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코양이가 다른 가축보다 주인한테 훨씬 미묘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챘다. 개는 명령에는 무조건 따르고 집을 지킨다. 새는 노래로 기분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코양이는 처음에는 존재 자체로 즐거움을 줄 뿐 그저 주인이 주는 대로 먹고 자고 하는 것 외에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충성스럽고 씩씩한 개와 함께 있으면 주인도 힘이 솟고 든든하다. 코양이와 함께 있으면 옆에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기분 좋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개는 주인 앞에서 몸을 낮추고 애원하며 목줄에 매여 바보 가은 재주를 부리는 훈련을 받는다. 심지어 주인을 물어뜯어 걸레를 만들어버릴 수 있는데도 오히려 주인한테 죽어라고 얻어맞는다. 개는 발로 뻥차서 한 구석에 처박아놓아도 몇 시간 지나면 그런 대접을 받았다는 걸 까맣게 잊고는 감사의 표시로 주인에게 슬리퍼를 물어다 준다. 그러나 코양이는 주인이 실수로 꼬리만 한 번 밟아도 하루 종일 소 닭 쳐다보듯이 할 것이다. 사람들은 코양이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단하게 본다. 개는 무서워하지만 결코 대단하게 봐 주지 않는다.-122-123쪽쪽
"더 잘할 수 있어. 코양이 두뇌의 력능은 엄청나거든. 말해봐. 저 위에 있는 별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니? 달만큼 멀겠니, 아니면 그보다 가깝겠니?" "하늘에 있는 구머을 말하는 거야? 그건 달에 사는 남자가 달바늘로 구멍을 뚫어놓은 거야. 햇빛 들라고. 해가 그 뒤에서 자고 있거든." 피요도르가 또 앓는 소리를 냈다. -147쪽쪽
"이제 왜 이런 도구들을 그냥 쓰레기장에 내버리지 않는지 궁금할 거야. 그것도 말해주지. 이걸 산 이유는 딱 한 가지야. 복수 때문이지! 중세 군주들이 적대자를 굶어 죽이는 탑 속에 가둬둔 것과 같은 얘기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금세 죽게 놓아두는 건 너무 자비로운 일이야. 안 되지.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허덕이면서 영원히 아무 일도 못한 채 저주를 받아야 돼. 그것만이 양배추압착기에게 마땅한 유일한 형벌이야."-163쪽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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