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와 소름마법사 2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절판


그는 코양이가 다른 가축보다 주인한테 훨씬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챘다. 개는 명령에는 무조건 따르고 집을 지킨다. 새는 노래로 기분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코양이는 처음에는 존재 자체로 즐거움을 줄 뿐 그저 주인이 주는 대로 먹고 자고 하는 것 외에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충성스럽고 씩씩한 개와 함께 있으면 주인도 힘이 솟고 든든하다. 코양이와 함께 있으면 옆에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기분 좋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개는 주인 앞에서 몸을 낮추고 애원하며 목줄에 매여 바보 가은 재주를 부리는 훈련을 받는다. 심지어 주인을 물어뜯어 걸레를 만들어버릴 수 있는데도 오히려 주인한테 죽어라고 얻어맞는다. 개는 발로 뻥차서 한 구석에 처박아놓아도 몇 시간 지나면 그런 대접을 받았다는 걸 까맣게 잊고는 감사의 표시로 주인에게 슬리퍼를 물어다 준다. 그러나 코양이는 주인이 실수로 꼬리만 한 번 밟아도 하루 종일 소 닭 쳐다보듯이 할 것이다. 사람들은 코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단하게 본다. 개는 무서워하지만 결코 대단하게 봐 주지 않는다.-122-123쪽쪽

"더 잘할 수 있어. 코양이 두뇌의 력능은 엄청나거든. 말해봐. 저 위에 있는 별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달만큼 멀겠니, 아니면 그보다 가깝겠니?"
"하늘에 있는 구머을 말하는 거야? 그건 달에 사는 남자가 달바늘로 구멍을 뚫어놓은 거야. 햇빛 들라고. 해가 그 뒤에서 자고 있거든."
피요도르가 또 앓는 소리를 냈다.
-147쪽쪽

"이제 왜 이런 도구들을 그냥 쓰레기장에 내버리지 않는지 궁금할 거야. 그것도 말해주지. 이걸 산 이유는 딱 한 가지야. 복수 때문이지! 중세 군주들이 적대자를 굶어 죽이는 탑 속에 가둬둔 것과 같은 얘기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금세 죽게 놓아두는 건 너무 자비로운 일이야. 안 되지.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허덕이면서 영원히 아무 일도 못한 채 저주를 받아야 돼. 그것만이 양배추압착기에게 마땅한 유일한 형벌이야."-16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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