럼 '욕망도 깨달음이 될 수 있을까'(「무덤」中) 그리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더 이상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으니 부리나케 '어서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더 이상 시간은」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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