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   오사키 고즈에 글 / 서혜영 역 / 다산책방

  서점 직원 경력 13년 작가가 내놓은 서점 추리물. 이 신선함에서 출발한 이 시리즈물의 결과는 not so bad. 본격 추리물이라기에는 말랑말랑하고 굉장히 일상에 닿아있으면서 공포스럽지가 않다. 뭐 그래도 골격 자체가 나쁘지 않아서 읽기는 좋은데, 캐릭터 매력도에서 따지면 내가 좋아하는 추리물보다는 한참 뒤떨어지는 바람에(주인공이 여자들 뿐이어서 그런지도-) 빠져들어서 읽게되지는 않는다.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    초판 1쇄 2009. 11 / 287쪽

  단편집. 캐릭터 소개와 서점의 일상 및 일과와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소하게 잘 드러나있다. 읽고 났더니, 내가 일전에 일본 서점에서 했던 짓은 상당히 실례되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되었달까; 역시 문화의 차이는 독서로 메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싶다.

  누가 죽었는데 그 범인은 바로 너, 라는 게 아니라 정말 서점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들로 이루어졌다. 화자는 서점 6년차 직원 쿄코. 탐정 역할은 아르바이트생인 도쿄 법대생으로 명석하고 성실하지만 손재주만큼은 저주받았다 싶을 정도로 없는 다에. 우리도 겪었을 것만 같은 사건들이라는 게 재미있는 점. 그러니까, 거대한 미스터리를 기대하진 말고 서점의 일상을 엿본다는 기분으로 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점을 상당히 사랑하는 나로서는 서점 에피소드집 같은 느낌이어서 꽤나 즐거웠다.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초판 1쇄 2009. 12 / 287쪽

  장편. 주인공 쿄코가 휴가를 받아 친구가 일하는 다른 지역 서점의 유령 소동을 해결해주러 간다,는 이야기. 고백하자면 이걸 읽은 게 벌써 반년 전이고 이야기나 등장 인물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지 않았거나, 내게 그닥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일지도.

  역시 독서 직후 메모 습관은 중요한 듯- 

 

명탐정 홈즈걸 3   초판 1쇄 2010. 02 / 287쪽

  단편집. 같은 출판사, 같은 번역자, 같은 편집자인데 어째서 이 시리즈 제목만 이따위로 성의 없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는다. 출판일이 아주 많이 띄엄띄엄이라면 그마저도 이해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여하튼, 참으로 생각 없는 출판사라 하겠다.

  이것까지 읽고 났더니, 이제 이 시리즈는 그만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 에피소드가 단 두 권으로 끝날 수 있다니. 첫 권에서 신기했던 서점 에피소드의 장치들이 세번 째 권에서 신선하지 않은 건 당연한 거 아닐까. 그걸 사건에서 확장시켰는지 아닌지는 판단 보류. 읽고 나서 오오오 좋아,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왜인지 모르겠다. 지금 다시 뒤적거려보니, 두어 편 정도는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떠올려보니 아마도 단편들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지 싶다. 아무래도 일상 미스터리이고, 한정된 공간-서점-에서 일어나는 일 뿐이다 보니 큰 사건 뿐 아니라 작은 사건도 함께 등장하기 때문일텐데, 짜임새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단편집에 그런 소품이 등장해야 하는-그것도 단편집 마지막에-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하튼, 번역도 나쁘지 않고, 편집도- 나쁘지 않고 이야기들도 나쁘지 않지만 별 다섯 개 주기는 참 난감한 시리즈물이라 하겠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학생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글 / 김선영 역 / 시공사

  1988년, 1989년, 1999년에 쓰여진 학생 시리즈 세 권이 번역되어 있고, 2004년에 쓰인 네 번째 시리즈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 학생인 아리스가 졸업 후 추리소설 작가인 히데오와 짝을 이뤄 사건을 해결한다는 작가 시리즈도 있는데 나는 현재 단편집 한 권만 읽은 상태. 학생 시리즈는 다섯 권으로 완결이라는데, 마지막 권이 언제 나오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한다.

  작가의 필명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같은 등장 인물의 시점에서 쓰이는 이 시리즈물은, 교토대학에 재학중인 아리스가 추리소설 연구 동아리에 들어가서 에가미 선배가 범인잡기 하는 걸 돕는다,는 식인데- 세 권 읽고 났더니 이 작가 시리즈는 더 이상 읽고 싶어지지 않는다. 아마도 아리스 학생 시리즈의 특징은 밀폐된 공간에서의 살인, 탐정 에가미 선배, 치정,인 듯 싶다.

  일본의 앨러리 퀸,이라고 불리는듯 한데 부끄럽게도 나는 추리소설 매니아는 아닌..건 둘째치고 원래 옛날 꺼 잘 안 읽는구나-_- 여하튼 앨러리 퀸 껀 읽어본 적이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고, '본격 추리소설' 이라고 하는데다가 마지막에 범인 밝히기 전에 반드시 '범인을 맞혀봐라'라는 작가의 말이 페이지 하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는, 추리소설 읽으면서 범인 맞히기, 이런 걸 하지 않는다 주의이므로 그냥, 읽는다. 참으로 불성실한 독자일지도. 아니 물론 중간 즈음 대충 감은 잡히지만 대략 어떤 시점에서 범인이 증거를 흘렸는지는 잘 모르겠으므로- 아, 하지만 '추리소설 연구회'이다 보니 이런저런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물이 많이 언급되는 건 확실히 재미있다. 다만,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라 그렇지.

