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비밀클럽 비룡소 걸작선 51
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김옥수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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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질문에 레이니는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외로움으로부터, 극한의 상황에서 공포로부터, 순간적인 즐거움을 외면해야 하는 괴로움으로부터, 레이니는 '용감한 아이'가 아니라 '용감해지고 싶은 아이'였다. 날때부터 영웅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친구를 믿고 용감해지는 그런 아이였다.

   700쪽 짜리 동화라니. 그것도 모자라 추리 혹은 모험 이야기라니. 하지만, 양에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가독력 하나 만큼은 끝내주니까. 대충 읽은 시간을 계산해보니, 네 시간 반 즈음 되는 것 같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고, 정신 차려보면 어느 새 책은 끝나 있었다.


  서로 다른 캐릭터의 네 아이들이 거대한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비밀작전을 펼친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이야기는 적절한 캐릭터의 조합, 선악이 미묘한 구도, 완료되지 않은 결말, 현대의 '통제'와 '자유'에 대한 위험성 제시 등 수없이 말할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미하엘 엔데의 '모모'에서 '모모'가 시간도둑들과 외로운 싸움을 했다면, 이 '베네딕트 비밀클럽'의 네 아이는 자기 자신과, 혼자가 되는 두려움과,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커튼 선생님과 외롭지만 한편으로 외롭지 않은 싸움을 한다.

   이 싸움 과정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함께 해결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보다 함께 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크고 많다는 것도,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에게 등돌리지 않을 사람이 이 세상에 한 명쯤은 있다는 것도. 

 
  종종 아이들이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그네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어른이 된 다음의 세상만큼 넓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현실 세계가 단순하기 때문에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의 세계는 어른의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속삭임'은 어른의 말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늘, 그런 아이들을 통제하고 이용하려는 어른이 생겨나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지키는 건 역시 어른이 되어야 하며, 어른들을 위험에서 구하는 건 아이들이 된다.


  사람의 내면을 직시하는 능력이 있으며 항상 침착하고 노력하는 레이니, 소심한 기억능력자 꼬챙이, 뛰어난 운동신경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케이티, 제멋대로에 고집쟁이이지만 이유없이 제멋대로굴지는 않는 콘스턴스. 이 아이들은 모험을 통해 모두 '용기'와 '따뜻한 마음'과 '가족'을 배웠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모험을 겪은 많은 어린 독자들도 그러할 것이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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