  헌데 시공사 출판인데- 편집 자체가 다소 청소년물 같다. 자간이나 글자 크기나 뭐 그런 게 마음에 안 든다.

 

Y의 비극 88' 월광게임   초판 1쇄 2007. 12 / 408쪽

  작가가 세 번이나 고친 결과물이라고 하는데- 뭔가 2% 부족한 추리물. 아리스의 사건들 시작, 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는 이야기. 

  월광 게임- 달빛 아래서 살인 게임을 했던 것처럼 캠프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하나 둘 죽는다. 그러던 중 화산이 터졌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하산하던 중 또 살인이 일어나게 된다는 설정. 달빛의 조종을 받는 것일까- 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마치 고등학교 시절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살인율이 증가한대'라고 숙덕대던 내가 떠올랐달까;

  여하튼, 재미는 있는데 캐릭터에 영 흥미가 안 생기는 건 왜일까. 

 
  "저 애는 나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어. 보름달이나 그 반대인 초승달 밤에는 살인, 자살, 교통사고가 증가한다더라. 정신 병원 병동이 소란스러워지고, 출산이나 출혈도 많아진대."
  "그거 정말?"
  "달의 리듬에 시구상의 생명체는 응답하고 있어. 조수가 달의 인력에 따라 차고 빠지는 것처럼, 인간의 체내에 있는 물을 조종한대. 생명은 모두 바다에서 태어났다. 그 바다는 달의 리듬으로 운동한다. 따라서 모든 생명은 달의 리듬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런 삼단논법을 쓰는 거지."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도 미스터리 팬이니까 오컬티즘에도 흥미가 있고, 그런 방면의 이야기는 일종의 기호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뒤에서 부르면 언제든지 되돌아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쳐야 하는, 너무 깊이 빠져서는 안 될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71쪽

 

외딴섬 퍼즐  초판 1쇄 2008. 05 / 459쪽

  읽은 학생 시리즈물 중에서는 이번 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고립된 섬'에서 '퍼즐 풀기'를 하다가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 또한 의외의 인물, 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하였달까.

  다만, 범인 맞히기를 하려면 아무래도 인물 도식표와 알리바이표를 그려가면서 해야할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거 지하철에서 다 읽었다고-_-

 

 

쌍두의 악마 1, 2  초판 1쇄 2010. 05 / 418쪽, 390쪽

  두 명의 화자, 서로 다른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살인 사건.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실패요인은 두 명의 화자를 둔 점이 아닐까 싶다. 이걸 읽은 직후 '철서의 우리'를 읽어서 더 그런지도. 두 곳이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한 명의 화자가 더 필요했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전개가 억지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외딴섬 퍼즐에서 주가가 오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쌍두의 악마에서 다시 추락한 기분이랄까. 하여, 이후 시리즈물은 안 봐도 괜찮을 것 같단 말이지. 뭐 말은 이래놓고 궁금해서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교고쿠 나쓰히코 '철서의 우리 1, 2, 3' - 교고쿠도 시리즈 중 최고작. 우부메의 여름-광골의 꿈-철서의 우리로 이어지는 방대한 스케일의 일본 불교 탐험서,랄까. 캐릭터 면면의 특징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면에서는 가장 탄탄했다.
 

 


  데프니 듀 모리에 '레베카 1, 2'  - 사실 히치콕의 '새'의 분위기보다는 덜 섬뜩해서 실망하였으나, 심리묘사가 꽤 괜찮았다. 그냥 좀 으스스한 연애소설, 정도로 봐도 괜찮다;

  

 

 

 조선희 '모던팥쥐전' - 전래동화의 인물이 지금도 살아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는데, 복선, 캐릭터의 전복, 환상적 장치, 동화의 적절한 활용이 썩 괜찮았다. 사실은 아이완의 그림 때문에 샀던 책인데-_- 내용도 나쁘지 않았어서 나름 괜찮은 수확이었던 듯. 다만, 대화체의 어색함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 곤란했더랬다. 

 

 

 

  마이크 윌크스 '미러스톰' - '미러스케이프' 시리즈 2탄. 읽을 때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는데, 구성면에서 좀 아쉬운데다가 다 읽고 바로 3탄 '미러셰이드'를 읽으려고 보니 어쩐지 좀 질리기도 하고 지치기도 해서 3탄은 미뤄두었다. 이건 정말 변화 없는 인물의 면면과 구성의 반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장르문학은 아니지만;

  로버트 코마이어 '첫 죽음 이후' - 작년 김연수 쌤의 번역물 '나는 치즈다'를 읽고 허억 했더랬는데, 이야 이것도 만만치 않네. 끝까지 다 읽어야 퍼즐이 맞춰지는 이야기. 1970년대에 미국작가가 쓴 작품인데 '초콜릿 전쟁'을 시작으로 해서 이 세 권이 금서였던 모양. 아무래도 '초콜릿 전쟁'까지 읽어봐야 겠다. 그것만 창비 아니라서 좀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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